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교향악단의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 Ⅰ' 공연에서 리신차오 수석 지휘자가 연주를 이끌고 있다. 부산시향 제공

- 리신차오 지휘자 탁월한 곡해석
- 이은옥 수석 악장 대행도 무난
- 독일 전통 형식 맞춰 악기 배치
- 마지막곡 중간부분 다소 늘어져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부산시립교향악단 리신차오 수석 지휘자와 이은옥 제1바이올린 수석도 악수하며 서로 격려했고, 그제야 단원들도 마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보였다. 부산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프로젝트' 첫 무대는 그렇게 성황을 이뤘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부산시향의 '리신차오의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Ⅰ' 공연은 두 가지 측면에서 관심이 많은 무대였다. 부산시향이 처음 도전하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프로젝트 첫 무대였다는 점에다 김동욱(부산대 음악학과 교수) 악장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지역 음악계의 이목이 쏠린 공연이었다. 일단 이날 공연을 관람한 관객은 이은옥 수석의 악장 대행 역할이 무난했다는 평가를 했다. 지휘자의 탁월한 곡 해석과 경쾌하면서도 역동적인 움직임이 진가를 발휘했다. 단원들도 한층 여유를 갖고 지휘봉을 따라갔으며, 특별히 목관과 금관악기 부문 연주자들의 기량이 돋보였다. 실제로 공연 뒤 두 번째 커튼콜에서 지휘자는 이들 연주자에게 신뢰를 보내는 액션을 취했다. 관객은 이날 공연은 많은 연습이 뒷받침돼 무대화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케스트라에서 악장은 전체 연주를 리드하기 때문에 연습 과정이나 실황 공연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부산시향의 악장 부재 사태를 우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휘자와 단원들은 연습 과정에서 더 단단해진 듯했다. 지휘자가 연습 도중 "다음 달 연주는 까다로운 브루크너 곡이라 어쩔 수 없이 독일에서 객원 악장을 영입했는데 이번 연습과정을 보니 괜히 부른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첫 무대에서 선택한 곡은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중 '레오노레 서곡 제3번 다장조 작품 72b'와 교향곡 '제1번 다장조 작품 21', '교향곡 제2번 라장조 작품 36' 등 3곡. 지휘자는 베토벤 교향곡에 충실하기 위해 몇 가지 시도했다. 무대 왼쪽 앞뒤로 앉던 제1·2 바이올린을 무대 전면 양쪽에 배치하고, 첼로와 목관악기 부문을 대칭으로 마주했다. 바이올린도 기존 16명에서 12명으로 줄였다. 독일 전통 오케스트라 형식을 따라 베토벤 곡에 더 충실해지려는 의도였다. 대신 피치(국제표준음곡·1초당 음 진동 폭)를 기존 442에서 440으로 높여 가볍고 화려한 연주 틀을 마련했다.

이날 연주곡은 베토벤 교향곡 초기 작품으로, 웅장하고 다소 비장하기까지 한 베토벤 특유의 분위기를 나타내기보다 우아하고 경쾌한 곡조를 유지했다. 지휘자의 표정과 손짓은 가볍고 부드러웠으며, 단원들의 손놀림은 재빠르고 섬세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곡까지 경쾌한 손놀림이 이어져 관객은 베토벤 교향곡의 우아한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인제대 음악학과 김복수 교수는 "시향 단원들의 노력이 빛났던 무대였다"고 말했다. 마지막 곡 연주 무대에서 중간 부분 연주가 늘어지다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야 힘 있는 소리가 모였다. 여기서 악장의 역할이 미진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지휘자가 단원과 함께한 4년의 시간을 믿고 시작했다는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의 후속 무대를 기대하는 관객이 많았다. 리신차오의 베토벤 심포니 사이클Ⅱ는 오는 5월 30일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