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의 '법고창신' <4> 명지(鳴旨)와 소금

명지를 대표했던 자염과 노초수공업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20 19:32:31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인류에게 소금과 풀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다. 소금과 풀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왔다. 우리 역사에서도 소금의 가치는 각별했다. 조선은 각 지역의 소금 생산장인 염분을 분류, 목록화하고 관리하였다. 이렇게 관리된 소금은 쌀이나 포로 바뀌어 국가재정, 지방 재정이 큰 보탬이 되었다. 특히 소금은 대규모 기아사태를 해결할 때 가장 중요한 자원이었다. 흔히 기근이 찾아왔을 때 환곡, 즉 곳간을 열어 쌀을 나누어 주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경제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다름 아닌 소금이었다. 우리 조상은 먹을 것이 없어지면, 들판으로 나가 풀뿌리를 캐어 먹거나 나무껍질이나 연한 풀의 속을 먹었다. 그러나 도저히 그냥 먹을 수 없는 것은 나라로부터 구황염(救荒鹽)을 타 간을 쳐먹었던 것이다.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이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조선 시대 널리 쓰이던 소금 생산방식은 자염(煮鹽)이었다. 자염이란 염분이라 불리는 대형 가마에 염도가 높은 정수된 바닷물을 넣고 끓여서 만드는 소금, 혹은 제작공정 자체를 말한다. 자염에 쓰이는 바닷물은 미네랄이 높은 진흙에 정수했기 때문에 천일염보다 품질이 훨씬 우수했다. 20세기 초 조선의 자염은 1831엔(일본 화폐 기준), 일본에서 같은 방식으로 생산한 전오염은 1335엔, 대만과 청의 천일염은 1000엔 수준이었다는 사실로 그 품질을 유추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염은 생산단가가 너무 높았다. 이유는 자염을 끓일 때 소모되는 땔감의 비용이 대단히 많이 들었다는 데 있었다. 조선을 일종의 군수공장으로 만들려 했던 일제는 인천을 시작으로 북한 지역에 대대적으로 천일염전을 세웠다. 값싸고 생산성이 좋은 소금을 많이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때 충청, 전라, 경상도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 있던 염분은 자연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방 이후 남한의 소금 공급이 부족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고, 이승만 정부 또한 천일염전을 대대적으로 세우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전통의 자염은 안타깝게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소금과 노초수공업의 발달, 즉 소금 생산과 노초수공의 재료인 갈대가 많이 생산되어 조선의 지역적으로 교류나 생산까지 중요한 지역이 명지(鳴旨)였다. 해방 이후 천일염업의 성행과 플라스틱 제품의 등장에 따라 명지의 자염업과 갈대로 만든 노초수공업 또한 쇠락하고 말았다. 이러한 업들은 몇몇 뜻있는 인사들이 발기하여 중흥을 꾀하였지만 천일염보다 경제성이 떨어졌기 때문에 지속성 있는 사업이 되지 못하였다. 아쉬운 점은 산업적, 경제적 실패 때문만은 아니다. 이 지역의 소금과 노초수공업은 영남지방 전체와 낙동강 물줄기를 타고 우리 조상의 노동, 음식, 주거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앞서 살펴보았듯이 기술사적 맥락에서도 그 의미가 남달랐다. 오늘의 우리 모습은 과거의 지층이 쌓이고 쌓인 결과일진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에는 유명한 '소금 박물관'과 '태평염전'이 있다. 두 곳은 모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소금의 역사와 문화를 담고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소금에 대한 인식을 산업 외적으로도 확대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흔적을 더는 찾기 어려운 지금의 명지도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증도는 천일염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우리 전통의 제염방식인 자염의 대표적 생산지였던 명지도 역시 적어도 그만한 가능성을 이상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섬 전체가 온통 갈대밭이어서 갈대를 이용한 '노초수공품'이 특산물이었다고 하는 명지가 좋은 환경과 더불어 주변에서 짚풀을 채취하는 학습의 장이 될 수도 있다. 소금의 문화와 역사, 짚풀의 문화와 역사가 부산의 도시 이미지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권민수 한국민속문화원 이사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돌려차기남’ 신상 공개한 유튜버…‘사적 제재’ 찬반 격론
  2. 2‘감정노동현장’ 콜센터 취업기 <상> 폭언에 손 덜덜…화장실도 보고하며 가 방광염 달고 산다
  3. 3정체성 혼란? 열등감? 판타지? 정유정 범행동기 미스터리
  4. 4황보승희 정치자금법 수사…與 초선 풍파에 교체론 커지나
  5. 5218만원 받는 ‘욕설 지옥’…부산 청년일자리 민낯
  6. 6[정가 백브리핑] ‘영원한 형제’라던 권성동·장제원, 상임위서 또 이상기류
  7. 7집행위원장 없는 첫 BIFF
  8. 8“휴양지 춤축제 차별화 위해 예술감독 둬야…연극제와 통합도 고려를”
  9. 9기세 오른 롯데도 “스윕은 어려워”
  10. 10소아·산부인과 감소 속 정신과는 2배 늘었다
  1. 1황보승희 정치자금법 수사…與 초선 풍파에 교체론 커지나
  2. 2[정가 백브리핑] ‘영원한 형제’라던 권성동·장제원, 상임위서 또 이상기류
  3. 362년 만에 격상…국가보훈부 5일 출범
  4. 4"선관위·민주당 공생관계 의심"…국민의힘, 선관위 채용세습 맹공
  5. 524일 귀국 앞둔 이낙연 "대한민국 정치 길 잃었다, 할 일 다할 것"
  6. 6민주당 후쿠시마·노동·언론정책으로 대정부 비판 수위 높이지만...
  7. 7민간단체 1.1조 사업서 1865건 부정·비리 적발, 지자체도 전자증빙 시스템으로 개선
  8. 8김기현, 선관위에 "국민의 인내심 시험하느냐"
  9. 9여야 "선관위 국정조사 하자"면서도 기간 범위엔 '이견'
  10. 10이재명 대표 "해운대 바다에 세슘 있다하면 누가 오겠냐"
  1. 1김영득 부산항만산업총연합회장, 바다의 날 기념식서 은탑산업훈장
  2. 2“안전한 수산물 지키기, 시나리오별 대책 준비”
  3. 3생필품 10개 중 8개 올랐다(종합)
  4. 4영남권 민자고속도로 지난해 통행료 수입 저조
  5. 5정부, “가덕신공항 건설, 2030 엑스포 부산 유치와 관계 없이 진행할 터”
  6. 6‘해수욕장 불청객’ 해파리, 올해 여름에도 기승부릴 듯
  7. 7항공기 내 불법행위, 5년 4개월 동안 292건 발생
  8. 8주택담보·전세대출 금리 하단 3%대…가계대출 다시 증가
  9. 9부산엑스포 4차PT 앞두고 대기업들 '힘모으기'
  10. 10“역전세 위험 가구 52.4%…깡통전세는 8.3%”
  1. 1[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돌려차기남’ 신상 공개한 유튜버…‘사적 제재’ 찬반 격론
  2. 2‘감정노동현장’ 콜센터 취업기 <상> 폭언에 손 덜덜…화장실도 보고하며 가 방광염 달고 산다
  3. 3정체성 혼란? 열등감? 판타지? 정유정 범행동기 미스터리
  4. 4218만원 받는 ‘욕설 지옥’…부산 청년일자리 민낯
  5. 5소아·산부인과 감소 속 정신과는 2배 늘었다
  6. 6오늘의 날씨- 2023년 6월 5일
  7. 7양산시 웅상선 광역철도,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 일부 드러나
  8. 8'호텔 시행사 250억 횡령·잠적' 합천군 부실한 감독 도마 위
  9. 9부산 어린이대공원에 실감형 가상 동물원 조성된다
  10. 10부산 강서차고지 개장 40여일 유예...市 노선변경 재검토
  1. 1기세 오른 롯데도 “스윕은 어려워”
  2. 2‘부산의 딸’ 최혜진, 2년7개월 만에 KLPGA 정상
  3. 3수비의 본고장 정복한 김민재, 아시아 선수 첫 ‘수비왕’ 등극
  4. 4AI가 꼽은 ‘여자 스포츠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
  5. 5맨체스터의 주인은 맨시티
  6. 6만루홈런 이학주 "양현종 투구 미리 공부…독한 마음 가지겠다"
  7. 7"나이지리아 나와" 한국 8강전 5일 새벽 격돌
  8. 8‘봄데’ 오명 지운 거인…올 여름엔 ‘톱데’간다
  9. 9‘사직 아이돌’ 데뷔 첫해부터 올스타 후보 올라
  10. 10박경훈 부산 아이파크 어드바이저 선임
우리은행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전선 살피러 온 명나라 관리 감탄 “수군 위용이 훌륭하오”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18세기 서구도 ‘한국해’ 인정…당시 영국 지구모형에 선명한 증거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고달픈 청춘과 나눈 시적 교감 外
예술가 아닌 개인 고갱은 어떨까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나무를 말하다 /하정철
빈집 달팽이 /박옥위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
뮤지컬 영화 ‘영웅’ 윤제균 감독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드림’의 아이유
‘길복순’의 전도연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쏟아지는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대작…올 여름 누가 웃을까
넷플릭스 25억 달러 투자계획…K-콘텐츠 이젠 실리 따질 때다
일인칭 문화시점 [전체보기]
손민수가 2년 전 약속한 협연 무대, 관객과 로비인사 재개도 감개무량
더 순박한 인니판 ‘7번방의 선물’ 몰랐던 세계, 동남아 영화를 만나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민중의 짓밟힌 꿈…오늘날과 닮은꼴
‘별종 가족’의 아름다운 해산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6월 5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3년 6월 1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사운드 오브 메탈 sound of metal
서울전자음악단 ‘서로 다른’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3년 6월 5일(음력 4월 17일)
오늘의 운세- 2023년 6월 1일(음력 4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부채는 주인의 마음이라는 숙종 대의 문신 최창대
매사 억제하고 절제해야 한다는 노자의 이야기
  • 부산항쟁 문학상 공모
  • 부산엑스포키즈 쇼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