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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자본주의 <9> 진보의 끝은 어디인가?-맬서스 '인구론' ②

'지주의 낭비'가 없다면 저 곡물을 누가 다 소비할 텐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26 19:25:51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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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곡물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곡물법폐지동맹의 포스터(왼쪽)와 곡물법 옹호 포스터. 곡물법폐지동맹의 포스터는 곡물법 때문에 빈곤해진 가정과 곡물법이 폐지될 경우 윤택해질 가정의 모습을 그렸다. 곡물법 옹호 포스터는 곡물법이 화려한 삶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한 마디로 생산력에 대한 찬미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스미스는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빈곤한 이유를 재화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생산능력을 늘여 더 많은 재화를 공급하면 당연히 빈곤과 부족은 해결하고 모든 사람들이 풍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는 것이 '국부론'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은 스미스 혼자만이 아니라 그 시대의 많은 사상가들과 경제학자들, 특히 고전학파라 불리는 스미스의 후계자들에게 공통된 것이기도 하다.

   
장 바티스트 세이 (Jean B. Say·1767~1832)(왼쪽), 데이비드 리카도 (David Ricardo·1772~1823). 세이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학을 프랑스에 소개한 인물이다. 고전학파의 진정한 완성자로 불리는 리카도는 성공한 주식중개인으로 정식으로 교육을 받은 적이 없으면서 우연히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고 감명받아 경제학 연구를 시작하였다.
애덤 스미스와 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의 생각을 가장 잘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세이의 법칙(Say's law)'이다. 맬서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프랑스의 경제학자 장 바티스트 세이(Jean Baptiste Say, 1767~1832)는 "공급은 그 스스로의 수요를 창출한다(Supply creates its own demand)"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후로 세이의 법칙은 고전학파 경제학자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 가운데 하나가 된다. 물론 공급이 스스로 수요를 창조한다는 말은 상품을 만들기만 하면 무조건 팔린다는 단순한 의미는 아니다. 세이의 법칙은 일시적으로나 부분적으로는 불균형이 있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시장은 반드시 공급과 수요의 균형상태를 찾아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스미스는 시장경제를 천체의 운동에 비유될 만큼 조화로운 질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믿음에 처음으로 찬물을 끼얹은 사람이 바로 맬서스이다. 그렇게 더 많이 생산하면 그 재화들은 도대체 누가 다 소비하는가? 상품이 팔리지 않으면 어떻게 시장에 균형이 있고 조화가 있단 말인가?

스미스의 계승자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맬서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평생의 라이벌이기도 했던 데이빗 리카도(David Ricardo, 1772~1823)이다. 맬서스와 리카도 시대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쟁점은 이른바 '곡물법' 논쟁이었다. 곡물법은 곡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리카도는 학문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곡물법' 폐지의 가장 적극적인 주창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리카도는 곡물가격이 하락하면 자본가뿐 아니라 그것을 소비하는 노동자들과 모든 사회계급들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곡물법'의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한 줌도 안 되는 지주의 무리들뿐이며, 따라서 리카도에게 지주는 사회의 발전과 모든 구성원들의 행복을 가로막는 계급이다.

그러나 맬서스는 반대로 지주야말로 이 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계급이라고 주장하였다. 생산능력이 증가할수록 소비도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 자본가는 축적하는 계급이어서 소비하지 않고 노동자는 소비하고자 하여도 너무 빈곤하여 소비하지 못한다. 따라서 생산과 소비,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위해서는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는 계급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주계급이 바로 그들이라는 뜻이다. 아무리 값싼 외국산 곡물이 수입되어 곡물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노동자들은 여전히 빈곤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수요는 증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주들의 수입 감소로 사회 전체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다. 시장에 나온 상품들은 팔리지 않게 되고, 결국은 치명적인 파국만이 기다릴 뿐이라는 것이 바로 맬서스의 주장이다. 맬서스의 이러한 생각은 나중에 20세기의 가장 논쟁적인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1883~1946)에 의해 유효수요(effective demand)의 이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의사뿐 아니라 실제 지불할 능력이 있어야 유효한 수요라는 뜻이다. 옳고 아니고를 떠나 맬서스는 경제학 역사에서 수요의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영원히 남을 만하다. 유명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 1936)'에서 케인스는 지난 100년간 맬서스가 아니라 리카도의 이론이 경제학을 지배했기 때문에 오늘날 경제학이 현실을 예측하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물론 케인스가 전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케인스에게 케인스의 시대적 과제가 있었듯이 맬서스와 리카도에게도 그들만의 시대적 과제가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유감스럽지만 그 시대가 선택한 경제학자는 맬서스가 아니라 리카도였다.

'곡물법' 논쟁에서 보듯이 리카도는 그 당시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빠르게 성장해 가던 부르주아 즉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 물론 리카도의 진의를 천박하게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는 진정으로 자본가계급의 이익이 그 시대 영국사회의 모든 계급에게 이익이라고 믿었으며, 자본의 축적과 생산능력의 확대가 사회와 역사의 진보를 이룰 것으로 믿었다. 말하자면 그는 자본주의 미래와 모든 계급의 행복에 대해 낙관했던 것이다.

이에 반해 맬서스는 비관론자였다. '곡물법' 논쟁에서 맬서스가 지주계급의 이익을 옹호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지주계급의 이익이 아니라 자본주의 미래였다. 말하자면 맬서스는 다만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역사적 변화, 기존의 질서와 안정을 위협하는 진보, 풍요와 복지가 아니라 반대로 빈민대중의 숫자만 늘일 뿐인 성장 등이 가져올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몸서리쳤던 것이다.


# 로마클럽 보고서 '성장의 한계'

- 인구증가를 대체할 현존하는 위협
- 환경과 자원의 기하급수적 파괴

   
'성장의 한계' 표지.
"연못에 수련(水蓮)이 자라고 있다. 수련이 하루에 갑절로 늘어나는데 29일째 되는 날 연못의 반이 수련으로 덮였다. 아직 반이 남았다고 태연할 것인가? 연못이 완전히 수련에게 점령되는 날은 바로 다음날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로마클럽(The Club of Rome)은 환경문제의 해결을 위해 모인 여러 나라의 학자들과 사회지도자들이 1968년에 결성한 범세계적인 연구기관이다. 로마클럽이 학자들은 물론 일반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고 권위를 가지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바로 경제성장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발한 '성장의 한계(Limits to Growth, 1972)'를 출판하면서이다.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 나오는 이 수련의 비유는, 저자들이 스스로 의도했든 아니든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인구론'의 기본명제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맬서스가 '인구론'을 쓰던 시대와 많이 다르다. 여러 피임방법들이 보급되면서 인구는 더 이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않으며, 반면에 농업기술의 진보로 식량생산은 오히려 과잉상태일 때가 많다. 그렇다면 '인구론'은 더 이상 무의미한 책인가? 다른 위대한 고전들과 마찬가지로 '인구론'은 오늘도 우리에게 새로운 성찰의 화두를 던져 준다. 산업혁명 이후 지난 이백 수십년 동안 인류가 이룩한 경제성장은 참으로 놀랍다. 아마 애덤 스미스가 현대사회의 이 엄청난 생산능력을 본다면, 놀라움을 넘어 정신을 잃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성장은 자원을 사용하고 환경을 파괴한다. 물론 자연은 스스로 자원을 재생산하고 환경을 복구하는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자원과 환경의 회복은 산술급수적으로 이루어지는데, 성장을 위한 남용과 파괴는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내일이 되면 연못은 온통 수련으로 덮이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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