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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 웨스트엔드 극장 모습. |
영국의 공연은 프로덕션 질과 우수한 창작력으로 관객의 관심을 사고 있으며 희곡과 배우, 연기력 모두 세계 수준을 넘었다고 영국 예술위원회는 판단한다. 그리하여 학계는 공연계와 손잡고 공연을 산업으로 규정한 후 경제적 파급을 1998년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런던 웨스트엔드를 당당히 내세운다.
지난 1월 런던 극장협회가 발표한 2012년 통계를 보면 공연 관객이 1399만 명(뮤지컬 790만+연극 411만+오페라·무용 190만 명)을 넘었다. 놀랍다. 런던 시내에 있는 52개의 극장만을 조사한 것이고, 작년 여름 성수기에 올림픽과 윔블던 테니스, 유럽 리그 축구 등 유난히 방해 요소(?)가 많아 어려운 한 해였다고 일 년 내내 엄살을 부린 끝에 나온 발표여서 얼떨떨했다.
귀한 지면을 통해 우수한 공연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런던에서의 삶과 공연 산업의 화려한 성적을 다시 한 번 자랑하는 방식으로 글을 진행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에게 없는 것도 우리의 인생이듯 그 화려함은 이쯤에서 인정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오늘은 오히려 그 잘난 웨스트엔드의 어두운 면을 공개하며 영국 편을 시작한다.
캐츠나 오페라의 유령, 빌리엘리엇, 국립극단의 워호스 그리고 왕립 셰익스피어 극단이 만든 레미제라블, 마틸다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영국 런던은 공연 메카다. 그래서인지 런던 웨스트엔드를 애칭으로 '시어터랜드'로 부르기도 한다. 7개의 녹지(공원)를 중심으로 30개의 박물관과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고, 약 4500개의 레스토랑, 바, 클럽이 모여 있어 한 번의 외출로 웨스트엔드의 화려함에 영혼을 팔고 '집 나간 순이'가 될 수 있겠다.
오늘날 웨스트엔드는 19세기 이르러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는데 당시 상류 사회에서는 극장 가는 것이 아주 매력적인 일이었고 유행이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세계의 많은 도시가 서쪽에 경제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들끼리 이웃한다고 한다. 아마도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그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라는데, 결국 초기 산업사회가 양산해냈던 각종 오염된 공장의 찌꺼기와 연기를 피하고자 부유층이 자연스럽게 이주해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회의사당(빅벤)을 포함해 연속적으로 지어진 궁전들이 들어서면서 값비싼 타운하우스, 유행을 타는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했던 상점들, 공원들이 함께 조성되었으며 이들 상류층을 만족하게 하기 위한 오락 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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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화려한 극장들은 상류층의 요구로 19세기에 이르러 마침내 모두 재정비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니 극장들이 낡았다. 자동차가 아닌 말이 달리던 시대에 지어져 주차 공간은 하나도 없다. 찬란한 빅토리안 시대의 장식물들이 보석처럼 달려 그 화려함을 더하고 있지만, 이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극장을 운영해야 하다 보니 해마다 보수비가 엄청나다. 무대 또한 현대 공연을 올리기에 표현의 제한이 많고 극장 내 바, 화장실 시설 또한 부족해 프로듀서들이 환영하는 공간으론 너무 부족한 형편이다. 고쳐서 쓰고는 있지만, 마치 오래된 오토바이가 버스보다 더 연기를 많이 내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지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극장주들이 용도를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해 급기야 1972년 배우협회가 나서게 된다. 이렇게 해 만들어진 것이 런던 극장 살리기 운동 본부이다. 1970년대 이미 런던에만 50여 개의 극장이 노후화를 이유로 사라졌고, 1982년에는 전국 곳곳에 있는 1000여 개 극장의 85%가 사라지는 아픔으로 인해 이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산했다. 37년간의 캠페인을 통해 런던에만 크고 작은 극장 20여 개를 살려냈고 성공적인 노력은 이제 문화적 유산으로 자리 잡았으나, 외부인들이 모르는 웨스트엔드의 아픔을 뒤로하고 2009년에 어려운 살림으로 해체되기에 이른다. 이제 남은 일은 극장 보수비의 일부를 푯값으로 부담해야 하는 관객의 몫이 되어 버렸다.
김준영 ILOVESTAGE 대표·Kings College London 석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