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은 예술가(생산자)와 관객(소비자)이 만나는 유통시장이다. 아무리 우수한 예술가도 자신의 공연(상품)을 유통하는 공연장(시장)이 없으면 예술활동을 할 동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 또한 좋은 공연상품을 소비할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 오페라하우스 건립 예산으로 지역 예술인을 지원하고 역외유출을 막는 것이 더 옳다는 의견도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원받고 성장한 그 예술인들이 이후에 어디서 예술활동을 펼칠 것인가.
극소수 애호가를 위해 수천억 원씩 들여 왜 오페라극장을 짓는다고 한다면 바로 그 극소수 애호가를 상대로 활동하는 공연예술가를 지원하는 일이나 그들을 교육하는 전국의 수많은 예술대학 운영도 결국에는 국가적인 낭비로 봐야 할지 혼란스럽다. 예술의 공급과 소비가 만나는 극장이 있는 곳에는 애호가들이 많고, 극장이 없는 곳에는 애호가가 생겨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제대로 된 오페라를 볼만한 극장다운 극장이 없어서 오페라와 담쌓고 산 부산시민을 두고 오페라 애호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다.
부산시민 대다수는 야구에 친숙하다. 국내 여느 도시 못지않은 최고 수준의 야구 전용구장과 프로야구 연고구단을 가진, 그야말로 야구를 즐기기 가장 좋은 도시환경에서 살기 때문이다. 사직구장에는 야구에 정통한 사람만 가는 곳이 아니다. 구장 분위기에 취하는 것만도 즐거워서 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난생처음 따라간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오는 사람은 문화귀족이 아니라 학생부터 주부, 회사원, 예술인 등 사회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러 오는 곳이다.
부산에 오페라 인구가 몇 명인가, 오페라극장 건립비와 유지비가 얼마인가 따지는 지금도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은 지난 30여 년간 누려왔던 것처럼 변함없이 공연예술을 즐기고 있다. 이것을 감히 시민의 '문화권리'라고 말하고 싶다. 서울과 다름없이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부산시민도 오페라를 위시한 공연예술의 향유권리를 동등하게 누려야 한다. "서울이니까 되고 지방은 안 된다"는 생각은 예술의전당(지난 2월 15일 개관 25주년) 건립 때 "유럽 본고장이니까 되고 서울은 안 된다"던 걱정과 같다.
박성택 전 예술의 전당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