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미국 연극 실기 석사(Master Fine Arts)에 관해 써볼까 한다. 유럽에서는 200년밖에 되지 않은 미국의 역사가 짧다고 무시하는 일이 종종 있으나, 미국 교육 시스템은 명성이 높다. 그 증거로 지금도 매년 수천 명의 학생이 미국 학위를 따기 위해 미국으로 오고 있으며, 매년 그 숫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01년 54만7867명의 외국인 학생이 미국의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따기 위해 입국했고 2011년에는 23% 증가한 72만3277명의 학생이 미국 땅을 밟았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학생을 보낸 국가는 중국이고 한국은 상위 5위 안에 든다.
미국의 연극 실기 석사(MFA)는 연극 이론 석사(Master Arts)와 아주 다르다. 연극 이론 석사는 2년 과정으로 연극 서적을 읽고 분석하고, 논문을 쓰는 데 중점을 두는 반면 연극 실기 석사는 3년 과정을 거치며 실기 위주로 진행된다. 또 한 가지 크게 다른 점은 이론 석사과정은 장학금 제도가 많지 않으나, 연극 실기 석사는 장학금 제도가 발달해 있다. 필자도 일리노이 주립대학 시절 3년 동안 장학금을 받고 다녔는데 보통의 주립대학들은 이런 제도를 갖추고 있으며 외국인이라도 능력만 인정받으면 장학생으로 선발된다.
하지만 뉴욕 주립대(New York University) 또는 예일대와 같은 사립학교는 외국인 학생뿐만 아니라 미국 학생들도 장학금 혜택을 받기 어렵다. 장학금을 준다고 하더라도 전액 장학금이 아닌 학비에서 25% 또는 30% 정도만 면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실기 석사과정을 갖춘 학교는 40여 개로 그 과정에는 연기(Acting), 연출 (Directing), 무대 제작 기술(Technical Director), 무대 디자인(Scene Design), 의상디자인과 의상기술(Costume Design and Technology), 조명 디자인과 조명 기술(Lighting Design and Technology), 음향 디자인(Sound Design), 무대 감독(Stage Management) 등이 있다. 각 파트에 따라 학생들은 3년간 그 분야의 책을 읽고 연구하는 것만 아니라 공연에 참여해 자신의 역할을 실습한다. 학생들은 매년 5월(미국의 첫 학기 시작은 9월이고 봄 학기인 1월에서 5월 초까지가 마지막 학기가 된다)에 자신들이 1년 동안 무엇을 배웠으며,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잘못 했고, 앞으로 어떻게 잘할 것인지를 교수들 앞에서 발표한다. 그리고 매년 교수 회의에서 성적이 B 이하로 떨어진 학생이나, 성적이 좋다고 해도 공연 중에 실수를 계속하는 학생, 공연 참여도가 떨어지는 학생, 함께 공연하기에 부적합한 학생들을 퇴학시킨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연극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 연극은 연출과 배우, 디자이너를 포함한 총체 공연의 형식이다. 성적이 좋아도 다른 작업팀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그 학생은 학위를 줄 수가 없다고 판단한다. 또 자신들이 주는 학위를 가지고 나가서 일하는 학생들은 학교의 얼굴이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학위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 끊임없는 평가로 이루어진 교육 시스템은 학생들이 교육을 받고 현장에 나가 냉정하고 차가운 현실에 적응하는 데 밑거름이 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미국 교육 시스템은 돈이 없어도, 본인의 능력이 인정되면 학위를 딸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서자경 미국 켄트주립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