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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자본주의 <6> 시장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애덤 스미스 '국부론' ①

나는 지켜봤다, 생산력 혁명의 메커니즘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05 20:34:16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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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Adam Smith
"우리가 저녁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이나 양조장 주인이나 빵집 주인의 자비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에 대한 그들의 관심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의 인간성에 호소하지 않고 그들의 이기심에 호소하며, 그들에게 우리 자신의 필요를 이야기하지 않고 그들의 이익을 이야기한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

- 장인 한 명이 아무리 애써도
- 핀 10개밖에 만들지 못하는데
- 단순 노동자 10명은 분업을 통해
- 4800개의 핀을 생산했고
- 애덤 스미스는 그것을 목도했다

- 자본주의의 근간인 거대 생산력이
- 어디에서 오는지 체계적으로 규명한
- 최초의 인물, 그가 바로 애덤 스미스다

경제학이라고는 전혀 배워 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경제학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으면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라고 대답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바흐 음악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사람도 음악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으면 바흐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다.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말하면서 정작 스미스를 읽어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스미스에게 경제학의 아버지라는 이름을 선사한 것은 바로 '국가들의 부의 본질과 원천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 흔히 줄여서 '국부론'이라고 부르는 책이다.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과연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것일까? '국부론'은 너무나 유명한 핀 공장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무리 솜씨 좋은 장인이라 하더라도 혼자서는 하루에 열 개의 핀을 겨우 만들 수 있을 뿐이었는데, 철사를 늘이고 자르고 갈고 핀 대가리를 붙이고 두드리는 공정들을 나누어 분업을 했더니 전혀 숙련되지 않은 10명의 노동자가 하루에 4800개의 핀을 만들더라는 것이다.

자본주의를 그 이전에 존재했던 다른 경제체제들과 구분되게 하는 가장 주요한 차이 가운데 하나는 바로 이렇게 거대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생산력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수많은 공장에서 엄청난 양의 상품들이 매일같이 쏟아져 나온다. 그 많은 상품들이 도대체 어디로 유통되어 누구에게 소비되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물론 140여년 전 이제 겨우 산업혁명에 접어들던 시대의 영국과 현대 사회를 비교할 수는 없겠다. 그러나 당시의 기준에서 보자면 대량생산의 시대와 처음 마주친 영국인들의 충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것이었을 터이다. 애덤 스미스는 자본주의의 이 거대한 생산력이 어디서 오는가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규명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물론 매일 4800개의 핀이 공장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당연히 스미스 혼자만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었을 뿐 아니라, 노동자들은 직접 핀을 만들었고 사업가들은 그 핀들이 자신에게 줄 이익을 계산하였다. 하지만 누구도 자신이 목격하고 직접 참여한 그 장면의 의미를 애덤 스미스만큼 잘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우리가 스미스를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국부론'의 속표지.
애덤 스미스가 목격한 그 핀 공장은 어떤 곳이었을까? 자본주의적 생산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거대한 규모의 대공장을 떠올린다. 물론 스미스가 살았던 당시의 공장은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규모였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처음 만나는 거대한 작업장이었음에 틀림없다. 그 시대의 공장들은 매뉴팩처(manufacture)라고 불렸다. 흔히 '공장제 수공업'이라고 번역하는데, 공장은 공장이되 아직 본격적으로 기계가 도입되지는 못하고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수공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세의 도시는 봉건 영주들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래서 몰래 도망쳐 도시로 가는 농민들도 많았다. 도시로 도망쳐 1년만 지나면 영주도 함부로 구속할 수 없는, 자유로운 신분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의 공기에는 자유의 냄새가 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영주의 지배로부터 자유롭다고 해서 모든 도시 주민들이 차별 없는 삶을 누린 것은 아니었다. 도시의 권력을 장악한 것은 상인들이었다. 상인들은 높은 가격으로 원료나 도구를 임대하고, 생산물은 낮은 가격으로 후려치는 수법을 이용해 수공업자들을 지배하였다. 이번에는 수공업자들 내부에서도 차별은 있었다. 장인이라 불리는 수공업자 조직의 가장 상위에 위치한 이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강화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그 아래에 위치한 직인들을 억압하였다. 그 당시에는 장인들만이 자신의 이름으로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장인들은 직인들이 독립하여 장인이 될 자격을 갖추어도 독립을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직인들이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였다.

직인들 가운데 일부는 다시 농촌으로 돌아가 자신의 작업장을 열었다. 영주들의 권력과 통제가 약화됨에 따라 도시보다 오히려 농촌에서 작업하기가 더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은 그다지 풍부한 자금을 가지고 있지 못하였다. 그래서 처음 이들이 시작한 작업장은 낡은 오두막을 빌어 베틀 한두 대를 놓은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누구의 감독이나 지배 없이 스스로의 경영적 판단에 따라 생산하고 판매하여 그 잉여를 축적하였다. 이들과 같은 시대에 상인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생산했던 수공업자들은 거의 아무 것도 축적하지 못하였다. 상인들이 잉여분을 모두 가져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립 수공업자들은 작은 규모에서 출발했지만 점점 생산하고 축적하여, 베틀 한 대를 더 들이고 또 한 대를 더 들이는 식으로 생산규모를 확대해 갔다. 생산규모가 오두막 안에 놓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자 이들은 큰 공장을 짓고 자신이 경영하는 베틀을 모두 한 곳에 모았다. 이것이 매뉴팩처이다. 흔히 애덤 스미스가 살았던 시대를 '본래의 매뉴팩처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바로 이러한 생산방식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 매뉴팩처에 직조기나 방직기 같은 기계들이 도입된 것이 바로 우리가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라고 부르는 역사적 사건이다. 애덤 스미스는 바로 그러한 시대를 살면서, 자본주의의 이 거대한 생산력이 어디서 오는가를 가장 근원적인 문제에서부터 추적했던 것이다.


# 사람들은 왜 교환을 하는가…루소는 "이익" 스미스는 "본능"

■ 애덤스미스와 장 자크 루소

- '교환은 본능이다'
- 다시말해 '시장경제는 인간의 본능이다'

   
장 자크 루소 Rousseau- 루소의 동상. 프랑스 계몽주의 운동을 대표하는 사상가.
자본주의의 생산력이 분업에서 온다면, 사람들은 왜 분업을 할까?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경제체제가 피어나던 그 시대의 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들은 교환의 본질에 대하여 고민하였다. 가령 프랑스의 계몽사상가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의 '에밀(Emile, 1762)'은 교육에 관한 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루소는 여러 쪽에 걸쳐 분업과 교환에 대해 이야기한다. 분업에 대한 스미스의 접근은 당연히 경제학적인 반면, 루소의 접근법은 사회학적이고 교육학적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분업을 하는가에 대해 두 사람이 내놓은 대답은 또 반대이다. 루소는 교환이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이라고 지극히 경제학적으로 대답한다. 그런데 스미스는 사람들이 교환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궁극의 목적은 인간의 본성을 심오하게 통찰해 보려는 데 있다. 스미스는 교환에 기초한 경제체제, 다시 말해 우리가 시장경제라고 부르는 이 체제야 말로 인간의 본성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질서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에게 교환 본능이 있어서 분업을 한다는 말은, 이 질서가 인간의 본성은 물론 자연의 법칙과 더 나아가서 우주의 질서에 가장 부합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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