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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시] 낮은 울타리 /배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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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3-02-20 20: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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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담을 쳐서

감출 것이

내겐 없다

감출 것 없는 것이

무슨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움이라도

없는 것은 없는 것이지

어쩔 수 없다.



낮은 울타리

안에서도

무언가를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이 갖지 않은

무언가를,

늦었지만

별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을

찾아보고 싶다.



-시집 '낮은 울타리'에서



▶배기현=1936년 경남 김해 출생.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낮은 울타리'



높은 담장 너머 구중궁궐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왕이 여색 잡기를 탐했는지 국사를 논했는지 어떤 역모가 꾸며지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그 높던 담장도 슬금슬금 낮아지더니 요즘엔 아예 담장을 없앤 곳도 생겨났다. 사실 무슨 보물을 숨기고 있거나 재물이 많다면 몰라도 갑갑하게 높은 담장으로 무장하느니 불안을 걷어 내버린 낮은 울타리가 더 운치 있겠다.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감출 것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떳떳하다. 겸손하게 열린 세계를 지향하는 '낮은 울타리' 속엔 다스함이 풍기고 생동감이 넘치면서 여유가 있다. 이상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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