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이 러브 스테이지 <2> 일본인의 사생관

삶과 죽음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사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2-14 18:53:38
  •  |   본지 17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연극 '가을비'의 한 장면.
- 주택가 가운데 공동묘지 있고
- 집집마다 가족·선조 위패 모셔
- 연극 '가을비' 도입부에 이미지 차용

스산한 도심의 공원 속 벤치. 두 남녀가 근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소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앉아있다. 남자가 여자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려주고 있는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며 짙은 안갯속에서 우산을 받쳐 든 영혼들이 나타난다. 한을 품고 죽어간 망령들이 잿빛 도심의 공원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남녀가 앉아있던 공원이 산 자의 공간에서 죽은 자의 공간으로 변해간다.

연극 '가을비'의 도입 부분을 묘사한 것이다. 정소정 작가의 '가을비'는 필자가 연출하고 일본의 배우가 출연한 공연으로, 지난해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작품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그리고 가을에는 일본 도쿄에서도 상연되었는데,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을 겹쳐놓은 장면은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일본의 관객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안겨준 장면이 되었다.

필자가 일본에 살면서 흥미롭게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산 자와 죽은 자가 한 공간에 공존하는 문화이다. 일본에서는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풍경을 여기저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지인의 가정을 방문하면 이따금 방 한곳에 모셔둔 불단이 눈에 띈다. 불단 앞에는 두꺼운 방석이 놓여 있고 매일 아침 그 앞에 앉아서 밥이나 물, 혹은 그 계절의 먹거리 등 조그마한 공물을 두고 공손히 합장한다. 불단에는 돌아가신 가족이나 선조의 위패를 모셔두고 있으며 가정에 따라서는 죽은 애완동물을 위한 불단도 있다. 매일매일 죽은 자와 마주하고 죽은 자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산 자의 공간과 죽은 자의 공간이 같이 놓여 있는 것이라 하겠다.

집 밖에서도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풍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묘지가 특히 그러하다. 일본에는 동네마다 주택가 한가운데에 공동묘지가 있다. 필자는 예전에 이사하기 위해 부동산 중개인의 소개로 집을 보러 다닌 적이 있었다. 전망이 좋아 보이는 어느 집을 방문해 창문을 열자 눈앞에 공동묘지가 넓게 펼쳐져 있어 깜짝 놀란 경험이 있다. '이 집에 살게 될 사람은 매일 밤 무슨 꿈을 꿀까' 하고 잠시 생각에 잠겼었다.

'이 일에 우리의 생사가 달려있다!'

우리나라 말에는 생(生)과 사(死)를 말할 때 생을 먼저 쓰는 경우가 있다. 물론 '사생결단', 혹은 '죽기 살기'처럼 죽음을 앞에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게는 벽에 똥칠해도 이승이 좋고, 무조건 일단 살고 보는 게 더 중요하다. 사는 것이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죽음이라는 존재는 가능한 한 멀리 두고 싶어한다. 멀리멀리 산속에다 묘를 쓰는 것도 삶의 공간과 죽음의 공간을 분리하고 싶어서였을 게다.

이에 반해 일본에서는 보통 사(死)를 생(生)보다 먼저 쓰는 경우가 많다. 사생관(死生觀), 사생학(死生學)이라고는 하지만 생사관(生死觀)이나 생사학(生死學)이라고는 쓰지 않는다. 죽음을 삶의 앞에 두는 언어 습관, 그리고 죽은 자의 공간을 산 자의 공간 곁에 같이 두는 문화에서 죽음을 대하는 일본인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김세일·배우 겸 연출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5. 5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0. 10“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4. 4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5. 5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6. 6시의회 상임위 제한 폐지 논란일자 결국 심사 보류
  7. 7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8. 8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9. 9與주도로 조작기소 특검법안 법사위 상정…국힘 반발·퇴장
  10. 10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4. 4"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7. 7[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8. 8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한양증권도 털렸다…고객·임직원 정보 일부 유출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3. 3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6. 6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7. 7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8. 8첫 공소청 수장 후보, 이정현·박철우·예세민 물망(종합)
  9. 9141개 시민단체도 노동계도 ‘국제신문 회생’ 인가 촉구
  10. 10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8. 8[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