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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한일 신 실크로드 <7> 믿음 속의 고난과 갈등, 흔들리는 통신사

외교의례 격 놓고 자존심 싸움…통신사, 난항을 겪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24 19:51:1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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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년 역지통신사 일행이 쓰시마에서 객관으로 이용했던 고쿠분(國分)사.
- 4배례 굴욕 논란부터
- 하쿠세키의 의례 개혁
- 국휘·국서 수정문제 등
- 비판·분쟁 잦아지고

- 막부와 조선 조정
- 재정적인 이유 들며
- 파견 연기 등 입지 흔들

- 1811년 쓰시마에서
- 약식으로 국서 교환한
- 역지통신사로 왕래 끝나

■험난한 바다, 목숨을 건 항해

조선에서 일본에 파견된 통신사 사행원은 대략 500명 내외였다. 그들은 부산에서 출발한 후 쓰시마를 경유해 오사카에 정박할 때까지 여러 달 동안 바다를 항해했다. 에도에서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올 때는 반대로 길을 되짚어왔다. 육로와 해로를 합쳐 이들이 왕복한 거리는 4000㎞가 넘었으며 8~12개월이나 걸리는 길고 험난한 여정이었다.

1748년 통신사 일행은 2월 부산에서 출발했다. 예정대로라면 쓰시마의 서북쪽에 위치한 사스나(佐須奈)로 가야 했지만, 역풍이 불어 쓰시마 북단의 와니우라(鰐浦)에 정박했다. 이곳에 발이 묶인 통신사 일행은 바람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부기선(副騎船)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발생해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결국 부기선은 다 타 버렸고 사령(使令)과 악공(樂工) 한 사람씩 목숨을 잃었으며, 겨우 탈출하여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의 모습도 참담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렇게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1763년에도 통신사는 파견되었다. 그러나 1763년 통신사 일행 역시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부산에서 출발한 통신사 일행은 불과 50㎞ 거리에 있는 사스나까지 가면서 열두 시간 동안 배 안에서 사투를 벌인 후에야 겨우 쓰시마의 사스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시 배 안의 사람 모두 만 번 죽다 한 번 살아났다고들 했으며, 뱃 멀미가 아주 심한 사람은 얼굴이 푸르죽죽하게 검어지고 입으로는 누런 물을 토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리고 아이노시마(藍島)로 가는 중에는 통신사행이 탄 배가 풍랑에 휩쓸려 서로 충돌하여 난파할 위험에 빠졌고 배를 탄 사행 모두가 뱃 멀미로 고생했다. 겨우 아이노시마에 다다랐을 때 부기선은 결국 침몰해 버렸다.

통신사 일행이 가야 했던 바닷길은 이처럼 위험천만했기 때문에 통신사로 선발되면 목숨을 거는 다짐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통신사행 일원으로 선정된 후 고사하는 일도 있었다. 1764년 통신사 일행의 인선 과정에서 통신사행의 최고 책임자인 정사(正使) 직으로 선정된 정상순(鄭尙淳)은 일본행이 멀다는 이유로 거부하였고 결국 3년간 김해로 유배를 가야 했다. 그런데 통신사 일행의 고난은 바닷길에서 끝나지 않았다.

■의례를 둘러싼 논쟁

   
아라이 하쿠세키.
조선 국왕의 국서를 장군(쇼군·일본 천황을 대신해 실제 일본을 통치한 최고 권력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조선과 일본 사이에서 심각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선 국왕의 국서를 장군에게 전달할 때 통신사 일행 가운데 세 명의 사신과 수석 통역관이 국서를 받들고 넓은 대청으로 나간다. 100평이 넘는 대청에는 많은 다이묘(大名)들이 줄지어 앉아 있고, 수석 통역관이 무릎을 꿇고 국서를 받들어 쓰시마 번주에게 건네준다. 쓰시마 번주는 무릎을 꿇고 국서를 받아 집사(執事)에게 전하고 집사는 이것을 장군의 자리 옆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세 사신이 국서 앞에서 네 번 절을 한다. 이것을 4배례라고 하는데 4배례란 신하의 예를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조선 측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일본 측이 사신은 국왕이 아니고 신하라고 강경하게 반론하여 결국 조선 측이 양보했다. 4배례가 일본의 장군에게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신 앞에 놓여 있는 조선 국왕의 국서에 대해 절을 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다툼을 끝냈다. 1764년 통신사행 최고책임자였던 정사(正使) 조엄이 쓴 '해사일기'라는 사행록을 보면 "4배례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진실로 한심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으며, 국왕이 내린 선물을 마루 위에 진열하고, 선물로 가져간 말을 뜰아래 세워 놓은 상황을 조선을 경시하는 태도로 인식했다. 4배례 등을 비롯한 국가의례에 대해 통신사 일행 중에는 굴욕감을 갖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1711년, 6대 장군 이에노부의 정책고문이었던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는 장군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조선에서 파견되는 통신사를 계기로 대폭적인 외교의례 개혁을 시도했다. '대등'과 '간소'를 원칙으로 표방했지만, 조선의 입장에서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의례를 둘러싼 논쟁 가운데 국휘(國諱) 문제와 국서의 수정문제는 외교분쟁으로 비화하였다. 발단은 막부 장군의 회답서에 조선 국왕의 실명 한자인 휘자(諱字)가 있어 통신사가 받지 않고 거부한 데서 시작되었다. 하쿠세키는 조선의 국서에도 광(光)자가 있는데 이는 3대 장군 이에미쓰(家光)의 휘자로 조선의 국서를 먼저 고쳐주면 답서도 고쳐주겠다고 요구하고 나서면서 양쪽 간에 팽팽한 대립이 일어났다. 긴 논쟁 끝에 일본 측 국서를 수정함과 동시에 조선 측 국서도 조선으로 돌려보내 수정하여 쓰시마에서 교환하자는 이례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이 문제로 통신사행의 일부 책임자는 귀국 후 '나라를 욕되게 한 죄'로 관직박탈이라는 처벌을 받아 한양엔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고향으로 가야 했고, 교섭의 실무를 담당했던 통역관은 유배에 처하거나 곤장형의 처벌을 받았다. 통신사를 중심으로 조선과 일본 사이에 행해졌던 의례는 양국이 각기 자존심을 지키려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에 크고 작은 마찰이 계속 이어졌던 것이다.

■흔들리는 통신사

1787년 4월 11대 장군이 취임했다. 막부는 관례에 따라 새로운 장군이 취임한 사실을 조선에 알리고 그로부터 2년 후에 통신사를 파견해 달라고 요청해야 했다. 그러나 막부는 쓰시마번에 다시 통신사 파견을 연기하도록 조선과 교섭할 것을 명령했다. 통신사를 맞아들이는 데에 필요한 막대한 경비는 막부나 여러 다이묘 그리고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피폐한 피지배계층에게 큰 부담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통신사가 일본에 갔을 때 막부와 여러 영주가 쓴 총비용은 금 100만 냥 정도로 일본의 연간 쌀 수확량의 12%에 해당하며, 현재의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000억 원이나 된다.

   
일본의 통신사 파견 연기 요청에 대해 조선에서는 이전에 없던 일이라고 거절하였다. 그런데 1791년 막부는 쓰시마번을 통해 에도가 아닌 쓰시마로 장소를 바꾸어 조일 간의 국가 의례를 거행하는 역지통신(易地通信)을 조선에 제안하였다. 그 후 양국 사이의 교섭은 오랜 기간 난항을 겪었다. 당시 조선은 자연재해로 대규모 기아민이 발생하고 양반 계층의 당쟁 격화와 기강해이가 만성화되어 조정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었다. 조선에서는 재정을 절감할 수 있는 역지통신에 대해 고려하는 자세를 취하고 역지통신이 막부의 요청인 것을 확인한 후 1807년 역지통신에 합의했다. 이로써 1811년에 쓰시마번에서 역지통신이 실현되었는데, 11대 장군 이에나리가 장군직을 계승하고 24년 만이었다.

1811년 역지통신사 이후 도쿠가와 정권은 57년간 4대에 걸쳐 존속했고 장군이 교체될 때마다 조선과 일본은 통신사 파견교섭을 계속했다. 그러나 재정난과 에도성의 화재 등의 이유로 연기되었고, 막부 말기에는 서양선박 소동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로써 1811년 역지통신사가 최후의 통신사가 되었다.

허지은 서강대 인문과학연구소 연구원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한국수력원자력(주)고리원자력본부, YK Steel(주)

※후원: 누네빛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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