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40> 그리스도의 첫 미사

빵을 떼어 나눈 성찬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5-03 20:07:38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카라바죠의 '엠마오의 만찬'. (1606년·밀라노 박물관)
부활시기에 자주 듣게 되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바로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가 부활하신 예수를 체험한 사건이다.(루카 24,13-35) 이야기의 주인공인 두 제자는 예수의 열두 제자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넓은 의미의 제자단에 속한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일흔두 제자에 속했던 것으로 짐작된다.(루카 10,1) 이야기는 상당히 짜임새가 있는 도입, 전개, 결론의 구성으로 편집되었다. 그 과정을 하나씩 짚어보자.

예수의 십자가 죽음으로 모든 희망을 버린 채 좌절과 실의에 빠진 두 사람은 고향으로 추정되는 엠마오로 돌아간다. 두 사람은 메시아로 철석같이 믿어왔던 예수의 이해하기 어려운 죽음과 그간 제자로서 따라다니며 허비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 등의 내용을 주고받으며 고향으로 가고 있었다. 그들은 예수에 관한 모든 추억을 뒤로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생업에 종사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가는 도중에 부활한 예수가 갑자기 나타나 그들에게 말을 건넨다. 그들이 예수를 알아볼 리 없다. 그들에게 예수는 그저 낯선 사람이었다. 예수는 이미 사건의 전모를 알고 있지만, 제자들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꼬리를 문 대화를 이어간다. 예수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그들은 예수에게 희망을 품었으나, 이제는 실망하고 있었다. 결국 예수는 구약의 율법서와 예언서를 비롯한 성경의 기록들을 인용하여 사건 전모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그들이 비록 나중에 뜨거운 감동을 해 마음이 타올랐다고는 하나 당장 그 자리에서 깨달은 바는 없었다.

날이 저물어 일행은 엠마오에 다다랐다. 예수는 의도적으로 더 멀리 가려고 했으나 제자들이 함께 묵어가자고 그를 붙잡는다. 대화를 나누고 성경 말씀을 들으면서 두 제자의 심중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처음에는 침통한 표정으로 예수를 대했던 그들이 함께 숙박하자는 호의를 베풀 만큼 부드러워졌다. 이야기의 절정이자 핵심은 마지막 장면인 '빵을 떼어 나눔'에 있다. 예수가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 빵을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고 그것을 떼어 나누어 줄 때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를 알아보게 된 것이다. 결국 제자들은 최후의 만찬을 상징하는 성찬례를 통하여 부활한 예수를 알아보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두 제자는 분명히 예수의 최후 만찬에 동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가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인 기적의 장면(루카 9,16)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들이 예수를 알아본 순간, 그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두 제자는 그 길로 예수 부활의 증인이자 선포자가 되어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던 제자들을 찾아가 체험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렇게 엠마오의 부활사화는 실의에 빠져 예수에 관한 기억을 깡그리 지워버리고 낙향하려 했던 제자 둘을 부활의 증인이 되게 한 사건이다. 이 과정에 아주 중요한 매개체적 개념이 셋 있다. 기대와 희망은 품었으나 실의와 절망에 빠졌던 제자들을 부활체험을 통해 복음 선포자가 되도록 도와준 매개체는 바로 예수와의 대화, 성경 말씀 그리고 빵을 떼어 나눈 것이다. 이 셋은 다름 아닌 기도, 성경, 성찬례(성체성사)로 종합된다.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누구나 이 셋을 알고 있다. 그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은 예수가 자신의 생명을 바쳐 세운 성체성사다. 그리고 이 성체성사는 기도와 성경의 두 기둥 위에 서 있다. 우리가 부활한 예수를 체험하고자 한다면 이 세 가지 방법을 피해 갈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력으로 예수만남의 지평을 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수가 우리를 초대함으로써 우리의 부활신앙은 성장하게 되는 셈이다. 엠마오에서의 빵을 떼어 나눔은 죽음을 이기고 부활한 예수가 최후 만찬의 약속을 십자가 제단에서 성취한 대사제 그리스도로서의 '첫 미사'였던 것이다.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오늘의 날씨- 2020년 7월 10일
  2. 2광주 대규모 확산에 당국 긴장…국민 3055명 중 항체 보유 1명
  3. 3울산 모든 음식점 종사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
  4. 4[서상균 그림창] 허사
  5. 5동서대 신규 세종학당, 미국 세인트메리대 설립
  6. 6고진호 ㈜퓨트로닉 회장, 해운대구에 성금 3000만 원 기탁
  7. 7“이젠 나균안”…나종덕, 롯데 개명 성공계보 이을까
  8. 8‘상승세’ 부산, 10일 홈 첫 승 사냥 나선다
  9. 9난치병 환우에 새 생명을 <227> 편도암 김성일 씨
  10. 10화명·삼락공원 물놀이장 올 여름 쉽니다
  1. 1‘추미애 입장문’ 최강욱에 유출 논란…주호영 “이게 국정농단”
  2. 2여권서도 김현미 경질론
  3. 3통합당 원내투쟁 시험대…김창룡 경찰청장 후보 ‘송곳 검증’ 벼른다
  4. 4서훈 “북미대화 재개 노력해달라”
  5. 5합천댐 물 끌어오나…정부, 부산 식수 대책 이르면 내달 발표
  6. 6서울 아파트 후폭풍…박민식·유재중·이진복 “출마 땐 처분”
  7. 7남보다 못한 우리편…시의회 의장선거 여당 반란표가 11표
  8. 8부산시장 보궐 선거에 '서울 아파트' 쟁점 점화
  9. 9윤석열 “수사지휘 존중…독립수사본부 꾸리겠다”
  10. 10정세균 “한 채 남기고 다 팔아라”…당·정·청 고위직에 부동산 ‘역풍’
  1. 1부산항 안전 항만 통합플랫폼 개발 추진
  2. 2선박용 디지털 레이더 국산화, 부산지역 해양업체 힘 보탠다
  3. 3남해 문항마을 ‘漁울림마을’ 최우수
  4. 4KRISO, 선박 온실가스 감축 국제조직 가입
  5. 5노동계 9430원 인하안 제시, 경영계는 8500원으로 맞서
  6. 6각종 해상정보 수록 남해안항로지 개정 위해 32개 항만·항로 조사
  7. 7금융·증시 동향
  8. 8주가지수- 2020년 7월 9일
  9. 9연금복권 720 제 10회
  10. 10아파트 두 채 합한 가격, 6억(공시지가) 넘으면 종부세 대상될 듯
  1. 1박원순 시장 실종 신고…딸 “유언 같은 말 남기고 나가”
  2. 2박원순, 모든 일정 취소하고 오전 10시께 배낭 메고 나가
  3. 3경찰 “박원순 시신 발견 보도는 오보”
  4. 4 전국 구름 많고 무더위...‘제주·남부 장맛비 시작’
  5. 5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50명…지역발생>해외유입
  6. 6경남도교육청, 관내 현직교사가 학교 여자화장실에 몰카, 대책마련 나서
  7. 7인천 50대 여성 코로나19 양성 판정...‘성남 확진자 동료’
  8. 8은수미 시장직 유지 … 대법 “원심판결 위법” 파기환송
  9. 9경찰, 성범죄자 등 신상 공개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 내사 착수
  10. 10부산경찰, 해운대 미군 폭죽난동 엄정 대응
  1. 1‘상승세’ 부산, 10일 홈 첫 승 사냥 나선다
  2. 2“이젠 나균안”…나종덕, 롯데 개명 성공계보 이을까
  3. 3김세영·김효주 “LPGA 투어 복귀, 아직 계획 없어”
  4. 4부산·경남 2년제 대학, 야구부 창단 바람 솔솔
  5. 5이강인 ‘2호 골’ 드디어 터졌다 … 발렌시아 구한 감아 차기
  6. 6불펜 악몽 ‘롯데시네마’ 또 돌아왔다
  7. 7'야구로 하나되자' 롯데, 2차 응원 전한다
  8. 8286일 만에 터진 이강인 ‘극장골’
  9. 9손흥민 박지성 홍명보 이영표, AFC 팬투표 월드컵 베스트 11
  10. 10류현진, 마스크 쓰고 캐치볼 훈련
우리은행
최원준의 음식 사람
제주 검은 쇠 '흑우'(하)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이중기 시인의 ‘어처구니는 나무로 만든다’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그 많은 학원 다녀도 못 푸는 문제…참된 삶이란 무엇일까
새 책 [전체보기]
아파트 민주주의(남기업 지음) 外
친구에게(이해인 글·이규태 그림)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AI·드론이 바꾼 전쟁의 모습
일러스트로 본 페미니즘 세계사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음-공간’ - 두리김 作
‘Unsent letter’ - 손일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연밭 /손영자
붉은 저녁 /전연희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영화 '소리꾼'의 이봉근
메가폰 잡은 정진영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살아있다’ 100만 관객이 주는 의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당연한 ’시간을 위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귀향, 또 다른 삶의 지평을 찾아서
시네마 리터러시를 향하여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7월 9일
묘수풀이 - 2020년 7월 8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9일(음력 5월 19일)
오늘의 운세- 2020년 7월 8일(음력 5월 1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溫故知新
從吾所好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