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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밀양 영남루 전경. 통신사 일행이 머물면서 풍광을 노래했고 1655년 통신사 정사 조형의 시판이 남아 있다. 한태문 교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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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영천의 조양각. 이곳에서 경상도 관찰사가 일본으로 떠나는 통신사 일행을 위한 전별연을 열었다. |
- 부산·밀양 등에만 유산 남을 뿐
- 다른 지역은 개발 광풍에 사라져
- 노정연구·유적보존 도움 기대
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조선통신사 국내노정 답사기 /한태문 지음 /도서출판 경진 /2만2000원
최근 조선통신사를 유네스코 유산에 등재하려는 한일 학계와 민간단체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양국 유산의 '비대칭'이다. 일본에는 통신사와 관련된 유산이 많으며 잘 보존돼 있는 반면 한국에는 유산 자체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 유산 중 구체적으로 책이나 기록물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한일 양국에 비교적 통신사 관련 기록유산이 비슷하게 남아 있어 공동 추진에 이견이 없다. 반면 유적지, 기념물, 건조물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유산은 우리나라에 거의 없고 일본에 풍부한 극단적인 비대칭성 때문에 한일 공동 등재 추진에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 남아 있는 통신사의 유적과 유산을 답사한 책이 나왔다. 부산대 국문과 한태문 교수가 쓴 조선통신사의 길에서 오늘을 묻다-조선통신사 국내노정 답사기. 그동안 일본 내의 통신사 노정을 답사한 책과 논문은 적지 않게 나왔지만, 국내 노정 답사기는 찾기 어려웠다. 그만큼 통신사 유산이 국내에 거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답사기는 상당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 교수는 오랫동안 통신사 연구에 매진해온 학자다. '조선후기 통신사 사행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조선통신사학회에서 총무이사를 맡고 있다. 이 책을 펴낸 계기는 학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
"필자는 그동안 조선통신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일본 지역을 두루 답사하였다. 또 답사단의 안내를 맡으며 그 결과물을 '조선통신사 옛길을 따라서'란 이름으로 공동 출간하기도 했다. 그런데 일본 답사 내내 필자의 마음을 괴롭히는 일이 있었다. 조선통신사와 관련된 일본 지역 답사기는 많이 있는데, 정작 국내 노정을 안내할, 제대로 된 답사기가 없다는 것이다.……제 집 사정은 돌보지 않고 남의 집만 구석구석 쏘다닌 꼴이 아닌가!"(책머리에)
이런 자괴감에 시달리던 한 교수는 2007년부터 2년 동안 조선통신사문화사업회에서 발행하는 저널 '조선통신사'에 답사기를 연재했고 이를 보충해서 책으로 엮었다. 한 교수는 주말 새벽에 출발해 통신사의 길을 꼼꼼하게 훑었다.
통신사의 국내 노정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하행 노정과 일본에서 돌아와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에 이르는 상행 노정으로 이뤄진다. '갈 때는 좌도를 거치고 올 때는 우도를 거친다'는 원칙에 따라 하행은 서울-양재-용인-충주-예천-안동-영천-경주-울산-동래-부산, 상행은 부산-동래-양산-밀양-대구-상주-문경-음성-이천-광주-서울로 이어지는 노정이었다. 하행은 약 418㎞의 거리를 평균 20여 일에 걸쳐 이동했다. 하루 평균 20㎞를 움직여야 하는 강행군이었기 때문에 유산을 남길 여유가 없었다. 특히 상행은 6개월 여정의 끝자락이라 기록조차 남은 것이 없다.
답사는 통신사가 왕명을 받았던 서울 창덕궁 희정당에서 시작한다. 통신사는 6개월 이상 걸리는 데다 전체 노정의 절반 이상이 배를 이용한 바닷길이었기 때문에 목숨을 담보로 해야 했다. 이런 까닭에 효종은 통신사 일행을 애처롭게 떠나보냈다고 한다.
한 교수는 가족, 친지들과 눈물로 이별한 한강나루부터 꼼꼼하게 통신사 일행을 따라간다. 그의 발걸음을 뒤쫓다 보면 책 곳곳에 배여 있는 아쉬움과 만난다. 전별연과 마상재가 이뤄졌던 경북 영천과 해신제가 열렸던 부산, 1655년 정사 조형의 시판이 남아 있는 밀양 등에만 눈에 띄는 유산이 있을 뿐 다른 지역은 보존되지 않았거나 개발의 광풍에 휩쓸려 유적이 사라졌다.
이 책은 통신사의 국내 노정에 관한 연구와 관심을 촉발시키는 도화선으로서 의미가 깊다. 부산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국내 통신사 연고 도시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