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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자본주의 <5> 바다로 간 사람들, 땅으로 간 사람들-다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 ②

주경야독 하던 요맨, 봉건말 농촌의 신흥 중산계급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29 19:20:06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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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의 핵심 인물인 요맨들의 후예 중 한 사람인 헨리 크닙스 가족들. 저명한 인사는 아니지만 헨리는 교사가 되기 위한 교육을 받고 그 지역 고등학교의 교사가 되었다.
- 독립자영농인 요맨과 그 후예들은

- 농업 자본가, 농업 노동자 혹은
- 농촌 공업에 투자하는 수공업자가 됐다

- 이들은 봉건해체기
- 영국 농촌사회의 핵심을 이루는
- 새로운 교양계급으로 자리잡았다

영국사회가 정치적으로는 의회민주주의를 확립해 가던, 또 경제적으로는 산업혁명을 향해 나아가던 시기는 다른 한편 사회적으로는 신흥 상공인계급 즉 부르주아라는 새로운 계급이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해 가던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회사상사의 측면에서 보면 이 시대의 철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에게 가장 첨예한 문제는 바로 사유재산은 어디에서 왔는가, 사유재산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물론 사유재산제도 자체는 이미 이전부터 있어 왔다. 하지만 봉건사회에서는 사유재산이 어디에서 왔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유재산은 늘 그의 신분으로부터, 바꿔 말하면 그에게 신분을 물려 준 부모로부터 상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와 함께 스스로 사유재산을 획득하고 축적한 계급이 출현함에 따라 사유재산의 문제가 사상적 학문적 사유의 주제가 되었다. 시민혁명과 민주주의 사상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로크(John Locke, 1632~1704)도 이러한 철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존 로크. 영국의 자연법 사상가로 민주주의와 시민혁명에 관한 사상적 철학적 원리를 완성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로크는 사유재산이 적극적으로 인정되고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로, 그것이 자신의 노동의 결과라는 점을 주장하였다. 물론 여기서의 사유재산은 귀족이나 지주들이 상속에 의해 받은 재산이 아니라 스스로 축적한 신흥계급들의 재산을 가리킨다. 로크가 살던 당시 영국사회의 가장 중요한 현상은 자본에 의한 노동의 지배가 아니라 봉건계급과 신흥계급 간의 경쟁이었다. 로크를 시민사회의 사상가라고 부를 때의 '시민'은 바로 이 신흥계급을 가리키는 말이며, 그가 생각한 민주주의도 바로 당연히 이 신흥계급이 주인이 되는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로크는 당시의 영국사회에서 진행되던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여, 신흥계급의 사회적 정치적 이익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사상을 피력했던 것이다.

새로운 신흥계급을 형성한 사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구성원은 바로 요맨과 그 후예들이었다. 전편에서 설명했듯이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의 모험'은 바로 이들 요맨에 대한 이야기이다. 산업혁명과 두 번째 엔클로저 운동을 거치면서 하나의 사회세력, 단일한 사회계급으로서 요맨은 해체되어 갔다. 요맨과 그 후예들의 지위나 역할은 다양하다. 젠트리는 땅을 소유한 자들이기는 했지만 스스로 농사짓고 경영하는 계급은 아니었다. 따라서 대부분의 젠트리는 요맨들에게 땅을 빌려 주어 농사짓게 하였다. 이렇게 여러 젠트리로부터 토지를 임차하여 대규모의 농업경영에 나선 요맨들은 농업자본가가 되었다. 경영규모의 확대로 요맨들 스스로의 노동력만으로 경작이 불가능해지자 당연히 농업노동자를 고용하여야 했다. 젠트리에게 자기 땅을 팔아 버린 어떤 요맨들은 역시 땅에서 추방된 소작농들과 함께 농업노동자가 되었다. 애덤 스미스가 지주-자본가-노동자를 자본주의의 세 계급이라고 불렀던 것은 바로 바로 이들을 가리킨 것이다.

그런데 이들 이외에도 전혀 다른 길을 나아간 요맨들도 있었다. 토지를 판 대가로 약간의 돈을 받은 요맨들 가운데는 그 돈을 막 성장하고 있던 농촌공업에 투자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의 영국 농촌에서는 매뉴팩처(manufacture)라고 불리는 공장제 수공업이 번성하고 있다. 물론 공장제라고는 해도 그 규모가 오늘날의 대공장처럼 크지는 않았다. 기술도 아직 기계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여전히 수공업적이었다. 그러나 나중에 산업혁명을 수행하고 자본주의적 공업을 건설하게 되는 것은 도시의 상인들이 아니라 바로 이 농촌 수공업이었다.

요맨들 가운데서 부르주아 즉 자본가계급이 출현했다는 말이 모든 요맨이 자본가가 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자본가가 되지 못한 요맨들이 모두 임금노동자가 되었다는 뜻도 아니다. 대부분의 요맨은 단지 더 이상 요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게 되었을 뿐, 여전히 농촌사회의 구성원으로 남았다. 요맨의 역사적 의의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바로 영국 농촌사회의 핵심을 이루는 새로운 교양계급을 형성하였다는 데 있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19세기 후반에 이르도록 영국 인구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농촌에 살고 있었다. 요맨과 그 후계자들은 영국 농촌사회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이었다. 요맨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로크가 이야기하였듯이 스스로 노동하여 스스로 축적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제활동에서는 물론, 교구와 학교 등과 같은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들은 어느 정도의 지식과 교양을 가지고 그 지역의 여론 지도층을 형성하였으며, 때로는 지방의 공직에 진출하기도 하였다. 오랫동안 영국 사회를 밑에서부터 받쳐 온 것은 바로 이들, 농촌과 중소도시의 건전한 중산계급이었다.

   
요맨과 같은 독립자영농민은 이름만 달랐을 뿐 영국뿐 아니라 봉건제 해체기의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가령 프랑스에서는 이런 독립농민들을 라부뢰르(Laboureur)라고 불렀다.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 1743~1826)을 비롯한 미국 독립의 아버지들이 건설하고자 했던 새로운 사회의 기본적인 구성원도 바로 이 요맨들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정도전(鄭道傳, 1342~1398)과 조선을 건국한 성리학자들이 생각했던 이상적 사회도 바로 모든 사대부가 낮에는 들에 나가 일하고 밤에는 책을 읽는 독립자영농민들의 나라였다.


# 젠틀맨의 위선과 허영을 다룬 영국 걸작

■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젠틀맨은 젠트리에서 나온 말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요즘 우리가 이해하는 신사라는 의미보다는, 귀족도 아니면서 귀족인 척하는 사람이라는 조롱의 의미가 더 강했다. 아무튼 산업혁명 이후 영국에서 젠트리 또는 젠틀맨은 더 이상 신분적 의미가 아니라 다양한 신분의 태도가 좋은 사람들, 즉 말 그대로 신사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찰스 디킨스. 산업혁명을 전후한 영국 사회의 변화와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한 작가이다.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를 두고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한 말은 유명하다. 그런 영국인들이 셰익스피어와 바꾸지 않는다는 작가가 바로 찰스 디킨스(Charles John Huffam Dickens, 1812~1870)이다. 영화로도 여러 번 만들어진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 1861·표지 사진)'의 주인공 핍은 우연히 막대한 유산을 받고 신사가 되기 위해 런던으로 간다.

하지만 런던에서 핍이 만난 것은 이른바 신사라는 사람들의 위선적이고 허영에 찬 모습이었다. 더욱 나쁜 일은 핍 자신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한 신사들을 닮아간다는 사실이었다. 그는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가족들을 부끄러워하고, 클럽에 다니느라 큰 빚을 진다. 숱한 사건들을 겪으면서 핍이 마지막으로 깨달은 것은, 신사는 재산이나 지위가 아니라 진실한 마음에서 만들어진다는 평범한 진리이다. 핍은 화려한 런던을 떠나 로빈슨 크루소의 후예들이 살고 있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조준현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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