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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상> 추진 전략과 기대 효과

새 정부 첫 한일 정상회담 의제 채택 땐 2015년(한일수교 50돌 기념의 해) 등재 희망적

  • 국제신문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3-01-21 19:37:42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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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래조도. 조선통신사가 전명식을 마치고 일본 도쿄의 나혼바시를 지나 숙소로 향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문화재단 ·일본 학회 등
유네스코 등재 적극 나서
한일 입장 차이 조율이 과제
지역 국회의원들이 앞장서고
양국 정상이 나서면 '순풍에 돛'

등재 성사되면 세계적 희소성
통신사 행렬 등 축제 재현 땐
세계적 문화관광상품 가능성

한일 문화·경제 등 교류 활성화
해묵은 갈등 푸는 기폭제 작용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정립 한몫
부산 세계평화·공존 중심지로도

조선통신사는 동서양의 문화가 충돌하는 다문화 시대에 필요한 평화와 공존의 길을 가르쳐 주는 문화 콘텐츠다. 1607~1811년 12차례 이루어진 조선과 일본 간의 평화와 선린우호를 상징하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이다. 조선통신사가 지향한 가치는 현재에도 살아 있으며, 미래에는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중단됐던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사업이 2003년 시작돼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이 시점에서 조선통신사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한일 문화의 실크로드'로 관광수익 창출은 물론 양국의 문화와 경제 교류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부터 서두른다면 2015년 한일 국교정상화(한일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등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 국가가 아닌 한일 양국이 입장 차이를 조율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등재가 이루어지면 그 자체만으로도 희소성과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시민 200만 명이 1989년 8월 23일 길이 600㎞의 인간띠를 만들어 노래를 부르며 무혈혁명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역사적 길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전례가 있다. 이 '발트의 길'(노래혁명 길)은 2009년 유네스코 등재 이후 세계적인 문화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새 정부 첫 한일정상회담 의제로

부산문화재단과 조선통신사가 거쳐 갔던 일본 도시의 모임인 '조선통신사 연지연락협회', 조선통신사학회를 중심으로 조선통신사 문화유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탄력을 받으려면 양국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만 보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 외교통상부, 문화재청, 국립중앙도서관, 규장각 같은 관련 기관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들 기관의 이해 관계를 조율할 협의체가 마련돼야 하고, 국회에서도 예산을 뒷받침해야 한다. 부산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한일의원연맹 소속 국회의원도 관심을 둬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한국과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종군 위안부 같은 아픈 역사로 말미암아 툭 하면 독도 영유권 분쟁, 일본 역사 교과서 왜곡 같은 정치적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조선통신사 문화유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가깝고도 먼' 양국의 벽을 허무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의 첫 한일 정상회담 의제로 채택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부산문화재단 차재근 문예진흥실장은 "양국 정상이 나선다면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순풍에 돛단배처럼 탄력을 받아 2015년 한일수교 50주년 기념의 해를 맞아 한일 국민에게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선물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선통신사가 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의 정치적 갈등을 풀고, 평화를 도모한 것처럼 말이다.

부산문화재단과 조선통신사학회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새 정부의 한일정상회담 의제로 채택되도록 다각적인 접촉을 벌이고 있다.

■기대 효과

조선통신사 문화유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부산이 얻을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조선통신사 학회 김동철 부회장(부산대 사학과 교수)은 "조선통신사 일행이 배편으로 출항했으며, 현재 해마다 5월 초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을 비롯한 조선통신사 축제가 열리는 부산에 국내외 관광객이 몰리고, 도시 브랜드 가치가 덩달아 올라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부산이 아시아를 넘어 평화와 공존의 가치를 알려주는 세계적인 문화교류 중심지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교류사업의 수도 편중을 극복하고, 국제적 문화교류를 통해 지방자치 문화의 꽃을 피운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 벤치마킹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컬리제이션은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localization)의 합성어로,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화를 동시에 추구해 문화의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전략이다.


# 국제 레지던시 효시

- '한류의 원조'…바닷길 오가며 부산문화 살찌워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된 조선통신사 선박. 실제 크기의 절반으로 복원했다. 이진우 인턴기자
조선통신사는 흘러간 옛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시대 문화 공존과 평화를 지향하는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선진문화를 전수했던 조선통신사의 숙소에 일본 문인과 유학자가 몰려 퇴계 이황의 가르침이나 허준의 '동의보감'에 관해 묻는 등 조선 열풍이 불었다. 이런 점에서 조선통신사는 한류(韓流)의 원조인 셈이다.

일본 도모노우라시 조선통신사연구회 토다 카쯔요시 대표는 조선통신사의 진정한 가치를 '다문화 공존'이라고 강조했다. "조선통신사의 내방은 일본 지식인과 민중에게 이문화와 접촉해 그 선진성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 교류를 통해 얻은 문화 정보를 제례, 의복, 민속 같은 다양한 생활 분야에 도입했습니다."

1811년 중단된 조선통신사는 다문화시대 문화 공존과 평화의 가치에 걸맞게 부산을 중심으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2002년 3월 부산에서 조선통신사행렬 재현위원회가 발족하고, 2003년 3월에는 조선통신사 문화사업추진위원회 창립총회가 개최되면서 한일 양국 '평화의 바닷길'이 다시 열렸다. 2005년 6월 조선통신사학회가 꾸려지고, 조선통신사 문화사업회는 2010년 부산문화재단으로 편입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은 조선통신사가 지향했던 문화 공존이라는 오늘날의 의미를 살려 지난해 처음 일본 대마도, 카미노세키, 도모노우라, 시즈오카 이토우, 요코하마 등 5개 지역에 부산 지역 화가, 공예가, 시인, 소설가 9명을 파견해 그곳에서 교류 및 창작활동을 하게 하는 '레지던시 원류를 찾아서' 프로그램을 도입해 호평을 받았다.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 젊은 예술가들은 2011년부터 두 지역을 오가며 공동축제 형식의 문화예술교류 행사인 '왔다갔다(WATAGATA) 아트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조선통신사에 뿌리를 둔 레지던시와 문화교류 프로그램이 환생해 부산 문화를 살찌우고 있다.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

조선통신사는 조선에서 일본으로 파견된 사절을 말한다. 통신이란 신의를 나눈다는 의미. 조선통신사를 통한 교류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 조선과 일본의 평화와 선린우호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 년간 조선통신사는 일본을 12차례 방문했다. 조선통신사는 정사, 부사, 종사관 등 400~500명에 이르는 대사절단이다.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 출발해 일본의 수도 에도까지 가는 데 반년 이상 걸렸다. 통신사는 일본의 많은 문인과 필담을 나누고 노래와 술잔을 주고받는 등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통신사 일행의 최종 출발지였던 부산은 일행의 접대와 특산물과 예단 모집, 해신제 준비 등 통신사 파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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