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이 러브 스테이지 <3> 일본인의 말, 한국어를 모르는 일본배우가 한국어 공연한다?

살아있는 말 연기, 발음 보다 발성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2-21 19:21:26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정-코스모스 발라드' 공연 배우들.
2005년은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 해 많은 기념행사가 한일 양국에서 개최됐다. 한국의 공연이 일본에서, 반대로 일본의 공연이 한국에서 공연되는 일도 많았다. '우정 -코스모스의 발라드'라는 제목의 일본 연극공연도 같은 맥락에서 2005년 서울에서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13년간 일본에서 공연됐다. 백혈병과 싸우는 친구를 위해 같은 중학교의 같은 반 친구들이 모두 머리를 빡빡 밀고 병을 이겨나갈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 준다는 이야기이다. 중학생들의 가슴 뜨거운 '우정'을 소재로 한 이 공연은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 기념공연으로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았고,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서울에서 공연했다.

오랫동안 무대에 오른 공연인데 무슨 준비가 필요했을까? 이 공연의 서울 버전의 특이한 점은 일본 배우들이 전원 한국말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공연에 참가한 배우들은 전혀 한국말을 하지 못했다. 일본어로 해왔던 공연을 한국어로 하기 위해 배우들은 한 달 반 동안 새로 연습했다. 필자는 이 공연에서 한국어 지도를 담당하며 한국말을 가르쳤다. 한국어의 문법이나 읽기 쓰기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한국어의 발음과 한국말에 감정을 싣는 방법을 가르쳤다.

일본인에게 한국어 말하기 지도를 하다 보면 말이 입 밖으로 잘 뱉어지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이는 말을 입속에 담아두고 우물우물 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이 가진 말하기 습관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 혹은 아직 완벽하게 익숙해지지 않은 외국말이다 보니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우물우물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본어를 들을 때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는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한국말을 배우는 대부분의 일본인들, 더구나 말하는 것이 직업의 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배우들조차 같은 현상을 보였다. 이것은 자신감이나 아직 익숙지 않은 한국어 발음에서 오는 현상뿐만이 아니라 발성 방법의 차이에서 오는 현상으로도 보인다. 한국말에는 한국말의 느낌을 전하는 발성의 방법이 있고, 일본말에는 일본말의 느낌을 전하는 발성의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말을 하는 발성법으로 한국말을 뱉으려 하다 보니 정확히 발음해도 완벽하게 한국말로는 들리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섣불리 타인에게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감정의 에너지를 속으로 감추어 두는 이러한 성향이 일본어 발성의 특징과 관련성이 있지 않을까. 반면 일본말의 특징은 대상을 향해 뻗어 나가기 보다 몸속 전신으로 퍼지며 울리는 특징이 있다. 말의 방향이 자신의 몸속을 향함으로 내적 에너지가 더 팽창한다. 일본 사극의 사무라이 대사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우정' 공연에 참가한 배우들은 과정은 힘들었지만, 한국어 대사를 구사함으로써 오히려 여태까지 일본어를 어떠한 식으로 뱉어내고 있었던가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좀 더 다양한 대사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연기자의 대사법에는 대상을 향해 소리를 뻗어내는 방법과 몸속 깊숙한 곳으로 소리를 끌어내리는 대사법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연극인들에게나 일반 관객들에게나, 외국공연을 볼 때 발성의 특징을 곰곰이 살펴본다면 공연을 통해 그 나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배가 될 것이다.

김세일·배우 겸 연출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6. 6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7. 7부산도시철 1회용 승차권 구매도 카드로
  8. 8“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9. 9돗자리 앉아 흥겨운 트로트 즐겨요
  10. 10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4. 4‘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5. 5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6. 6부산시 국감서 전재수 시장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설전
  7. 7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8. 8'소장품 셀프 출품'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 사의 표명
  9. 9울산시 국감, 시장 발언에 국힘 의원들 퇴장
  10. 10제미나이에 물었다는 이 대통령, 野 "제미나이에 국정 의존, 처참한 수준"(종합)
  1. 1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7. 7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8. 8‘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9. 9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21일
  1. 1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5. 5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6. 6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7. 7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8. 8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9. 9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10. 1022일 출근길 기온 ‘뚝’…부울경 최저 2~9도
  1. 1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2. 2‘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