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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하기도 해라 '한지인형 통신사'

21일까지 부산시청 2층서 한지공예 모임 소향회 전시

꼼꼼하고 엄격한 고증 거쳐 2년간 50m 길이 행렬 완성

  • 국제신문
  • 김희국 기자 kukie@kookje.co.kr
  •  |  입력 : 2013-04-15 19:31:52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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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까지 부산시청 2층에서 '제5회 소향회 조선통신사 행렬도'가 열리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이 공동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조선통신사를 단순히 축제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 실제로 통신사가 조선 시대 때 얼마나 큰 행사였는지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

통신사를 제대로 체험할 기회가 왔다. 15일부터 오는 21일까지 부산시청 2층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제5회 소향회 조선통신사 행렬도'를 찾으면 통신사의 거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한지인형으로 조선통신사 행렬도를 재현한 전시다.

이번 전시는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먼저 관람객은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전시 인형은 사람 형상이 340개, 말이 28개다. 사람 형상은 30~32㎝ 크기이고, 말을 탄 사람의 인형은 최대 50㎝에 달한다. 이렇게 크고 많은 인형을 최대한 밀착해 전시해도 길이만 50m 안팎이다.

제작 과정도 길었다. 9명이 달라붙어 꼬박 2년 동안 작업했다. 한지인형은 전기철선을 뼈대로 세워두고 그 위에 한지를 계속해서 덧붙이는 작업이다. 인형 한 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풀을 먹인 한지를 붙이고 말리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한다. 셀 수 없는 손길이 필요하다. 3개월이 걸려야 인형 한 개가 탄생한다. 작가들은 인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작업에 임했다고 한다.

소향회는 2004년 한국미술협회 전통공예 이사인 문미순 한지공예 작가의 제자들이 만든 모임이다. 회원은 20명가량으로 대부분은 각종 미술대전에서 입상하고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작업에는 문미순 작가를 포함해 9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2006년 한지 인형 제작을 위해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사)조선통신사문화사업회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간한 '조선 시대 통신사 행렬'을 발견했다. 책에 실린 각종 그림이 인형에 적합하다고 보고 본격적인 자료 조사에 들어갔다.
그런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조선 시대 통신사 행렬'은 1711년 통신사 행렬을 남긴 기록으로 대마번에서 제작했다. 이들은 이중 에도성으로 국서를 전달하러 가는 장면을 그린 '등성행렬도'를 제작하려고 했는데 실제와 조금씩 차이가 났다. 일본 화가들이 그린 그림과 조선 시대 문헌 중 글로 표현된 복식에 관한 부분을 대조한 결과 다른 점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회원들은 '잘 못 만들면 망신당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공부를 시작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인형을 제작하는 중에도 자료를 찾다가 의문이 생기면 다시 만들었을 만큼 신경을 썼고 지금은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있다. '등성행렬도'에 등장하는 사람은 총 2100명 정도. 전체를 다 제작하려면 앞으로 7년 정도 더 걸린다.

이번 전시 작품은 조선통신사 축제가 열리는 다음 달 3~7일 용두산공원 전시장에서도 출품된다. 이미 제작된 인형을 본 일본 관계자들이 많이 놀랐다는 후문이어서 통신사 축제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문미순 작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들을 인정받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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