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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딸이 숨지기 전 권영숙 씨와 딸이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20대에 요절한 딸을 잊지 못해 10년간 사망신고를 하지 않고 주민세와 건강보험료까지 내던 어머니. 지난해 8월 30일 사망신고를 하고 나서 그동안 피울음을 토하며 쓴 시집 '어미새'(세종출판사·1만 원)를 최근 내고 용서를 구했다.
권영숙(64·부산 남구 대연동) 씨는 "내 입으로 차마 '우리 희야가 우울증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라고 말할 수 없었음을 부디 용서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딸에게도 용서를 빌었다. 그는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처럼 희야는 갔지만 내가 희야를 보내지 않은 이유는 사망신고를 하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라고 했다.
3녀 1남 중 둘째로 1977년 5월에 태어난 계희는 대학을 졸업하고 캐나다로 유학을 갔다가 우울증에 걸려 2002년 7월 세상을 떠났다. 방년 25세. 사람들이 '희야는 어디 있느냐' '왜 결혼 소식이 없느냐'고 물을 때마다 그는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중"이라고 얼버무렸다. 심방온 목사가 물을 때조차 그렇게 대답했다.
지난해 만 10년 5일 만에 사망신고를 하던 날. 태풍 '덴빈'이 전국을 강타했다. 그는 "10년간 이름이라도 꼭 붙잡고 견뎌왔는데, 허무한 내 심정처럼 비바람이 몰아쳤다"며 "이제 이름조차 지워지고 있다는 슬픔을 참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권 씨는 "내 속을 글로 쓰지 않았더라면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글쓰기가 고통과 슬픔의 자기 치유 방법임을 보여준다. 그는 머리글에서 "자식의 나뭇가지에 앉아 밤낮 피를 토하는 어미새가 되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울고 또 울고 시를 쓰며 슬픔을 견뎌냈다. 모성의 피 울음이 70여 편의 시로 승화한 셈이다. '이 눈물 다 모으면 배라도 띄우리라./너는 내 가슴에 눈물을 펌프질하는 여신이라도 되었느냐.'('너는 어느 산 너머에 숨어 있느냐' 부분)
박정선 소설가는 "권영숙 씨가 '어미새'라는 자전시를 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정상인으로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슬픔을 글쓰기로 훌륭하게 극복한 만큼 이제 슬픔을 딛고 일어나 세상을 향해 훨훨 날아오르는 힘찬 어미새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원했다. 부산크리스천문인협회는 오는 24일 오후 6시 부산일보 10층 뷔페 고메에서 '어미새' 출판기념회를 열어 권 씨를 격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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