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전 등 콘텐츠 활용 여론

'한일 문화 실크로드'라 불리는 조선통신사의 유물 상당수가 부산박물관 수장고에서 잠자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과 일본이 평화와 공존의 상징인 조선통신사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유물과 콘텐츠를 많이 가진 일본과 달리 가뜩이나 보유량이 적은 부산이 귀중한 자료를 썩히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박물관은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 28점을 소장하고 있는데 이 중 '조선통신사 행렬도'와 통신사 행렬에서 선보인 조선의 승마 곡예를 기록한 '마상재도권' 등 10점만 제2전시관 한일관계실에 전시하고 있다. 그러나 3분의 2에 해당하는 나머지 18점은 수장고에 보관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수장고에 보관 중인 유물은 조선통신사 일행의 필담, 통신사 수행원 이사적의 자료, 삼택방 통신사상정친필시고, 조선국통신사역지행빙고, 술재 변박의 매화도 같은 당시 한일 교류 현장을 보여주는 소중한 자료들이다.

이에 따라 조선통신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맞춰 부산박물관 수장고에 잠자는 통신사 관련 유물을 전시공간으로 끄집어내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남송우 부산문화재단 대표는 "조선통신사 등재와 그 중요성을 시민에게 알리기 위해서라도 수장고에 보관 중인 통신사 관련 유물을 모아 기획전을 개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양맹준 부산박물관장은 "부산박물관은 종합박물관이어서 기존 통신사 전시공간을 늘리면 다른 전시공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기획전 개최가 좋은 방법이지만, 올해 두 차례 기획전은 직할시 승격 50주년 등으로 이미 잡혀 있다"고 말했다.

강대민 조선통신사학회 회장은 "부산박물관, 부산국립해양박물관, 조선통신사역사관 같은 통신사 관련 콘텐츠가 있는 부산의 3개 기관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공동 기획전을 여는 것도 방법"이라고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