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쟁 거쳐 25명 강사진 구축
- 전국 국립대 중 첫 시도 주목

부산대가 새 학기부터 고전(古典) 강의를 신설하고 신입생 교양필수 과목으로 선정했다. 전국 국립대 가운데 최초로 시행되는 이 같은 시도는 부산 대학가에서도 처음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교육계 전반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부산대는 2013학년도 1·2학기에 걸쳐 4800여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고전 읽기와 토론' 강의를 개설하고, 교양필수 과목으로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배당된 학점은 2학점에 불과하지만, 이 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누구도 졸업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역거점대학인 부산대의 이번 조치가 부울경의 다른 대학까지 확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지역 대학 교양교육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는 고전 강좌를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실력 있는 우수 강사진 구성을 위한 선발절차를 진행했다. 학내외 모집 공고를 통해 2.5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25명의 강사진을 구축했다. 지원 강사들은 학내 중견 교수 6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 앞에서 강의 계획 프레젠테이션과 심층면접까지 거쳤다.

강사진들은 이 대학 교양교육센터 주관으로 지난달 초부터 20일까지 바람직한 강의 및 평가방법 도출을 위한 워크숍을 5회 열기도 했다. 학생들은 학기당 강사가 지정한 고전 4권을 읽고 토론하며 보고서와 퀴즈, 2회의 시험 등을 통해 평가를 받는다. 지정 고전은 '문학·철학' '역사·사회과학·예술' '자연과학' '기타' 등 4개 부문별로 1권씩 지정된다. 지정 도서는 최근 부산대가 선정한 99권의 고전 해제서인 '고전의 힘'에 수록된 목록을 기본으로 한다.

부산대의 이번 조치는 갈수록 전문성과 실용 교육에 치우치고 있는 대학 교육이 학생들을 단순 기능인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반성에서 출발했다. 삶과 공동체에 대해 본질적으로 고민하고 사유하는 능력과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을 갖춘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킬 수 있는 교육의 틀을 고전에서 찾겠다는 의도다.

정인모 부산대 교양교육센터장은 "통섭과 융합의 시대에 이공계 학생이라 하더라도 인류 지식 자산의 보고이자 지혜와 고민의 산실인 고전을 읽고 이에 관한 토론을 펼치는 과정을 통해 인간미를 갖춘 창조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경희대 숙명여대 등 7개 사립대에서 이 같은 형태의 교양필수 과목을 채택하고 있으며, 미국은 컬럼비아대 등 160여 대학에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