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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한일 신 실크로드 <9> 통신사 은을 받다

쇼군이 사신단에 준 銀 수천 냥, 광해군이 새 궁궐 짓는데 전용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7-08 19:13:04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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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7년 통신사행 중 이성린이 그린 사로승구도의 금절하 그림. 1636년 통신사 일화를 추억하기 위해 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통신사대계 6권
- 수도 에도 오가는 행선지마다에
- 식량 찬거리 등 과도하게 제공
- 남은 것 돌려주면 금으로 건네줘

- 예의 명분 중시한 사신단 일행이
- 단호히 거절해도 막무가내 전달
- 동행하며 고생한 일본 짐꾼 위해
- 얕은 강물에 금 던져놓고 오기도

- 끝끝내 받지 않고 그냥 돌아오면
- 쓰시마번 통해 동래부로 보내와

■명분 내세워 금 거절

   
1637년 2월 통신 부사 김세렴이 쓰시마를 떠나면서 지은 시의 한 구절. 한국사학회 도록.
일본에서 통신사 행로 가운데 '이마기레가와(今切河)'라는 곳이 있다. 통신사행록에 금을 거절했다고 해서 금절하(金絶河) 또는 금을 던져 놓았다 해서 투금하(投金河) 등으로 나온다. 이곳은 2000년대 중반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나고야에서 도쿄로 가는 신칸센의 아라이(新居)역에서 가까운 지점이다.

1637년(인조 15) 1월 10일 통신 삼사(정사, 부사, 종사관)는 에도를 떠나 돌아오던 중 금화를 조선 사신단의 짐을 지고 가던 쓰시마 사람들을 위해 이마기레가와의 얕은 강물에 던져놓고 왔다. 애초 사신단은 일본 쪽에서 양식과 찬거리를 받았는데, 남은 것을 돌려주자 일본 쪽에서 다시 현물인 금으로 값을 매겨 보내온 것이었다.

이보다 5일 전에 사신단 일행 가운데 어떤 이들은 식료로 준 것이니 나눠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고 어떤 이들은 에도로 돌려보내는 것이 바르다고 하였다. 삼사는 금화를 에도로 돌려보낼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물속에 던져넣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 하여 군관과 역관으로 하여금 적절한 곳을 찾아서 처리하라고 지시하였다.

   
아라이(新居)관소 유적. 에도로 출입하는 인원을 엄중하게 단속하는 관소였다. 조선통신사대계
하지만 조선 군관이 1월 6일 후지가와(富士川)에서 금을 던져 넣으려 할 때, 쓰시마 관리에게 적발되어 난처한 경우를 맞게 되었고 번주 요시나리가 그런 일이 없도록 간청한 일도 있었다. 역관이나 사행원 중에는 금을 그냥 버리는 일을 두고 불만을 공공연하게 제기하기도 하였다. 결국 1월 10일 이마기레가와를 건너면서 얕은 강물에 금을 던져넣는 데 성공하였다. 사신은 지나친 접대를 모두 마다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다 돌려보내는 것은 공손하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고역을 치르는 쓰시마 사람들이 금화를 건져가도록 하면서도 쓸모 있는 물건을 헛되이 버리지 않는다는 뜻을 보이고자 하였다.

당시 통신 부사 김세렴(金世濂)은 사신단이 에도에서 귀로에 오른 뒤로 대접이 더욱 융숭해져서 지나는 곳마다 경쟁적으로 진귀한 음식을 올려 사신단 상하가 모두 불안하게 여길 정도였다고 기록하였다. 이때가 1637년 1월이었는데 눈보라 치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며칠째 거의 알몸 상태로 강을 건너면서 호위하던 일본인들 모습은 배를 타고 가는 사신들 눈에는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이었을 것이다.

꼭 1636년 병자년 통신사만이 아니라 모든 사행에서 조선 사신은 분에 넘치는 물품을 돌려주려고 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말단에서 고생하는 인원들이나 오사카에서 기다리는 격군들에게 물품을 나눠주어 노역을 달래주기도 하였다. 물론 역관들이나 중급, 하급 이하의 인원들 가운데는 일본에서 주는 물품을 되돌려 보내는 행위를 달가워하지 않은 부류가 적잖게 있었다. 삼사와 당상역관을 제외한 그 이하의 인원 간에 일본에서 받은 물화를 보는 시각이 달랐다는 사실은 사행록 여러 군데에서 나온다.

하여튼 금절하는 1636년 통신 삼사인 임광, 김세렴, 황호가 모두 기록으로 남겼고, 이후에 파견되는 통신사행이 이곳을 지나갈 때 명분을 중시하여 일본에서 과도하게 받은 물품을 두고 온 미덕으로 기억되었다. 또 17세기 이후 역관 지망생들이 일본어를 배우는 교재였던 '첩해신어'에도 '통신사가 금을 받지 않는다'는 장면으로 실렸다. 그리고 1747년 통신사행의 화원 이성린(李聖麟)이 그린 것으로 평가되는 사로승구도의 한 장면으로까지 묘사되었다.

■쇼군이 답례로 준 은 사용처는

   
하마마츠(濱松), 이마기레(今切), 아라이(新居) 묘사도. 에도에서 돌아가는 행로를 묘사한 그림으로 추정. 조선통신사대계 5권
1636년 통신사행의 투금 행위는 뒷날의 통신사행에 예의명분을 중시한 부분으로만 강조된 측면이 있다. 이런 것과 대비되게 1607, 1617, 1624, 1636, 1643, 1655년 통신사행에서 쇼군이 보낸 은 몇천 냥은 사신이 거절하기도 하고 일부분 되돌려 보내기도 하였지만, 어떤 경우에는 쓰시마번에서 다시 동래로 보내왔다. 길 안내를 맡은 쓰시마번은 통신사행이 받아갈 은이나 물품을 빠짐없이 챙겨서 사신단 귀환 후 동래 왜관으로 전달해 왔다.

이 은은 동래부에서 쓰시마 사신을 접대하는 데 쓰였고 빈번한 흉년을 구제할 목적으로도 사용됐다. 특히 1617년 통신사(회답겸쇄환사)의 경우 일본에서 받은 답례 은을 정통성 확립을 위해 골몰하던 광해군이 궁궐 공사 비용으로 전용했다. 이때 광해군이 심복을 부사(박재)로 보내어 쇼군의 답례품을 궁궐 조영하는 비용으로 쓰도록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다는 것을 '광해군일기'에서 읽을 수 있다.

임진왜란으로 인한 적대감이 남아 있어 일본은 불구대천의 원수로 표현되었다. 원치 않았던 국교 재개였지만, 조선이 1655년 통신사 파견까지 일본과의 관계에서 협력적 또는 수세적 위치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병자호란을 겪고 청의 강력한 탄압에 놓이면서 1682년 통신사가 갔을 때에는 명 부활을 위해 기병한 오삼계(吳三桂) 난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일본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하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화의 의식이나 명분 강조 의식은 오삼계의 난이 진압되고 노론의 집권이 확고해진 숙종대 중반 이후에 대외적 긴장감 해소와 더불어 공고화되는 것이다.


# 쇼군에 인삼 호피 매 등 선물하고 금 은 금병풍 일본칼 답례로 받아

통신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조선 국왕의 서찰과 예물을 주고 쇼군의 답서와 답례품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1607년 국교 재개 이후 여섯 차례 파견된 통신사행을 놓고 보았을 때 조선의 국서 내용은 크게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물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백저포, 흑마포, 백면주, 인삼, 호피 등이었다가 붓 종류, 색지, 매·준마가 새로 추가되었다. 쇼군이 좋아하는 매가 새로 들어갔다.

쇼군의 답례품은 은, 금, 금병풍, 금을 뿌린 물품, 일본산 칼 등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은이었다. 통신사행록이나 조선왕조실록에 분명하게 적혀 있지 않지만, 쇼군의 답례 물품 중에는 예조참판 앞으로 보낸 막부 집정의 답례품, 예조참의 앞으로 보낸 쓰시마 번주의 답례품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통신 삼사는 과도한 답례품을 사양하는 예가 많았지만, 길 안내를 맡은 쓰시마번은 이것을 조선 사자에게 전달하도록 애를 썼다. 1607, 1617, 1624년 일본에 사로잡혀 있는 조선인들을 찾아오는 임무가 강조되었던 사행에서는 자국에서 준비한 분량 외에도 일본에서 받은 은화가 더 사용되기도 하였다. 궂은 일을 담당하는 중급, 하급의 인원들에게 어느 정도 노고를 달래주기 위해 얼마간 은화를 나눠주기도 하였다. 특히 가장 고역을 담당한 격군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받은 은화를 나누어 주었을 것이다.

   
이렇게 일부분 쓰고 남은 은, 다시 말해 필요 이상으로 받지 않은 은화는 쓰시마번에서 챙겨 동래 왜관으로 갖다 놓았다. 기록에 따르면 6000냥이 넘기도 하였다. 이 은을 받는 것이 수치스럽다고 본 시각도 있었지만, 실상 연중 도해하는 쓰시마번 사신을 응대하는 비용으로 쓰였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두 전쟁을 겪으면서 조선은 궁핍한 가운데 일본 관계도 유지해야 했고 막대한 청나라의 폐백 요구에도 직면해 있었다. 왕위 정통성이 허약한 광해군은 1615년부터 새 궁궐을 두 군데나 지으면서 부족한 재화를 충당하기 위해 1617년 회답겸쇄환사의 답례 은을 가져다 썼다.


이상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임연구원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한국수력원자력(주)고리원자력본부, YK Steel(주)

※후원: 누네빛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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