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핥고 있는 혀가 있었다
산을 갉아 먹는 벌레가 있었다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왕성한 식욕 그칠 줄 몰랐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니
지상은 아침 맞이하느라 세수를 하는데
내 얼굴은 불타는 나무들의 몸부림이 지나갔나
등산객들 키들키들 웃었다
나무들의 다비식이 끝났는지
까만 산길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건조주의보의 나날
책상 위 문서 속엔 진동하는 화근내
괴발개발 숯검정으로 적은 산화(山火) 보고서
무전기로 급히 타전 중이다.
▶김태=1956년 부산 가덕도에서 출생. 본명 김태수. 2006년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 '발걸음에 대하여' 등.
오죽하면 화마(火魔)라 하겠는가. 한 때 울산에서는 7년 동안 산불을 낸 봉대산 '불 다람쥐'란 방화범 때문에 초비상이 걸린 적이 있었다. 산불감시원과 공무원들이 동원되고, 현상금까지 걸렸던 범인은 결국 붙잡혔지만 막대한 피해를 줬다.
강원도 동해안 낙산사가 산불에 타서 홀랑 무너져 버렸다. 내장사 대웅전이 소실되는가 하면 향일암도 타버렸다. 국보 1호인 남대문이 어처구니없게도 토지보상에 불만을 품은 자가 불을 질러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실화든 방화든 인명 피해와 재산 손실은 막대한 것.
이상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