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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 광장 풍경. 이 일대에는 오페라하우스라는 문화공간을 중심으로 인근 바다와 독특한 도시 분위기를 만끽하려는 사람의 발길이 항상 이어진다. 일신설계종합건축사사무소 제공 |
-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 쇠퇴한 도시를 관광명소로 바꿔
- 오슬로·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 발길·눈길 모으는 일등공신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20세기 건축의 걸작'이다. 1958년 11월 공사가 시작돼 1973년 11월 완공되는 등 건립 과정은 지난했지만, 이 문화시설은 연간 4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호주의 예술적 기념비이자 상징물로 우뚝 섰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지난 세기 세계 10대 건축물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 부산도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 수준의 종합예술 형식의 하나인 오페라를 제대로 공연하는 건축적 공간'을 짓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민은 21세기가 빚은 세계 10대 건축물이라는 걸작이 탄생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6·25전쟁을 전후한 한국 근현대의 흔적을 간직한 부산 원도심의 재생을 꿈꾼다. 그렇다면 외국에서는 어떤 문화 인프라가 도시재생에 활력을 불어넣었을까. 부산다운 기념비적인 문화공간의 미래상도 짚어보자.
■상징 문화시설이 도시재생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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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주변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산책하거나
유람선을 타면서 해변 풍광 등을 즐기고 있다. |
문화산업은 유무형의 파급효과를 불러온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많이 예를 드는 곳이 미국 뉴욕이다. 서울시 조사(2008년)에 따르면 뉴욕이 1년간 문화예술로 끌어들인 관광객 수는 4600만 명이다. 이들이 뿌린 돈만 연간 220억 달러가 넘는다. 이는 문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여행가 도용복 씨는 "세계의 유명 도시들을 다 둘러보아도 부산만큼 산과 바다,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도시는 없다"는 점을 들어 뉴욕이나 한 해 관광수입이 140억 달러가 넘는 호주 시드니만큼이나 부산도 오페라하우스 건립으로 엄청난 문화적인 파급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뉴욕이나 시드니의 도시재생 프로젝트와 부산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선뜻 연결되지 않는 분위기다. 싱가포르는 2003년 에스플러네이드 예술센터(5200억 원 투입)를 개관한 이후 2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8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이 도시에는 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등 지역적 특성이나 환경이 부산과 다른 점이 많다.
부산시립미술관 조일상 관장은 스페인 빌바오에 세워진 구겐하임미술관 효과를 주목하자고 했다. 1997년 10월 미국 구겐하임미술관 본관의 하나로 개관한 이 근현대미술관 덕분에 한때 탄광과 테러의 도시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빌바오에는 관광객이 급증했다. 미술관 개관 이후 5년간 우리나라 돈으로 1조5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를 봤으며, 4136개의 일자리가 생겼다.
인구가 20만 명에 불과한 탄광도시 게이츠헤드도 눈여겨보자. 잉글랜드 북동지역에 있는 이 작은 도시는 세이지 음악당과 볼틱미술관, 밀레니엄브리지 건립 등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230억 원이 넘는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문화시설 건립을 통해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끈 곳은 많다. 도시 내 스페인과 멕시코, 인디오, 텍사스 유적과 문화 자원이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했던 미국 샌안토니오는 도심을 가로 흐르는 강이라는 선형요소와 문화시설을 한데 활용해 도시재생에 성공했다. 17세기 토스카나 풍의 건물을 비롯해 14세기에 건립된 노트르담성당 등 도시 규모에 비해 많은 문화자원이 있지만 침체해 있던 프랑스 렌느는 상징적인 문화시설을 통해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일궜다.
■사람 모이면 도시재생은 자연 발생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 예정지 주변에는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와 문화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문화 인프라를 중심으로 원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새롭게 창출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 아무리 자원이 많아도 이를 제대로 '꿰어야 보배' 역할을 한다.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자원과 기념비적인 문화공간과의 연계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1977년 부산시민회관 무대에 오른 오페라 '에스더'(구약성서 중 5권에 속하는 역사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조연출과 무대감독을 맡은 경험이 있는 부산대 배양현(한국음악학과) 교수는 "오페라는 물론 창극 등 한국적 색채가 강한 작품도 어렵지 않게 무대화할 수 있다면 항상 사람이 모이는 등 세계 어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기념비적인 문화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르웨이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나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 등에는 이들 문화공간을 중심으로 주변 바다와 도시 풍광을 즐기는 사람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당연히 문화관광산업도 부가가치를 누리고 있다.
부산 중구 중앙동과 남포동 등에서 젊은 시절 낭만을 쌓은 아동문학가 배익천 씨는 "부산의 원도심에서 세대를 넘나들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면 새롭게 발굴할 수 있는 문화자원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이 시대 사람의 숨결과 흔적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문화공간이 될 때 부산다운 기념비적인 건축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은 물론 국내외에서 방문하는 수많은 사람이 부산오페라하우스를 들락거리면 이를 기점으로 인근 남포동과 중앙동, 자갈치시장, 전국 최대의 수산물 위판장 공동어시장, 영도다리, 현대적 개념의 롯데타운 등이 어우러지는 도시재생은 자연 발생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더불어 풀뿌리 문화도 공존하면서 알게 모르게 활기를 띨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때로는 이곳에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공연예술 작품이 탄생할 수도 있다.
# "문화가 대세…명품 공연장 더 지어야"
■ 부산건축가회 신호국 회장
- 부산역 연계 등 접근성 더 고려를
부산건축가회 신호국(사진) 회장은 부산에서 오페라하우스 건립이 시작되는 지금 시점도 "아주 늦은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평소 '건축은 문화다'는 철학을 가진 신 회장은 그래서 "늦은 만큼 세계 어딜 내놓아도 본때 있는 오페라하우스를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에서 공연되는 유명 오페라를 관람하기 위해 상경할 때마다 늘 아쉬움이 생긴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무대가 없어 명품 공연 유치가 어렵다는 현실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이런 주문을 했다. "이제 부산에서만 할 수 있는 공연이 무대화할 수 있는 명품 오페라하우스가 탄생해야 한다."
그는 "부산만의 명품 공연장이 생기면 서울 사람은 물론 일본 중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것"이라며, 이는 도시재생으로 연결된다고 역설했다. 특히 "앞으로 문화가 대세다"는 점을 들어 그동안 주택이나 아파트 등에 집중됐던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문화시설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페라하우스는 물론 뮤지컬 전용극장 등 도시재생을 이끌 문화시설이 계속 건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 회장은 "인구가 47만 명에 불과한 캐나다 런던은 최근 김연아 선수가 우승한 세계피겨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공공시설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명 도시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항 북항에 들어서는 오페라하우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걸어서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우선 오페라하우스와 부산역을 단절시키는 공간의 재배치 문제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또 설계 과정에서부터 오페라하우스와 주변 시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학생 시절 남포동 음악다방에서 추억을 쌓은 기억이 새롭다"는 신 회장은 바닥을 모르고 위상이 추락하던 부산의 원도심에 롯데백화점 등 대형 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사람이 몰려드는 현장이 반갑다고 말했다. 그는 오페라하우스를 통해 원도심이 부산의 중심으로 다시 부활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
자료 협찬: 사단법인 한국건축가협회 부산건축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