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잔티움과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은 같은 도시의 다른 시대 명칭이다. 330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로마 제국의 수도를 비잔티움으로 옮기고 도시의 명칭을 자신의 이름을 따서 콘스탄티노플로 바꾸었다. 그리고 1453년 오스만 튀르크의 술탄 메흐메드 2세에 의해 이스탄불이 되었다.
비잔틴제국은 1100여 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그리스정교와 비잔틴 문화로 서유럽에 영향을 끼쳤다. 오스만 튀르크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동방의 새로운 기운과 문명이 서유럽에 퍼지는 계기이며, 근세가 시작되고 르네상스와 유럽인의 대항해 시대가 열리게 되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역사적 현장으로 독자를 이끌고 가는 책이 '술탄과 황제'이다. 저자 김형오는 전 국회의장으로 잘 알려졌며, 읽는 이에서 쓰는 이로 역사에 대한 탐구자로 본격적인 방향 전환을 한 책이다.
'술탄과 황제'는 제목이 말해주듯 운명을 다하여 사그라지는 비잔틴제국의 황제와 세계를 다 정복할 듯 팽창해가는 오스만 튀르크의 술탄, 두 지도자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콘스탄티노플 함락을 포함한 50여 일간의 치열한 전쟁 과정을 역사적 사실과 방대한 자료, 저자의 상상력으로 그려낸 책이다.
이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마지막 총공세 나흘간의 기록을 소설 형식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한 편의 영화처럼 박진감 있게 다가온다. 2장은 1453년 4월 2일부터 5월 29일까지의 일을 기록한 황제의 가상 일기장과 이를 읽고 작성한 술탄의 비망록이 교차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지도자의 열정과 고뇌가 손에 잡히는 듯 읽힌다. 마지막 3장은 그로부터 559년 후 2012년 5월 29일과 6월 1일 사이 저자가 이스탄불의 여러 유적지를 둘러보며 이 책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21세의 젊은 술탄 메흐메드 2세는 쇠사슬로 막힌 바닷길을 뚫기 위해 레일을 깔고 바퀴를 달아 70여 척 함대를 끌고 갈라타 언덕을 넘을 정도로 강한 추진력을 가진 사나이였다. 칼로 모든 것을 베어버릴 잔인함을 가졌지만 정복 3일째부터 비잔틴 시민의 생명과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고 차츰 정복자들의 도시가 아니라 공존이 가능한 국제적 성격의 제도와 조직을 만들어가는 지도력을 갖춘 인물이기도 하였다. 오스만 제국이 1922년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존재하였다는 사실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비잔틴제국의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누스 11세의 최후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지만 끝까지 자신의 제국을 지키려 했던 그에 대한 추앙은 사후 200~400년 지난 다음에도 죽음에 대한 여러 가설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해가 지고 달이 차고 또 다른 해가 뜨는 것이 역사라면 이 책을 따라 그 거대한 장면을 좇아가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다양한 각주와 부록에 정리된 많은 양의 자료, 특히 이어령의 추천사에 나오듯이 'QR 코드를 도입해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적 글쓰기의 멋진 구현'을 하고 있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부산시민도서관 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