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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00년 고종 아들인 의화군이 의왕으로 책봉될 때 머리에 썼던 관으로 알려지고 있는 원유관. |
- 왕 책봉당시에 썼던 '원유관'
- 국가행사기록 '의궤' 등 소장
- 문화재 지정여부 조사 진행
부산 금정구 부곡동 부산가톨릭대에서 오륜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오른쪽에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이 눈에 들어온다. 이 박물관은 1982년 설립됐지만, 그동안 시민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일부 알고 있다고 해도 단순히 '가톨릭교회 박물관' 정도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학계에서 순교자박물관은 '보물창고'로 통한다. 그만큼 세상에 덜 알려진 보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최근 순교자박물관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세상에 보물들을 내놓으면서 재평가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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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선대원군과 부대부인 민씨, 완화군, 의왕비 김씨의 '추봉책봉의궤' . |
순교자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중 단연 손꼽히는 것은 원유관(遠遊冠)과 의궤(儀軌)다. 원유관은 1900년 고종 아들인 의화군이 의왕으로 책봉될 때 머리에 썼던 관으로 알려졌다. 6·25전쟁 때 처마 밑에 숨겨 지켜냈다는 일화를 가졌을 만큼 파란만장한 이력을 지녔다. 의궤는 조선 시대 왕실이나 국가 주요 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기록이다. 2011년 프랑스에서 외규장각 의궤를 반환받으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순교자박물관에는 '의왕영왕책봉의궤', 흥선대원군과 부대부인 민씨, 완화군, 의왕비 김씨의 '추봉책봉의궤'가 있다.
의궤와 원유관은 지난 1월 22·23일 잇따라 문화재청에서 조사하고 돌아갔다. 조만간 원유관은 '중요민속자료', 의궤는 '보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민속자료와 보물은 문화재 분류 방식에 따라 나뉘었을 뿐 차이는 없다. 특히 의궤는 순교자박물관에서 보물 신청을 하지 않았는데 문화재청에서 소식을 듣고 와서 조사하다 깨끗하게 보존된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초기 한국 가톨릭을 박해했던 흥선대원군이 사용했던 망건과 소반 등이 아이러니하게 순교자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박물관은 의왕과 의왕비, 순정효황후 등이 사용했던 궁중예물을 정리해 '중요민속자료' 지정 신청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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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금정구 부곡동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전경.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 제공 |
순교자박물관이 귀중한 유물을 소장하게 된 사연은 특이하다. 1946년 창립된 한국순교복자수녀회가 순교자 현양을 위해 전국 방방곡곡에서 유품을 수집하면서 순교자 유품과 조선 후기 민속자료들이 대량으로 모였다. 특히 의왕을 모시던 상궁 이 우슬라가 천주교 신자였는데 이를 통해 의왕과 의왕비가 1954년 8월 9일과 14일에 나란히 세례를 받았다. 이후 의왕비가 원유관을 포함한 여러 궁중 유물을 기증해 수녀회는 박물관에 맞먹는 유물을 소장하게 됐다.
애초 수녀회는 서울에 기념관을 지으려다 사정이 맞지 않아 1969년 현 위치에 수녀원을 먼저 열었고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1982년 순교자기념관을 세웠다. 2009년에는 '오륜대 한국순교자박물관'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박물관 등록을 했고, 개관 30주년이었던 지난해에는 기증 유물 특별전 '황가(皇家)의 기품(氣品)'을 개최하기도 했다.
3층 규모의 박물관은 교회 유물 50여 점, 민속품 1200여 점, 보조자료 1000여 점 등을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 관장인 배선영(노엘라) 수녀는 "수녀원 살림으로 박물관을 운영하다 보니 수장고가 없다. 현재는 수녀원에서 가장 안전하고 환경이 좋은 곳에 유물을 보관하고 있지만 항온항습 시설조차 없어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 국가나 부산시의 도움을 받아 부족한 시설을 보충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법정 공휴일 휴관), 문의 (051)582-2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