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부활! 한일 신 실크로드 <10> 정보 수집가 통신사, 일본을 기록하고 배우다

'배울 것은 배우자' 日 각종 문물 눈여겨보고 꼼꼼하게 기록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15 20:26:5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764년 병고(兵庫) 입항도('대계 조선통신사' 7권, 명석서점, 1994에서 인용). 오늘날 고베 지역이다. 배 세 척에는 정사, 부사, 종사관의 배임을 알리는 깃발이 있다.
- 제술관 신유한이 쓴 사행록
- '풍월만 읊고 세상 흐름 몰라'
- 실학자 정약용 신랄한 비평

- 1763~64년 통신사 배우는 자세
- 정사 조엄, 고구마 적극 도입
- 선박·수차기술 등 기록하게 해
- 조선서 실제 사용방안 모색
- '일관기' '화국지' 등에 수록

■정약용의 질책

중국으로 가는 연행사로 뽑혀 고금의 온갖 문물과 책이 쌓여있는 베이징의 유리창 거리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은 조선 지식인의 선망 그 자체였다. 연암 박지원이 우연한 기회에 연행사 일원이 되지 않았다면 유명한 '열하일기'는 탄생할 수 없었다. 또한 북학파가 그렇게 중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모방하고 흠모한 것은 조선의 문화를 재구성해 보려는 욕망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중국으로 가는 연행길은 늘 북적거리고 요란하였다. 이와는 달리 험한 바닷길 탓에 산목숨으로 돌아오지 못할까를 걱정하고, 원수의 나라에 가는 굴욕감으로 가득했지만, 일본에서는 꼿꼿하게 한 수 가르쳐준다는 자세를 보인 통신사. 이런 통신사에게 신랄한 비평을 던진 이가 정약용이었다. 1719년 통신사 제술관이었던 신유한(申維翰)이 쓴 사행록에 대한 것이었다. 비평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신유한은 오직 풍월을 읊으면서 호기를 부리는 시인일 뿐이다. 외국에 사신으로 갔으면서도 사방이, 천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전혀 알아채지 못하고 남에게(일본인들에게) 기만을 당했으니 참으로 통탄스럽다'이다. 일본인들이 글 잘한다, 유식하다고 말해주는 것에 익숙해서, 정작 진짜 일본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는 평가일 것이다. 그러나 신유한이 일본의 문화와 사회에 무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쓴 '해유록'에는 일본에 가서 보고 들은 것을 적은 '문견잡록(聞見雜錄)'이 실려 있다. 그가 오사카를 갔을 때 본 출판문화는 부러움 그 자체였다. 다만 실학자 정약용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고 부러워하는 데에만 그친 신유한이 눈에 차지 않았던 모양이다.

■기록되는 일본

   
'보력신사기록(寶曆信使記錄)'속의 배다리 그림. 1764년 일본에 도착한 통신사들이 강을 건널 때 이용하였다(국사편찬위원회 소장).
물론 통신사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통신사 중에서 일본을 '기록하고', '배우는' 자세를 자주 보인 것은 1763~64년 통신사들이었다. 일본을 제대로 알고, 대처할 것은 대처하고, 배울 것은 배우자는 취지로 기록을 남겼다. 18세기 실학의 바람이 주효했다. 이 사행의 수장인 정사 조엄은 조선의 흉년을 극복할 고구마를 적극 도입하고, 일본의 선박과 제방 기술, 수차와 방아 기술을 눈여겨보고, 제작된 방법을 그리거나, 기록하도록 하고, 일본 지도도 그리게 하는 등 조선에서 실제 사용하는 방안들을 모색하였다. 정사의 노력은 같이 간 제술관 남옥(南玉)이 쓴 '일관기(日觀記)', 서기 원중거(元重擧)가 쓴 '화국지(和國志)'와 '승사록', 서기 성대중(成大中)이 쓴 '사상기'와 '일본록(日本錄)'에 보다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일관기'는 춘, 하, 추, 동으로 나뉘는데 통신사가 알아야 하는 범례는 춘에, 사행 일기는 하와 추에 실었다. 주목되는 것은 동에 '총기(總記)'를 실었는데, 즉 일본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담은 총체적인, 알아 두어야 할 것에 대한 기록이었다. 원중거와 성대중은 매일 쓰는 사행일기 외에 일본견문과 지식, 정보가 수록된 '화국지'와 '일본록'을 남겼다. 일본의 지형·지세, 최고권력자의 계보, 역사, 풍속, 물산, 종교, 학술, 각종 제도를 총 망라한 종합 정보학술서였다. 사행일기인 '승사록'과 '사상기'에도 일본 관련 정보를 상세히 수록하고 있다.

이들 책 속의 몇 가지 기록을 통해, 일본을 알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꼼꼼하게 기록하였는지를 살필 수 있다. 우선 일본 배에 대한 기록이다. 조엄이 그랬던 것처럼 이들 속에도 배 이야기가 많다.

   
'한객인상필화(韓客人相筆話)'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에 실린 조엄.
통신사 여정 중에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선박과 관련되어 있어, 선박에 관한 관심이 높았다. 항해 시간이 길고, 해협을 건너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선박이 파도에 밀려 표류하거나, 바람에 치목(방향조절하는 키)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았다. 남옥은 '일본 배는 돛에 다는 돛포로 반드시 면직물을 쓰고, 배보다 넓게 만들어서 바람을 받게 한다', '배가 지극히 가볍고 견고해서 틈이 없고, 헝겊을 사용하지 않아도 새지 않는다'고 하였다. 원중거는 '배의 정교함은 천하에 일본만 한 곳이 없다'고 하였다. 심지어 '임진왜란 때 중국을 침범하기 위해 조선을 업신여긴 것은 그들의 배와 조총을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일본 배의 단점도 있으니 잘 선택해야 한다는 평을 기록하였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조엄이 본 수차에 대해서도 제각각 기록을 상세히 해두었다. 남옥은 인력을 동원하지 않고도 성 밖의 물을 저절로 성 안 물길로 보내는 수차의 구조를 정밀하게 기록하였다. 원중거는 '큰 홈통을 끌어내어 밖에 수차를 매달아 물속에 세웠는데 제도가 물레와 다름이 없다'로 시작되는 수차에 관한 설명은 수차 바큇살이 몇 개인지, 나무와 나무를 결합해 수차를 만든 구조, 물이 흘러가는 물통의 구조와 방향까지 자세히 기록하여, 그날 일기의 반을 차지하였다. 금방 모형을 만들어도 될 정도의 기록이다. 그런데도 원중거는 '멀리서 바라보아서 그 대략만 안다'고 할 뿐이었다. 당시 일본에도 손이나 발을 사용해서 물을 대는 답차(踏車), 소차(小車)가 있었는데, 규모가 크고 당시로써는 최신식의 자동 수차에 대해 너도나도 신기해했고, 이것을 조선에도 써 볼 요량이었다. 이는 1711년 통신사 서기 남성중(南聖重)이 '저 이상한 기계를 보는 것도 기묘한 유람거리'라고 치부한 것과는 사뭇 다른 자세이다.


# 통신사 박서생의 기록

- 일본인 청결·위생 눈길
- 조선 의료기관에 욕탕, 상점 진열대 설치 주장

일본 여행을 하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도시, 농촌을 가리지 않고 깨끗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일본의 깨끗함은 이미 600년 전의 통신사 박서생(朴瑞生)의 눈에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1429년 6월 박서생을 정사로 한 통신사가 일본 교토(京都)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일본에 파견된 그간의 많은 사절단과 이번 사절단이 다른 것은 다녀온 후 박서생의 보고서 내용이었다. 그 내용을 보면 일본에서 본 것을 조선에서 시행했으면 하는 것들이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일본의 청결과 위생이었다. 노소 구분 없이 목욕을 좋아하고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을 좋아해서 큰집에는 저마다 욕실이 있고, 욕실을 갖추지 못하는 일반 백성은 마을 여러 곳에 설치된 욕탕에서 목욕한다고 전하고 있다. 그는 조선에도 제생원, 혜민국(혜민서)과 같은 서울의 의료기관, 지방의원과 광통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욕탕을 설치하자고 주장하였다.

   
일본의 시장에 상품이 청결하게 진열된 것도 본받자고 하였다. 그가 본 일본 상점은 저마다 '미세다나(見世棚)'라고 불리는 진열대를 만들어, 상품을 진열하기 때문에 먼지가 없고, 사는 사람도 쉽게 물건을 보고 거래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조선의 시장은 말린 것, 물기가 있는 것 상관없이 고기와 생선 등 식품을 모두 진흙 위에 두고 때로는 그 위에 앉고 심지어 밟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지만, 당시 정리정돈에 약한 조선 시장의 복잡한 모습을 기록하였다고 생각된다. 상점마다 선반을 칸칸이 만들어 어느 칸에는 무슨 물건을 파는지 이름표를 달면 깨끗하고 편리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일본의 청결과 위생만 거론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은 불교를 숭상하니 불교를 통해 일본과 더욱 친해질 수 있다는 일본과 사귀는 방법, 사람의 힘을 쓰지 않고도 돌아가는 수차 사용법, 무거운 현물 거래가 아닌 간편한 화폐 사용법, 강에 교량을 건설하여 왕래를 용이하게 하는 법도 기록하였다. 그러나 그의 보고는 '우리 백성을 잡아가는 왜적들을 응징하는 방법'으로 끝났다.

김동철 부산대 사학과 교수·한국민족문화연구소장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한국수력원자력(주)고리원자력본부, YK Steel(주)

※후원: 누네빛안과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아파트 두 채 합한 가격, 6억(공시지가) 넘으면 종부세 대상될 듯
  2. 2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9일(음력 5월 19일)
  3. 3부산시, 백양터널 행정소송 승소…혈세 300억 절약
  4. 4합천댐 물 끌어오나…정부, 부산 식수 대책 이르면 내달 발표
  5. 5 경남 산청 대원사계곡길
  6. 6대학으로 어촌으로…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혁신 전도사’로 PK 광폭행보
  7. 7서울 아파트 후폭풍…박민식·유재중·이진복 “출마 땐 처분”
  8. 8하늘 맞닿은 초원서 동해가 한눈에…강원도 ‘당일치기’ 가볼까
  9. 9부산형 ‘따뜻한 O2O’ 현대차도 힘 보탠다
  10. 10오동통 낙지, 뽀얀 전복…통영바다서 건져낸 해물 한상
  1. 1윤석열 “수사지휘 존중…독립수사본부 꾸리겠다”
  2. 2노영민 “7월 내 반포아파트 처분 … 국민 눈높이 미치지 못해 송구”
  3. 3남보다 못한 우리편…시의회 의장선거 여당 반란표가 11표
  4. 4서울 아파트 후폭풍…박민식·유재중·이진복 “출마 땐 처분”
  5. 5정세균 “한 채 남기고 다 팔아라”…당·정·청 고위직에 부동산 ‘역풍’
  6. 6정부, 내달 낙동강 물 공급 계획안 발표
  7. 7내년 부산 시장 선거에 '서울 아파트' 쟁점 점화
  8. 8부울경신공항 침묵 정치권에 불만
  9. 9국토위 PK 여당 0명 야당 4명…관문공항 제대로 챙길까
  10. 10예결위 부산의원 3명…내년 국비 기대반 우려반
  1. 1주가지수- 2020년 7월 8일
  2. 2 한국신발디자인공모전 개최
  3. 3 올뉴 아반떼 N라인 렌더링 공개
  4. 4 넥센타이어 우수 품질업체 선정
  5. 5금융·증시 동향
  6. 6트럭부터 경차까지…‘차박(차+숙박)’ 열풍에 캠핑카 쏟아진다
  7. 7 황금알이라던 BIFC(부산국제금융센터) 상가…카페만 북적, 곳곳 '임대·매매'나붙어
  8. 8항공업계 재편 ‘난기류’…제2 한진해운 사태 우려
  9. 9화물차 캠핑카로 개조해도 화물 운송기능 그대로 유지
  10. 10 서브원
  1. 1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63명…해외유입 3개월여 만에 최다
  2. 2부산 코로나19 신규 확진 ‘0’…러 선원 7명 완치
  3. 3오늘내일 내륙 곳곳에 소나기…모레 전국 확대
  4. 4WHO, 코로나19 공기감염 가능성 새로운 증거로 인정
  5. 5코로나19로 전국 480개 학교 등교 수업 중단…전날 대비 6곳↑
  6. 6거제 코로나19 확진자 2명 추가. 카자흐스탄 30대 40대 남성
  7. 7타워크레인 고공농성 벌인 50대, 9시간 만에 내려와
  8. 8‘손석희 공갈미수’혐의 김웅, 1심서 징역 6개월
  9. 9여름밤 해운대 해수욕장서 치맥 못 먹는다
  10. 10진주 화학제품 공장서 질산 용액 누출 … 인명 피해 없어
  1. 1이강인 ‘2호 골’ 드디어 터졌다 … 발렌시아 구한 감아 차기
  2. 2'야구로 하나되자' 롯데, 2차 응원 전한다
  3. 3부산 이동준, K리그1 10라운드 MVP 선정
  4. 4손흥민 박지성 홍명보 이영표, AFC 팬투표 월드컵 베스트 11
  5. 5286일 만에 터진 이강인 ‘극장골’
  6. 6불펜 악몽 ‘롯데시네마’ 또 돌아왔다
  7. 7류현진, 마스크 쓰고 캐치볼 훈련
  8. 8토트넘 VS 에버튼 선발 라인업 공개...‘손흥민 출격’
  9. 9“첫 대회부터 메이저급…부산오픈 지역 자긍심 높일 것”
  10. 10연장 12회 말 끝내기 역전포 허용... 롯데, 다잡은 경기 또 놓쳤다
우리은행
최원준의 음식 사람
제주 검은 쇠 '흑우'(하)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이중기 시인의 ‘어처구니는 나무로 만든다’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새 책 [전체보기]
친구에게(이해인 글·이규태 그림) 外
데미안을 찾아서(남민우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한과 눈물의 섬 독도에 바친 시
굴곡진 세상 묵묵히 살아낸 힘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음-공간’ - 두리김 作
‘Unsent letter’ - 손일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붉은 저녁 /전연희
달맞이꽃 /권갑하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소리꾼'의 이봉근
메가폰 잡은 정진영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살아있다’ 100만 관객이 주는 의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당연한 ’시간을 위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귀향, 또 다른 삶의 지평을 찾아서
시네마 리터러시를 향하여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7월 9일
묘수풀이 - 2020년 7월 8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9일(음력 5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8일(음력 5월 1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溫故知新
從吾所好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