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사에서 특정 장르의 음악이 특정지역과 짝을 맺어 발전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바로크 종교음악극인 오라토리오는 교황청이 있는 로마에서 태어났다. 18세기 고전주의 음악의 대표 장르인 교향곡과 현악사중주는 습기를 싫어하는 현악기의 체질 때문에 건조한 내륙지역인 독일의 만하임과 오스트리아 빈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반면 오페라는 열린 바다를 좋아한다. 종합예술인 오페라가 지향하는 통섭의 문화라는 특성 때문에 오페라극장은 폐쇄적인 내륙도시보다 개방성이 생명인 항구도시에서 더 활기를 띠고 있다. 실제 독일의 오페라는 함부르크에서,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뉴욕에서, 호주는 시드니 해변에서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1600년 르네상스문화의 중심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한 오페라는 1637년 최초의 공공오페라극장인 '산카시아노극장'이 문을 열자 항구도시인 베니스로 그 중심지가 이동됐다. '피가로의 결혼' 등 모차르트의 코믹 오페라의 뿌리인 막간극도 이탈리아 남부 항구도시인 나폴리에서 발전한 대표적인 음악양식이다.
오페라의 성공 조건은 탄탄한 구성의 스토리를 가진 대본, 시적 언어에 음악을 결합하는 작곡가의 영감어린 노고가 우선이다. 작곡가의 손을 거친 악보는 가수의 연기와 가창력, 그리고 지휘자의 해석에 따른 오케스트라를 통해 소리로 구현된다. 이들 요소가 모두 아우러진 종합예술이라는 점에서 오페라는 영화와 많이 닮았다. 여기서 항구도시로서 영화의 도시로 성장한 부산은 오페라가 좋아하는 지형적, 사회적 조건을 우리나라의 여느 도시보다 많아 갖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페라의 실황공연이 가능하려면 무대장치, 의상, 조명, 합창, 무용 등의 요소들이 철저하게 의도되고 준비되어야 한다. 물론 소리라는 가장 추상적인 매개체를 통해 전달되는 오페라는 그 극적 섬세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최적의 음향 조건을 갖춘 건축공간이 있을 때 비로소 작품으로 완성된다.
손금숙 부산국제합창제 집행위원장·음악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