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아이 러브 스테이지 <7> 런던 글로브 극장

철저히 상업적이면서 예술적인 무대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3-21 19:48:15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초기 글로브 극장을 스케치한 모습. 글로브 극장 제공
1996년 몹시 추운 겨울 어느 날,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지금은 개그우먼이 된 안선영 씨와 나는 황송한 자세로 서서 당시 이윤택 선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선의 대시인 송강 정철이 십여 년을 머물며 처녀작인 성산별곡을 썼다는 정철 외국어학원에서 가볍게 영어연수를 끝내고 영국 유학을 시작할 무렵이었다. 처음 낯선 땅에서 인사를 드린 선생과 함께 다음 날 마치 성지순례라도 하듯이 방문했던 곳이 바로 400년 만에 복원된다는 셰익스피어 극장이었다.

셰익스피어가 주주로 참여해 1559년 런던 템즈 강 주변에 오픈했고 약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초기 글로브 극장은 1613년 'All is true'(후에 '헨리8세'로 개작)를 공연하는 과정에서 무대에 설치된 대포를 사용하다 지붕을 덮고 있던 짚단에 화약이 튀어 극장에 화재가 발생했다. 목조 건축물이었던 글로브 극장은 두 시간 만에 전소하였고 이듬해 같은 장소에 두 번째 글로브 극장이 지어지게 되었다. 이후 1642년까지 왕성히 활동하다 극장은 천하고 국민의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청교도 인의 탄압을 받으면서 폐쇄 명령이 내려져 공동 주택 공간이 되었다. 적어도 내가 알고 있는 세계 최초의 임대 아파트가 되겠다.

이제 400년이 지나 다시 지으려니 자료가 없단다. 그 누구도 이와 관련된 설계도나 당시 극장의 모습을 표현한 사실적 기록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복제란 언제나 닮아야 할 원본이 있음을 전제로 하기에 당시 극장을 방문했던 한 네덜란드 인의 사적인 글과 그림을 근거로 그 모습을 유추했으며 고고학적인 발굴 사업으로 얻었던 몇 가지 사실(이라고 추정)들을 더해 지금의 글로브 극장은 실제 있었던 곳으로부터 약 200야드(182m) 정도 떨어져 유유히 흐르는 템즈 강을 마주하고 있다.

지붕이 없는 이 극장의 단원들은 1년에 한 번씩 계약을 통해 봄에 고용되어 시즌(5~9월 : 영국의 가을과 겨울은 오후 3~4시께 어둠이 찾아와 공연을 관람하기엔 적절하지 않다) 동안 계약관계가 지속한다. 조명이 없던 시기에 지어진 극장이니 태양광에 의존해 봄, 여름철에만 공연이 성행했고 공연이 시작되는 동안 관객과 배우들의 관계 설정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가까우며 비공식적이었다. 고작 5개월 지속하는 시즌 기간 평균 25만여 명의 관객이 관람한단다. 공연이 없는 기간엔 전시 활동이 주를 이루고 일반 기업인들에게 회의, 파티 장소로도 임대될 수 있다. 처음부터 예술적 표현의 독립을 위해 국가의 지원금을 스스로 거부하고 철저히 상업적으로 방향을 잡았기 때문이다.

영국 예술위원회의 가장 큰 모토인 Arms' length policy(지원하되 한 팔 간격을 유지하며 간섭하지 않는다)를 한 방 먹인 사건이 되겠다. 사실 수십억을 받아먹으며 어떻게 간섭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 이제 글로브 극장은 지역사회의 어린 학생들에게 셰익스피어를 이용해 가장 기초적인 모국어 읽기, 쓰기, 말하기(발표, 표현), 대화의 기술을 강의하고 이러한 노력은 연간 25개 지역 학교와 100여 개의 외부 기관과 사이버로 연계해 국내외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 외 미국, 유럽 전역에서 온 연간 1000여 명의 학부 학생들이 디자인, 연기교육을 받고 있으며 2004년부터 영어와 예술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위한 파트타임 석사과정을 개설하기도 했다. 연극이라는 교과가 음악, 미술처럼 상급학교 학생들의 시간표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드라마를 통한 국어교육이 이렇게도 진보될 수 있나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완공되지 않은 상태라 입장이 안 된다고 해서 마침 미뤄뒀던 운동도 할 겸 자리에서 팔짝팔짝 뛰어주었다. 어렵게 벽돌 두 장을 기부하며 내부를 볼 수 있었던 그 옛날 이윤택 선생과의 영국 연극 기행을 통해 매일 공짜로 기운 센 생수를 얻어 마시는 기분이었음을 고백한다. 추억이 곧 피서지라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나는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그때의 느낌을 살려 글로브를 찾는다.

김준영 ILOVESTAGE 대표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많이 본 뉴스RSS

  1. 1산재는 기업범죄다 <중> 외줄 타는 노동자
  2. 2최원준의 음식 사람 <15> 통영 욕지도 고등어 (상)-고등어 간독
  3. 3거가대교 통행료 낮출 해법 놓고 부산시·경남도 갈등
  4. 4부산시장 보선 야 조기 과열 조짐…하태경, 지방의원에 경선 중립 제안
  5. 5영유아 야외물놀이장 예약제 운영
  6. 6“대중이 오래 기억할 수 있는 노래 만들고 싶어”
  7. 7오륙도 선착장 앞바다서 물놀이하던 10대 사망
  8. 8BTS 중국 팬들, 정국 생일 축하영상 해운대서 찍는다
  9. 9부산경찰청장에 진정무 경남청장 내정
  10. 10관급공사 공법 두고 강서구·건설사 마찰…고발전 비화
  1. 1부산시장 보선 야 조기 과열 조짐…하태경, 지방의원에 경선 중립 제안
  2. 2국정원 기조실장에 박선원 발탁 2차장 박정현·3차장 김선희
  3. 3PK 통합당 중진들 “3선 제한案 현실성 없다” 성토
  4. 4이낙연 23.6%·이재명 15.3%…PK ‘대세 후보’ 없다
  5. 5국정원 기조실장에 ‘대북통’ 박선원, 차장에 여성 첫 발탁…3차장 김선희
  6. 6사천 국가지정 항공기정비업 인천발 난기류
  7. 7부동산 증세 4법 여당 주도 처리…7월 임시국회 마무리
  8. 8기껏 본회의 찬반토론 했지만…퇴장·단독처리 되풀이
  9. 9윤석열 ‘독재’ 발언에 여당 ‘맹공’ 야당 ‘두둔’
  10. 10백세시대, 실명 위험 황반변성 주의보
  1. 1북항 2단계 재개발...국내 첫 '결합개발'로 추진
  2. 2부산*울산 중소제조업 가동률 7개월만에 반등
  3. 3코스피 2280선 회복 눈앞… 연중 최고가 경신
  4. 4다주택자 세금인상 ‘부동산 3법’ 국회 통과
  5. 5피서철 불청객 독성 해파리 출몰에 해수욕장 쏘임 사고 잇따라
  6. 6공공재건축 50층까지· 공공택지 개발 등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 발표
  7. 7홍남기 부총리 “주택공급 부지, 태릉골프장 외 그린벨트 검토 안 해”
  8. 8
  9. 9
  10. 10
  1. 1부산 항만 종사자 1명 확진…감염경로 '깜깜이'
  2. 2오륙도 바다서 물놀이하던 10대 물에 빠져 사망
  3. 3부산 무더위 지속 … 폭염 특보 닷새째
  4. 4전국 흐리고 중부 강한 비…장맛비 5일까지 이어져
  5. 5경찰 고위직 간부 인사 발표...부산청장엔 진정무 경남청장
  6. 6경찰, 부산 지하차도 참사 관련 지자체 고위직 수사
  7. 7부산 170번 확진자는 러 선박 한인 선장…부산항發 ‘n차 감염’ 우려
  8. 8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 34명…지역발생 다시 두 자릿수
  9. 9중부 밤사이 천둥 번개 동반 강한 비…부산 닷새째 폭염특보
  10. 10경남 의령, 이렇게 큰 호박 보신적 있나요?
  1. 1미국 교포 대니엘 강 LPGA 문 열자 첫 대회 우승
  2. 2추신수, 시즌 2호 장외포
  3. 3부산 기반 대한서핑협회, 대한체육회 준회원으로…한시적 조건부 승인
  4. 4김현 만회 골 터졌지만…부산, 선두 울산에 발목 아쉬운 2연패
  5. 5롯데 대반격 시동…원정·1점차 승부 잡아야 산다
  6. 6
  7. 7
  8. 8
  9. 9
  10. 10
우리은행
최원준의 음식 사람
통영 욕지도 고등어 (상)-고등어 간독
박현주의 그곳에서 만난 책
곽재식 작가 ‘한국 괴물 백과’
김석화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청각장애인의 ‘목소리’ 수어 엿보기
목격자 되기
박선미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사람다움에 대해
새 책 [전체보기]
눈 속의 에튀드(다와다 요코 지음·최윤영 옮김) 外
불안해서 오늘도 버렸습니다(문보영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튀김의 매력 샅샅이 파헤치기
홉스 둘러싼 의문에 답하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선善한 미소
‘Blind City’- 백재헌 作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김소희의 구음시나위를 듣고 /배리라
해운대 /김석주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강철비2:정상회담'의 양우석 감독
‘반도'의 연상호 감독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살아있다’ 100만 관객이 주는 의미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당연한 ’시간을 위해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귀향, 또 다른 삶의 지평을 찾아서
시네마 리터러시를 향하여
조준형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북코칭 전문가의 책 잘 읽는 이야기
숱한 차별을 버텨온 당신에게 박수를
최예송의 내가 읽은 책 [전체보기]
봄의 시작점에서
함께 살아가고 부딪치는 사람, 그리고 공동체를 향해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20년 8월 5일
묘수풀이 - 2020년 8월 4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0년 8월 5일(음력 6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0년 8월 4일(음력 6월 15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제27회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人以爲諂也
不仁非禮
  • 행복한 가족그림 공모전
  • 국제 어린이 경제 아카데미
  • 유콘서트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