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

- 폴라 스테판 지음/인윤희 옮김
- 글항아리/2만2000원

# 침묵의 공장

- 강명관 지음/천년의상상/1만1000원

중고생들이 학업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일이 빈번하다. 그들이 책을 잡는 순간부터 강요당했던 1차 목적지는 '좋은' 대학. 그렇다면 대학은 어떤가. 오늘날 대학의 현주소는 이미 '돈'이라는 이름으로 대변되는 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대학을 구성하는 교수와 학생들은 자본의 직접적 지배, 또는 자본을 배경으로 삼은 국가기관의 통제와 간섭에 길들었다.

때맞춰 돈과 권력에 휘둘리며, 본래의 생기를 잃고 누런 잿빛으로 변해가는 대학 사회의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한 책이 잇따라 나왔다. 미국 조지아주립대 경제학과 교수인 폴라 스테판이 쓴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로서 대중과 소통하는 인문저술가로 자리매김한 강명관 교수가 펴낸 '침묵의 공장'. 이 두 권의 책은 기업화한 대학의 불안한 현실과 더 불안한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죽은 대학인의 사회'를 되살릴 방법을 없는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엿보인다.

■과학 프로젝트 뒤에 숨겨진 돈의 논리

스테판 교수의 '경제학…'은 미국 내 과학 연구의 산실인 대학교 과학연구 시스템이 결국은 과학자의 밥벌이를 둘러싼 국가와 기업의 개입에 휘둘린 사실을 방대한 사례와 역사적 고찰을 통해 입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 대학의 과학 연구 시스템이 명망 있는 교수를 최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 구조로 형성돼 있다고 본다. 그리고 수천 개의 프로젝트 팀에게 가장 중요한 현실적 과제는 상호 간의 경쟁이 아니라 막대한 연구비, 그러니까 비용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와 인센티브는 어떻게 배분하고 지급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2009년 미국 대학들이 연구에 들인 돈은 550억 달러이며, 이 가운데 연방정부 지원금이 약 60%에 달하고 지방정부(6.6%), 산업계 지원(7.9%), 사립 재단 지원금 및 기부금(7.9%) 등이 그 뒤를 차지한다. 대학 자체 부담은 극히 미미하다. 각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교수들은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로비를 감행할 수밖에 없다. 비용 절약을 위해 연구원들은 충실한 '일벌' 노릇을 하는 지식노동자로 전락한다.

게다가 돈을 지급하는 국가와 기업의 요구에 따라 과학 연구는 성과주의와 안전성의 사슬에 묶인다. 이는 결국 젊은 연구자들의 부품화와 이탈을 가져오고 장기적으로는 과학의 퇴보와 대학의 자본 종속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돈과 힘에 복종하는 공부, 지겹지 않은가

강명관 교수는 한국의 대학을 '침묵의 공장'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특히 "첨단 테크놀로지로 관리되는 인간의 침묵, 인문학자의 침묵이 흐르고 있다"고 통탄한다.

자본-국가-테크놀로지로 구성된 3각 외부구조가 대학과 인문학을 지배하고 있으며, 연구자들은 이 구조 속에서 스스로 복종하는 공부에 길든다고 본다. 특별히 인문학의 문제에 천착한 저자는 자본을 배경으로 삼은 국가기관, 즉 '학진(옛 학술진흥재단· 현 학국연구재단)'의 연구비 지원에 대학의 교수 등 인문학자들이 목을 매기 시작하면서 국가와 자본의 통제와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한다. 이는 결국 논문 자체보다 연구비 지원 신청서가 분량이 많아지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으며, 지원 주체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특유의 비판성과 불온성을 잃어버린 침묵의 인문학이 되고 말았다고 본다.

강 교수는 결국 인문학의 침묵뿐 아니라 대학 구성원의 침묵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않는다. 그 대안으로서 이제는 인문학자들 스스로 복종의 공부를 걷어치우고 자본과 테크놀로지로 무장한 대량생산의 유용성과 생산성 담론에서 벗어나 수공업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험난하고 괴로운 길일 테지만, 대학 내에 자본과 국가로부터 해방된 공간을 만들고 증식하려는 스스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