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말 콜드 경기로 패한 더그 아웃은 장비 챙기는 소리만 요란하다. 흔히 사회인 야구는 5회까지 상대 팀과의 점수가 10점 차로 벌어지면 남은 시간과 상관없이 종료된다. 어찌 보면 몇 주를 기다려온 경기이기에 콜드게임 패는 팀으로 보나 개인으로 보나 뼈아프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감독의 몇 마디 관전평과 함께 모두 다음 경기를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약속이나 한 듯 뒤풀이 장소로 몰려간다. 뜨거운 국밥 한 그릇을 비워내며 몇 순배의 술잔이 돌면 이어 터져 나오는 불콰해진 목소리들이 있다. 경기에 진 이유가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이다.

수비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투수는 야수들의 실책에 불만을 털어놓는다. 평범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공을 놓쳐 잡아야 할 아웃카운터를 주자로 대신하며 대량 실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야수들은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프로야구 선수는 아니지 않으냐고 항변하며 투수의 볼 컨디션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볼 끝을 채지 못하고 왜 미는 듯이 던지느냐, 제구가 되지 않으니 볼넷을 남발하고 그러다 보니 공이 한가운데로 몰려 상대 팀 배트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았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식당을 가득 메운다. 그러다 화살은 어느덧 감독에게 날아가 왜 투수 교체 타임이 늦었느냐는 질타로 이어진다.

감독은 팀의 투수 자원이 열악하고 그래도 에이스인 선발투수를 믿어야 하지 않느냐, 그리고 비록 경기 초반 점수를 많이 잃었지만, 우리 팀 타력으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데 그렇지 못했던 상황을 지적한다. 몇 번의 득점 찬스에서 중심 타선의 무기력한 스윙, 그리고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견제사와 어이없는 주루 플레이를 들며 매 순간 집중하지 못한 선수들의 정신력을 꼬집는다. 이렇게 서로 따지는 잘잘못에 비례하여 자기변명도 커지면서 갈등은 정점을 찍는다. 이어 서로 감정이 상하기도 하고 혹은 다음 시합을 위해 마지막으로 술잔을 부닥치며 일요일 밤은 깊어간다. 이런 풍경은 흔히 사회인 야구를 하는 팀이라면 한 번쯤 겪는 일이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혼자가 하는 경기가 아니라 여러 명이 서로 호흡을 맞춰 최상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전력이 극대화할 수 있다. 선수와 감독이 혼연일체가 되어 다양한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는 팀플레이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소통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하지만 이런 소통도 갈등의 연속을 넘어설 때 가능해지며, 흔히 명문이라 불리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은 바로 여기서 나누어진다. 비록 팀원끼리 충돌이 있었다지만, 이는 더 나은 진전을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다음 있을 경기에 좀 더 집중하며 서로의 눈빛과 동작을 알아차리는 플레이, 이 때문에 잘하는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가 각기 맡은 몫을 충실히 해낼 때 진정한 팀워크는 완성되는 것이다.

남보다 나를 앞세우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도 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만큼 불협화음이 생긴다. 계층과 세대 간 나아가 지역과 민족 간의 갈등과 반목은 시대를 거듭할수록 누적되고, 이를 해결할 실마리와 공통분모는 점점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늘 나선적인 구조로 발전한다는 당위적인 명제를 떠올리며 그 해답을 야구에서 얘기하는 팀워크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한 야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본다. '그라운드 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한마음이 되었을 때, 이기겠다는 마음이 그라운드 위 모두의 마음을 묶을 때 그 시합은 절대로 놓치지 않습니다. 야구는 그런 경기입니다. 그게 바로 팀워크입니다'.

부산 경원고 교사·현재 사회인 야구선수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