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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코스모스 발라드' 공연 배우들. |
2005년은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 해 많은 기념행사가 한일 양국에서 개최됐다. 한국의 공연이 일본에서, 반대로 일본의 공연이 한국에서 공연되는 일도 많았다. '우정 -코스모스의 발라드'라는 제목의 일본 연극공연도 같은 맥락에서 2005년 서울에서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13년간 일본에서 공연됐다. 백혈병과 싸우는 친구를 위해 같은 중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머리를 빡빡 밀고 병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준다는 이야기이다. 중학생들의 가슴 뜨거운 '우정'을 소재로 한 이 공연은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 기념공연으로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았고,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서울에서 공연했다.
오랫동안 무대에 오른 공연인데 무슨 준비가 필요했을까? 이 공연의 서울 버전의 특이한 점은 일본 배우들이 전원 한국말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공연에 참가한 배우들은 전혀 한국말을 하지 못했다. 일본어로 해왔던 공연을 한국어로 하기 위해 배우들은 한 달 반 동안 새로 연습했다. 필자는 이 공연에서 한국어 지도를 담당하며 한국말을 가르쳤다. 한국어의 문법이나 읽기 쓰기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한국어의 발음과 한국말에 감정을 싣는 방법을 가르쳤다.
일본인에게 한국어 말하기 지도를 하다 보면 말이 입 밖으로 잘 뱉어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는 말을 입속에 담아두고 우물우물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이 가진 말하기 습관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 혹은 아직 완벽하게 익숙해지지 않은 외국말이다 보니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물우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어를 들을 때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국말을 배우는 대부분의 일본인들, 더구나 말하는 것이 직업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배우들조차 같은 현상을 보였다. 이것은 자신감이나 아직 익숙지 않은 한국어 발음에서 오는 현상뿐만이 아니라 발성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으로도 보인다. 한국말에는 한국말의 느낌을 전하는 발성의 방법이 있고, 일본말에는 일본말의 느낌을 전하는 발성의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말을 하는 발성법으로 한국말을 뱉으려 하다 보니 정확히 발음해도 완벽하게 한국말로는 들리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섣불리 타인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감정의 에너지를 속으로 감추어 두는 이러한 성향이 일본어 발성의 특징과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 반면 일본말의 특징은 대상을 향해 뻗어 나가기 보다 몸속 전신으로 퍼지며 울리는 특징이 있다. 말의 방향이 자신의 몸속을 향함으로 내적 에너지가 더 팽창한다. 일본 사극의 사무라이 대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우정' 공연에 참가한 배우들은 과정은 힘들었지만, 한국어 대사를 구사함으로써 오히려 여태까지 일본어를 어떠한 식으로 뱉어내고 있었던가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대사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연기자의 대사법에는 대상을 향해 소리를 뻗어내는 방법과 몸속 깊숙한 곳으로 소리를 끌어내리는 대사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연극인들에게나 일반 관객들에게나, 외국공연을 볼 때 발성의 특징을 곰곰이 살펴본다면 공연을 통해 그 나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김세일·배우 겸 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