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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자본주의 <11> 자본주의의 비밀 상자를 열다―칼 마르크스의 '자본론'①

기계 파괴하고 평등촌 세워도 왜 노동자 삶은 여전히 비참한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10 19:28:4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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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오웬과 그가 건설하고자 시도했던 이상촌 '뉴 하모니(New Harmony)'의 모습.
사회의 부와 생산력은 비약적으로 증대하고 자본가들은 더 부유해지는데 왜 우리는 더 가난한가?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채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수많은 노동자들은 이런 의문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노동자들이 그 원인으로 생각한 것은 바로 기계였다. 앞에서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산업혁명이란 바로 공장에 기계가 도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계가 도입되기 이전에는 노동과정이 주로 노동자들도 숙련에 의존하였다. 따라서 숙련의 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노동자들은 높은 보수와 존중을 받았다. 그러나 기계의 도입은 비숙련공은 물론 심지어는 여성과 어린이들도 솜씨 좋은 숙련공처럼 일할 수 있게 만들었다. 숙련공들의 보수는 곤두박질쳐 비숙련공이나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분노한 노동자들은 기계에 모래를 붓거나 부속품을 망가뜨려 작업을 방해하였다. 어떤 곳에서는 아예 망치로 기계를 부숴 부리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계파괴운동은 그 지도자의 이름을 따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킹 러드(King Ludd) 또는 넷 러드(Ned Ludd)라는 이 지도자가 실존 인물인지 아닌지, 개인인지 집단이나 조직의 별명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계를 파괴하는 노동자들.
러다이트 운동은 산업혁명 이후 노동자들이 일으킨 최초의 집단적인 저항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이 운동은영국의 공장제도와 노동자들의 생활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러다이트 운동이 실패한 직접적인 이유는 다수 노동자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 운동은 기계의 도입으로 몰락한 숙련공들, 옛 장인들 중심으로 일어났다. 노동자계급 안에서 비교적 기득권층을 형성했던 이들은 비숙련공들에 대해 권위적이고 차별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비숙련공들은 이들의 저항에 동참하고 협력하기보다는 오히려 숙련공들의 몰락을 반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러다이트 운동에 나선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대해 거의 무지하였다는 것이다.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자본가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기계의 자본가적인 사용이다. 기계가 노동자들을 위해 사용된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강도를 낮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계가 자본가를 위하여 사용되면 노동시간은 더 늘어나면서 노동자들의 분배 몫은 반대로 더 줄어들 뿐이다. 그러나 아직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라 기계의 자본가적 사용이 자신들을 착취한다는 사실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한 채였다.

러다이트 운동의 실패 이후에도 노동자들의 저항은 각지에서 끊이지 않고 일어났다. 노동운동이 점점 확대되면서 그 지도자들 가운데 몇몇 선구자들은 이렇게 자생적이고 산발적인 저항으로는 사회체제를 개혁하고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수 없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자본가들의 힘은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 걸쳐 있는 반면에 노동자들의 힘은 오직 단결에 있다는 자각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노동조합운동이 나타나게 된다. 영국에서 노동조합운동이 합법적으로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1824~25년에 걸쳐 '단결금지법(1799)'이 철폐되면서부터이다. 전국적인 노동조합조직은 1930년대 들어 나타나게 되는데, 1834년에 로버트 오웬(Robert Owen, 1771~1837)의 지도하에 결성된 '전국노동조합대연합(Grand National Consolidated Trades Union)'은 조합원 수가 50만 명을 넘었다. 그 당시 전국노조의 요구사항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10시간 노동제'였다.

   
'경제학-철학 수고'를 집필할 무렵의 청년 마르크스.
사상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영국 노동조합운동의 가장 중요한 지도자인 로버트 오웬은 상인이었던 부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불과 20세 때 맨체스터의 한 직물공장의 지배인이 될 정도로 능력 있는 경영자였던 오웬은 동시에 열정적인 사회사업가이기도 하였다. 그는 공장경영에서 얻은 이윤의 대부분을 노동자들을 위한 복지증진과 근로환경의 개선에 투자하였다. 아동노동의 금지와 임금하락을 수반하지 않는 노동시간 단축 등 오웬의 활동은 노동자들의 정신적, 육체적 생활조건의 개선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러나 단순한 공장환경의 개선만으로 노동자들이 처한 삶의 조건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는 없었다. 이를 위해서는 공장을 바꿀 것이 아니라 사회를 바꾸어야 했다. 그래서 오웬은 자신의 전재산을 들여 미국의 인디애나에 '뉴 하모니(New Harmony)'라는 평등촌을 건설하여 이상사회를 실현하고자 했다. 그러나 오웬의 시도는 소비의 공동화는 실현하였으나 그것을 뒷받침할 생산의 공동화를 실현하지 못함으로써 실패하고 말았다. 나중에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사회주의: 공상에서 과학으로(Socialism: Utopian and Scientific, 1880)'라는 책에서 오웬을 비롯한 초기의 사회주의 사상을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부르게 된다. 그 이유는 이들의 철학과 이론은 노동자들에 대한 동정심과 연민에서 출발하여, 사회구성원들의 도덕심에 호소함으로써 사회를 개혁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엥겔스는 사회주의가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결여된 자본주의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 1818~1883)의 '자본: 정치경제학 비판(Das Kapital: Kritik der Politischen Okonomie)', 즉 우리가 흔히 아는 '자본론'이 바로 사회주의를 공상에서 과학으로 만든 책이다.


#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 '경제학-철학 수고'

- 철학자·경제학자 경계 선 청년 마르크스의 탐구

   
마르크스는 예나대학에서 '데모크리투스와 에피쿠로스의 자연철학의 차이'라는 논문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흔히 마르크스의 학문적 관심은 전반기에는 주로 철학이고, '자본론'을 집필하는 후반기에는 경제학이라고 한다. 마르크스가 경제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된 계기는 영국 망명이다. 어쩔 수 없이 실업자가 된 마르크스는 매일 대영도서관에 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전학파 경제학자들, 특히 리카도의 경제이론을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마르크스의 사후에 그가 남긴 방대한 양의 유고들 사이에서 발견된 '1844년의 경제학-철학 수고(Okonomisch-Philosophische Manuskripte aus dem Jahre 1844)'는, 여전히 철학적 범주들을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청년 시절에 이미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탐구하고 있었음을 보여 준다. 철학자 마르크스와 경제학자 마르크스를 잇는 중요한 고리가 바로 '경제학-철학 수고'라는 뜻이다. 이 책에서 마르크스는 그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인 '소외(Entfremdung)'를 자본주의와 연결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① 생산수단의 소유로부터의 소외, ② 생산과정으로부터의 소외, ③ 생산물로부터의 소외, ④ 인간의 유적(類的) 존재로부터의 소외. 노동자들은 노동의 주체이고 생산의 주체이면서도 정작 그 노동생산물은 노동자들의 것이 아니다. 생산과정에서부터 이미 노동자들은 자본가의 통제와 감시를 받는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생산수단의 소유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생산과정과 생산물로부터 소외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유적 존재 즉 인간으로서 자기자신의 본질로부터 소외되고 마는 것이다. 바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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