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대(72) 동국대 명예교수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발견자다.

그 직전 같은 대곡천변에서 천전리 각석(刻石)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주인공이기도 한 그는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한 날짜를 1971년 12월25일이라고 기억했다.

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 현장에서 개최한 대언론 보존현황 설명회에 참석한 문교수는 천전리 각석을 조사하는 도중에 현지 주민의 제보로 반구대 암각화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천전리를 조사하는데 주민들이 현장으로 놀러오고 그랬어요. 그런데 주민들이 그러는 겁니다. 저쪽에도 바위에 그림 같은 게 있다고…."

이렇게 해서 문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를 조사하게 됐다는 것이다.

발견 당시 암각화를 그린 바위 면은 지금보다는 훨씬 반짝반짝 빛이 났다고 기억했다.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이미 반구대 암각화는 사연댐이 건설돼 배를 타고 현장에접근해야 했어요. (댐이 들어서기 전) 이곳이 어떤 곳이었냐 하면, 주민들이 점심 먹고 나무하러 가다가 쉬거나 낮잠을 자는 곳이었어요."

이렇게 해서 조사한 반구대 암각화는 길이 10m, 높이 3m가량 되는 바위 면에 약300점에 달하는 각종 동물 등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밝혀졌다.

그 보고서는 1984년 '반구대'라는 이름으로 발간됐다.

저명한 불교미술사학자인 그는 당시로는 생소한 암각화 연구를 위해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스칸디나비아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는 모든 암각화를 다 뒤졌다"고 말했다.

그 결과 문 교수는 반구대 암각화가 "신석기시대 중기 무렵의 사냥예술(huntingart)이며, 그 시대 제사의 흔적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가 "우리 문화의 역사이고, 사상이고, 예술"이라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세계적으로 암각화는 많지만, 반구대 암각화처럼 집적된 공간에 다양한 그림을 새긴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 그이기에 발견 이후 반세기나 줄곧 물속을 자맥질하는 암각화가 더욱 안타깝다고 했다.

암각화를 가리키면서 "발견 당시에는 그림이 선명했는데, 바위가 깨지고 떨어져나가면서 많이 손상됐다"는 그는 "빨리 특단의 보존대책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