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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의 공간-부산 근현대의 장소성 탐구 <4> 추억의 송도해수욕장

빼어난 경치 자랑하던 피서 명소, 난개발로 쇠락의 길… 부활 노력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16 19:50:5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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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여름 성수기에 하루 수만 명이 찾아와 전국 제일의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당시의 송도해수욕장의 풍경.
- 일제강점기 일본인들
- 행락유원지로 개발
- 구름다리·다이빙대 등
- 부대시설 갖춰져
- 1930년대 성수기엔
- 하루 수만 명 몰려

- 6·25전쟁 때 피난 온
- 저명인사 별장 즐비
- 1950~70년대에는 신혼여행·피서지 각광
- 케이블카는 전국 명물

- 횟집·고급주택 몰리자 수질 급격히 악화
- 최근 송도 되살리기, 다양한 노력 전개

'우리나라 제1호 (공립)해수욕장', '동양의 나폴리', '1960~80년대의 추억' 등등. 이는 송도해수욕장 공식 홈페이지에 나오는 선전 문구다. 여기에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송도해수욕장은 현재보다 과거에 관해 더 자랑할 거리가 많은 곳인 듯하며, 역사가 긴 만큼 세대별로 서로 다른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부산의 명소이다.

송도는 최초, 최고, 최대 등의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 해수욕장이 들어선 곳으로, 어딜 내놓아도 뒤지지 않은 천혜의 아름다운 경관을 지니고 있다.

행정구역상 부산 서구 암남동에 속하는 송도는 워낙 이름이 알려져 암남동은 잘 몰라도 송도는 대부분이 알 정도이다. 송도라는 명칭은 '소나무 섬'이라는 한자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소나무가 섬처럼 우거진 숲에서 유래한다. 일설에 의하면, 작은 반도모양으로 바다를 향해 튀어나와 있는 현재의 송림공원 자리에 예부터 노송 수만 그루가 숲을 이루고 있어, 소나무 송(松)과 반도의 도(島)가 합쳐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명칭의 유래가 확실한 것은 아니며 다양한 설이 회자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부산에 살던 일본인들이 암남동 바닷가에 일본의 대표적 명승지인 마쓰시마(松島)라는 이름을 붙여 놓고 향수를 달래며 즐긴 것에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다. 어찌 됐던 송림이 섬처럼 우거져 있고, 그것이 맑은 바닷물에 비치면서 절경을 연출하고 있어 송도라는 이름이 생겨났으리라 여겨진다.

■1920년대 초 부산 거주 일본인들 개발

   
1950년대 송도의 명물인 다이빙대.
한적한 어촌에 불과했던 암남동 일대(송도)가 유원지로 개발되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접어든 지 얼마 되지 않은 1913년부터. 송도에서 가까운 남포동, 광복동 지역에는 개항 이후 일본인 전관거류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들이 즐겨 찾던 곳으로 인근에 남빈해수욕장이 있었지만, 항만 기능이 확충되면서 이는 점차 오염되었고, 따라서 맑은 물과 절경을 찾아 송도를 유원지로 개발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비록 당시에는 시내에서 송도를 오가는 방법이 산길이었던 현재의 송도 윗길이나 남포동 해안에서의 배편밖에 없어 불편하였지만, 일본인 민간 유지들은 송도의 풍광을 그냥 두지 못해 앞장서 송도를 행락유원지로 개발하고자 하였다. 1922년 이들이 '송도유원주식회사'를 설립하면서 개발은 본격화되었다.

이후 구름다리, 여관, 휴게소, 다이빙대 등의 부대시설이 갖춰지면서 1930년대에 이미 성수기에는 하루 수만 명이 찾는 전국 제일의 해수욕장으로 명성을 얻게 된다. 편리한 위락시설과 빼어난 경치 그리고 시내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 덕에 많은 저명인사가 송도를 찾았다. 1934년 근대적 숙박시설인 송도호텔이 개업하고, 언덕 위에 많은 요정이 들어서면서 송도는 해수욕장으로서만이 아니라 경치와 풍류를 즐기려는 자들이 사시사철 들르는 유원지이자 각종 모임과 야유회가 개최되는 장소였다. 당시 요정에서 내려다보는 송도의 경관은 조선 제일이었다고 한다.

■6·25전쟁기 정치인·문화예술인 별장 즐비

송도해수욕장은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송도에 얽힌 추억은 살던 자와 다녀간 자 그리고 세대별로 다양할 것이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송도는 신혼여행지로 명성을 날리던 이른바 국민관광지였다. 잘 빼입고 송도 구름다리 앞에서 찍은 인증 사진은 지금은 노년이 된 세대의 오래된 사진첩 속에 단골로 등장한다.

6·25전쟁 당시에는 살던 자도 아니고 구경 온 자도 아닌, 억지로 밀려온 피란민들이 이곳에서 나름의 추억을 만들었다. 부산에 임시수도가 마련되면서, 당시 정계, 재계, 문화예술계의 저명인사들이 송도에 거처를 마련하거나 삭막하고 힘든 마음을 달래기 위해 송도를 자주 찾았다. 정치인 이승만, 이기붕, 박순천이나 시인 모윤숙 등의 별장이 송도에 있었고 디자이너 앙드레김은 여기서 고교를 다녔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송도의 추억은 대중가요의 가사 속에서 자주 재현되었다. '부산 부르스(1949)'에서 서수남 하청일이 부른 '팔도유람(1971)'에 이르기까지 대중가요에 송도가 등장하던 시기는 곧 송도의 전성기였다.

베이비붐 세대의 끝자락인 필자도 송도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다. 어릴 적 거북섬 근처 바위에서 놀다 거꾸로 넘어져 이마에 훈장을 달았고, 바닷가에 마련된 부산MBC 현장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납량특집 노래자랑을 들으며 여름의 낭만을 즐겼다.

송도를 한 번이라도 다녀간 사람들이면 다른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던 케이블카, 구름다리, 다이빙대, 포장유선 등 이곳의 명물들을 잘 기억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진귀한 광경이나 시설은 장소성과 관련하여 오래 기억에 남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925년 7월에 설치된 바다 다이빙대는 실내 수영장이 거의 없던 시절 부산 지역 유일의 다이빙대였다. 4, 5m 높이에서 바다에 뛰어드는 쾌감에다 해변에서 150m가량 떨어져 있어 오가며 수영실력을 자랑하기에도 좋았다. 거북섬과 송림공원을 잇는 150m의 구름다리, 일명 출렁다리와 해수욕장 위를 가로지르는 420m의 케이블카는 1964년에 부산 최초로 설치되어 송도의 명물이 되었다. 해상을 지나는 케이블카를 타보고 마음마저 출렁이는 출렁다리에서 인증 사진을 찍기 위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다이빙대는 1987년 태풍 셀마로 크게 파손된 뒤 사라졌고, 케이블카는 적자누적으로 1988년 10월에 운행이 중단된 후 철거되었으며, 구름다리도 연륙교로 대체되었다.
■무분별한 개발 뒤 쇠락…부활 움직임

   
이달 초 복원된 신형 다이빙대. 국제신문DB
송도해수욕장의 명물들이 사라지게 된 것은 1970년대 후반 이후 급격한 오염이 진행되면서이다. 맑은 물과 푸른 숲으로 부산시 지정 문화재(기념물 제30호)로까지 선정되었던 송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경관을 찾아 모여든 횟집들과 언덕 위의 고급주택들 때문에 무너졌다. 무분별한 개발과 주택에서 배출하는 생활폐수로 해수욕장의 수질은 똥이 둥둥 떠다녀 '똥도'라고 불릴 정도로 나빠져 해수욕장의 기능은 상실되고 회집타운으로 전락했다.

1982년에는 문화재 지정도 해제되었고, 여름철 하루 수만 명이 찾던 명소가 1990년대에는 불과 천 명 남짓 들르는 곳으로 급격히 퇴락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송도를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어 다행히 새롭게 태어나고 있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오염에 의해 옛 명성이 몰락한 만큼 이전의 아름다움 풍광과 진귀한 명물들에 얽힌 추억은 더욱 깊어진다.


# 올해 개장 100주년 사업 추진

- 출렁다리·다이빙대 복원, 이야기까지 살아났으면…

전국적으로 명성을 날리던 송도가 오염과 퇴락의 상징으로 전락하자 부산 서구청은 2000년부터 송도연안 정비와 친수공간 조성에 의욕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수질과 백사장 그리고 주변 경관이 상당히 개선되었다. 송림공원에는 커플의 프러포즈 공간인 '청혼광장'과 전망대, 정자(송림정)가 설치되고, 음악분수, 조형등대, 인공의 송도폭포 등도 조성됐다. 송도와는 별로 지연이 없어 보이는 가수 현인의 이름을 딴 광장을 만들고 현인가요제를 개최하는 대목에서는 기발함에 더해 절박감까지 느껴진다.

   
이러한 노력 덕분으로 발길을 돌렸던 해수욕객들이 돌아와 2012년에는 582만 명이 송도를 찾았다고 한다. 서구청은 내친김에 해수욕장 개장 100주년이 되는 올해를 새로운 송도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기대한다. 아무래도 송도 살리기의 백미는 잊힌 명물의 복원이 될 것 같다. 거북섬과 송림공원을 잇는 출렁다리, 해상다이빙대 그리고 천막 친 배위에서 유희를 즐기던 포장유선 등이 복원됐거나 복원을 앞두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이러한 시설물의 복원과 함께 추억과 이야기가 살아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첨단 다이빙대와 더 높고 긴 출렁다리가 삐걱거리고 기름때 묻은 추억을 대신할 수는 없으니까.


이상봉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부교수·정치학박사 지역정치 전공

※공동기획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의인문학연구단, 국제신문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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