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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604의 전창래 대표. |
- 갤러리 연 후 해외 작가 잇단 초대전
- 지역작가에 무관심? 인식 차이일 뿐
- 내 할일은 그들을 해외에 알리는 것
큐레이터는 박물관,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개최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설 갤러리에서는 그 위치가 애매하다. 서울의 규모 있는 갤러리를 빼고 대부분의 전시 기획과 개최는 갤러리 대표가 전담한다. 보통 큐레이터의 주 업무는 작품 포장·운반·배송 등이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0년대 미술계에 발을 디딘 '그'는 명실공히 큐레이터였다. 조현화랑, 공간화랑, 수가화랑 등 16여 년간 지역의 유명 화랑에서 전시기획을 도맡았다. 화랑 세 곳의 전시를 동시에 기획할 때도 있었고, 연간 30개의 전시를 열기도 했다. 이 기간 총 200회의 전시가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2003년께 모든 일에서 손을 떼고 '백수 생활'을 시작했다. 그런데 4년 여 만에 돌아온 곳은 다시 갤러리. 이번에는 경영자 신분이다. 갤러리 604 전창래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전 대표는 2008년 3월 부산 중구 중앙동 한 식당을 개조해 지하 1층, 지상 3층의 전시장을 만들었다. 전시장 면적만 400여 ㎡. 지역의 사설 갤러리로서는 제일 크다. "마흔이 될 때까지 갤러리 경영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다. 대학 때부터 제일 잘하는 일이 전시 기획이어서 계속 그렇게 살 줄 알았다."
개관 후 갤러리 604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한국은 물론 동북아시아를 넘어 유럽권의 유명 작가들까지 줄줄이 초대했다. 평면회화나 조각 작품 외 미술관급 설치 작품도 심심찮게 선보였다. "처음 비전은 한·중·일 동아시아 작가를 전문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이었는데 한계가 있었다. 지난해부터 유럽으로 폭을 넓히고 있다." 2003년부터 10년간 중국 베이징을 100여 회나 오갔고, 2011년에는 유럽만 8회를 다녀왔다. 이는 세계적인 작가를 섭외하기 위한 네트워크 과정. 덕분에 왕 루엔, 타다시 가와마타,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얀 파브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신뢰'를 보였고, 그것이 '이름 없는' 갤러리의 전시로 이어졌다.
"언제까지 화랑을 운영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정석'이라고 본다. 모든 전시는 정치·사회·문화적인 면을 골고루 갖췄을 때 가능하다. 미술이 가진 힘이 아주 크기에 미술사적으로 유명 작가를 소개하는 게 가장 상업적인 전시다." 지역 작가에 관해 무심하다는 지적도 듣는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젊고 유능한 작가들을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보내는 등 해외에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웠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비전과 가치'가 중요하다. 화랑의 콘셉트를 가지고 승부를 건다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공격적인 전시를 일삼던 그에게도 지금의 미술 시장은 가혹하다. 애초 예정했던 올해의 굵직한 전시는 올가을 추이를 보면서 내년으로 미루고, 올해는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등지의 젊은 작가 전시 3~4개를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