- 마땅히 이전 장소 정하지 못해
- 미술계 "상업 논리에 밀려" 비판

부산에서 현대백화점에 이어 백화점 갤러리 문화를 이끌었던 롯데갤러리 부산본점(부산진구 부전동)이 전시장 이전을 이유로 문을 닫은 지 5개월이 지나도록 재개관 소식이 없어 미술계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 전시장은 지역 최대의 유동인구와 편리한 교통 때문에 하루 평균 수백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면서 작가들의 선호도가 높은 곳이었다.

1995년 백화점 개관과 동시에 문을 연 롯데갤러리 부산본점은 지난 2월 제주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일상을 그려온 이왈종 전시를 마지막으로 6층 전시장(211㎡ 규모)의 문을 닫았다. 부산 최초로 백화점 갤러리를 선보였던 현대백화점 갤러리도 오래전 폐관해 지역 미술계에 아쉬움을 남겼다.

롯데갤러리 측은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초 재개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이전 장소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갤러리 측은 문을 닫을 당시 "더 나은 전시 환경을 위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 1층으로 옮겨 5월께 재개관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후 지하 1층 롯데리아 매장 맞은 편을 후보지로 정했다가 다시 문화센터 내로 장소를 옮기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아 지금은 논의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지역 미술인들 사이에서는 "백화점에서 비상업적 목적으로 운영하는 갤러리를 없애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롯데갤러리 부산본점이 한시적으로 전시기능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 백화점 매장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상업 논리에 쫓겨 여러 차례 장소를 옮겨 다녔고, 폐관과 재개관을 반복하면서 어렵게 명맥을 이어왔다.

이곳에서 전시를 개최했던 지역의 중견 작가는 "백화점 측에 문의해도 언제 될 지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 백화점 갤러리를 개관하면서 문턱이 높은 갤러리의 대중화를 꾀했던 만큼 하루빨리 다시 문을 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미술인은 "지역의 최대 쇼핑문화센터로 오랜 기간 영업하면서 시민과 문화로 소통하는 통로를 차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부산의 백화점 속 갤러리는 해운대 신세계센텀시티 갤러리와 롯데갤러리 광복점 두 곳이 있다. 관람객은 쇼핑과 더불어 손쉽게 문화를 누릴 수 있고, 기업은 문화를 누리고 감상하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기업 이미지 향상과 함께 시민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상업 논리가 우선되는 백화점 특성상 전시 기능 축소와 휴관이 반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