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 읽기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 /교양인 /2만2800원
신데렐라 이야기는 인류 보편적이다. 인종, 문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신데렐라의 고통에 가슴 아파하고 왕자님과 사랑의 결실을 볼 때는 함께 기뻐한다. 마치 동화 속의 신데렐라가 된 것처럼.
그런데 신데렐라 이야기를 요모조모 따져보면 '현실에서도 존재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온갖 학대를 당하고도 끝까지 착한 캐릭터를 고수하는 신데렐라와 처음부터 이유 없이 신데렐라를 괴롭히기만 하는 '악의 화신' 계모와 의붓언니는 실제로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인 동화가 어떻게 인류 전체에 감동을 주는 것일까. 독일의 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오이겐 드레버만이 신간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읽기에서 심층심리학을 토대로 동화를 재해석한다. 여기서 '그림 동화'는 야코프 그림과 빌헬름 그림 두 형제가 독일 지역에서 내려온 옛이야기들을 모아서 엮은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라는 책에 수록된 작품들을 말한다. 이중 '재투성이'는 '신데렐라', '가시나무 공주'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원형으로 알려졌다.
먼저 밝혀둘 것은 동화 이야기가 소재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저자는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을 응용하고 릴케와 지브란의 시, 뭉크와 르누아르의 그림까지 동원해서 '명작 동화'를 꼼꼼하게 해부한다. 그것도 '재투성이', '가시나무 공주', '라푼첼', '영리한 엘제' 등 단 네 편을 다루는 데 무려 500여 쪽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인문학적인 토대와 성찰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저자의 해석은 신선하면서도 발칙하다. 재투성이 소녀를 '착한 아이' 콤플렉스의 원형으로 규정하고 있다. 죽음을 앞둔 어머니가 재투성이에게 "한결같이 경건하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유언을 남긴다. 동화 속에서 재투성이는 어머니의 유언을 열심히 따르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재투성이가 큰 충격을 받고 세상에 혼자 남겨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전형적인 '착한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뿐만 아니다. 저자는 못된 계모와 의붓언니가 실은 친엄마와 친언니일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재투성이 심리에서 어머니가 반드시 생물학적으로 '죽을' 필요는 없다.…어머니가 재투성이 내면에서 죽는다는 사건이야말로 재투성이라는 인물이 형성되는 데 필수적으로 일어나야 하는 일이다"(86쪽)
저자의 색다른 시각에 눈길이 가지만 곳곳에서 과도한 해석이 눈에 띄고 장황한 설명이 이어져 한 호흡으로 책을 읽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