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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한일 신 실크로드 <4> 통신사, 역관이 남긴 기록

일본어 회화 실력은 역관보다 동래부 소속 소통사가 뛰어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03 20:30:1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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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행렬도에 보이는 당상역관의 모습. 사신 다음가는 예우를 받았다.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조선통신사행렬도'.
- 역관들, 日人 만날 기회 적지만
- 소통사는 쓰시마인과 자주 대화
- 중국어 역관도 동행, 정보 수집

- 일본 다녀온 역관 사행록 총 4종
- 역할·임무에 따라 내용도 달라
- 김현문, 네덜란드인과 만남 기록
- 오대령은 중국·일본 모두 경험

■소통사 회화 실력 역관보다 나아

   
쵸후번에서 당상역관에게 제공했던 배의 모습. 오사카시문화재협회 소장 '상상관제삼선도(上上官第三船圖)'.
통신사행에서 사신을 머리라고 한다면 통역을 담당했던 역관은 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항해에 관련된 인원을 제외한다면, 사행원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역관이었다. 우선 세 사신에게는 당상역관 1명씩 딸려서 총 3명의 왜학역관이 수행하였다. 이들은 상상관(上上官)이라고 해서, 사신 다음가는 대접을 받았다. 비록 중인이기는 했지만 일본에서만은 양반보다 높은 대우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회화 연습할 기회가 없어서인지 실력은 좋지 못했던 것 같다.

1682년 부사 이언강의 당상역관이었던 변승업은 한양에서 첫손가락에 꼽히는 거부라고 '허생전'에 나오는데,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기는 했어도 일본인들이 그가 하는 일본어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할 정도였다. 당시 이언강은 답답하였는지 변승업을 물리치고 한문 필담을 통해 직접 일본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 외에 상통사 3인, 차상통사 2인, 압물통사 4인 등이 중앙에서 파견되었는데, 이들의 일본어 실력도 당상역관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가운데 상통사 1인과 압물통사 1인은 한학통사, 즉 중국어 역관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에 있는 외국인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려고 데려간 것이었는데, 오히려 중국어를 하는 일본인과 교류하면서 왜학역관보다 더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중국 땅을 밟을 수 없는 일본인들에게 중국에 다녀온 한학통사는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반면 실질적인 통역의 역할은 쓰시마인들과 더불어 소통사들이 했다. 모두 10인이 파견되었던 소통사는 본래 동래부 소속으로, 왜관의 쓰시마인과 일상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의 일본어 실력은 상당한 수준이어서, 이들이 지은 와카가 남아있기도 하다. 통신사가 묵는 객관 문 앞에는 일본인들이 늘 북적거렸는데, 소통사들은 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물건을 사고팔기도 하였다.

■역관 사행록 총 4종

   
동래의 소통사들은 왜관의 쓰시마인들과 늘 교류하였기 때문에 중앙의 역관들보다 회화실력이 월등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변박의 '왜관도'.
1747년 통신사였던 홍계희는 통신사 기록을 널리 수집하여 '해행총재(海行摠載)'를 편찬하였다. 이 책은 서명응을 거쳐 1763년 통신사에 임명된 조엄의 손에 들어갔다. 조엄은 '해행총재'에 실려 있는 사행기록 가운데 역사(譯士), 즉 역관의 기록으로 홍우재와 김지남, 김현문의 '동사록'을 언급하였다. 현전하는 '해행총재'에는 김현문의 기록이 빠져있다. 그러나 필사본이 일본 교토대학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 외 1763년 사행에 참여했던 오대령의 '명사록'이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일본에 다녀온 역관의 사행록은 총 4종이다.

홍우재와 김지남은 1682년 통신사행에 참여하였는데, 공교롭게도 1682년 통신사 기록은 이 2명의 역관 기록만이 남아있다. 홍우재는 종사관의 당상역관이었고 김지남은 한학역관으로서 압물통사의 직임을 맡았다. 같은 역관이기는 하지만 역할과 임무가 다르다 보니 사행록을 기록하는 태도도 차이가 크게 난다. 홍우재가 공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기록하였다면, 김지남은 일본을 관찰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태도를 보인다.

■김현문 동사록-네덜란드인 대화 수록

김현문은 1711년 압물통사로 사행에 참여했는데, 왜학역관이었다. 그의 '동사록' 역시 역관다운 기록 태도를 견지하여, 주로 사행여정과 실무과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그 가운데 흥미를 끄는 것은 네덜란드인과의 대화이다. 나가사키의 데지마에 있는 네덜란드동인도회사에서는 1633년 이래 매년 3월이면 에도 쇼군에게 사절을 보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었다. 김현문은 귀로 중 아카마가세키에 체류했을 적에 마침 에도로 향하는 네덜란드 상관 사절을 만났던 것이다. 그들에 대한 인상, 무역 관계, 네덜란드의 물산 등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 아버지 김지남의 기록 태도와 정보수집에 대한 노력이 아들 김현문에게 고스란히 계승되었던 것이다.

오대령은 1763년 사행에 상통사로 참여한 한학통사였다. 그는 여러 차례 연경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역관이었다. 일본으로의 사행은 위험한 바닷길이었기 때문에 다들 기피하였으나, 오대령은 60이 넘은 나이에 일본을 구경하고 싶은 열망 때문에 자원하여 참여했던 것이다. 1763년 사행록이 유독 많이 남아있는 가운데 '명사록'이 독특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과 일본을 모두 경험한 사람의 기록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역관은 사행 내내 바쁘게 지낼 수밖에 없었다. 통역하는 일이 많지 않더라도 사행 도중 쓰는 물자를 관리하고 예단을 단속하는 모든 일이 역관의 임무였다. 그래서인지 역관이 남긴 기록은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실무에 참여하면서 들은 소문뿐 아니라 본인이 직접 경험한 것을 기록한 것이 많아 내용이 구체적이고 확실하여 가치가 큰 편이다.

그리고 이들이 직접 사행기록을 남기지 않았더라도 이후 왜학 교재인 '첩해신어(捷解新語)'를 엮는다든지, 외교사 및 외교업무의 집대성인 '통문관지(通文館志)'를 편찬한다든지 실무에 도움이 되는 여러 문헌을 편찬하는데 경험을 활용하였다.


# 통역 담당 역관들, 외교 역할도 충실

■ 김지남의 '동사일록'

- 일본 승려와 중국어로 소식 접해
- 외교실무서 '통문관지'도 저술

김지남(金指南, 1654~?)은 우리나라 외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비록 역관이기는 했지만, 국가의 이익을 관철하려고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헌신하였다. 중국에서 유출을 엄금하고 있던 화약 흙을 굽는 법을 알아내 '신전자초방(新傳煮硝方)'을 저술하였고, 백두산정계비를 세우는 데 참여하여 '서쪽으로는 압록강 동쪽으로는 토문강'이라는 경계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 아들과 함께 사행 경험을 토대로 외교실무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통문관지'를 저술하였는데, 이것은 국가의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비를 모아 편찬한 것이었다. 이렇게 중요한 외교 업적을 남기기 전인 역관 초기 시절에 갔던 사행이 바로 1682년 일본으로 향했던 통신사행이었다. '동사일록'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온다.

1682년 8월 21일 에도에 도착하기 바로 앞서 시나가와의 절에서 머물 때 일본 승려 하나가 할 말이 있는 듯 산책하는 김지남 일행을 따라왔다. 당연히 조선어도 일본어도 통하지 않았다. 그때 김지남이 중국어로 "사람은 같은데 말은 같지 않군"이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자 일본 승려가 기뻐하면서 중국어로 "글자는 같지만, 음이 같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어서 두 사람은 중국어로 대화를 이어나갔다.

당시 일본에는 흘러들어온 명나라 유민이 적지 않았다. 특히 미토번의 번주 도쿠가와 미쓰쿠니 같은 경우 외국인 학자와 기술인의 초빙에 적극적이었는데, 미토번이 문화 학술 진흥의 선두에 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나가사키를 통해 들어온 명나라 유민들이 있었다. 중국인 주순수(朱舜水)를 받아들여 미토학의 기초를 닦은 것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김지남의 일기에 등장하는 승려가 누구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원래 교토 출신으로 중국에서 망명해 온 승려를 통해 중국어를 배웠고, 통신사 접대를 총지휘하고 있던 도쿠가와 미쓰쿠니의 초빙으로 에도까지 왔다고 했다. 에도에 있는 내내 이 승려는 매일 문안을 와서 중국어로 대화를 나누었고, 김지남은 일본 내 사정과 나가사키의 동정, 나아가 중국의 남방 지역 소식까지 들을 수 있었다. 정보를 수집하는 데 탁월했던 그에게 일본에서도 중국어는 좋은 소통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동사일록'에서 비록 초기이기는 하지만 단순한 통역이 아닌 외교가로서의 김지남을 발견할 수 있다.

구지현 연세대 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공동기획: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학회, 국제신문

※협찬: 한국수력원자력(주)고리원자력본부, YK Steel(주)

※후원: 누네빛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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