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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석 작가의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
- 고은사진미술관 신관·본관
- 사진 성향 따라 두 부류 나눠
- 대상을 추상적 형태로 변형
- 사회 참여·자아성찰 매개로
디지털 사진이 발전하면서 회화 같은 사진이 범람하고 있다. 디지털 사진이 사진의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자연발생적인 현상이요, 미래지향적 사진의 한 방법론이 될 수 있지만 문제는 일방적으로 쏠린다는 데 있다. 고은사진미술관 신관·본관(부산 해운대구 우동·중동)의 전시 'The Origin 근원'의 출발지점이다. 이번 전시는 사진의 순수성과 본질을 되짚어보고 다시 한 번 고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사진은 170년이라는 그리 길지 않은 역사를 지녔지만 동시대 예술에서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활용하면서 최고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더불어 디지털 사진이 국내에 도입된 지는 20여년. 사진의 저변 확대라는 순기능이 있는 반면에 전통적 사진, 사진다운 사진의 위상이 위태로워졌다는 시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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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정식 작가의 '고요, 충북 단양'. |
전시를 기획한 미술관 이상일 디렉터는 "새로운 시대에 부합한 예술의 한 방식으로서 기술력을 동원한 디지털 사진도 필요하고 발전해야 하지만, 지금처럼 일변도로 기운 것은 한국 사진의 장래를 생각할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신선미와 자극성이 사라진 디지털 사진의 문제점도 사진의 뿌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식 작가는 "사진만큼 현실성이 핵을 이루는 예술은 없다. 현실을 떠난 사진은 회화일 수는 있어도 사진일 수는 없다. 디지털 사진은 사진의 정체성에서 갈수록 벗어나 돌아올 줄 모른다"라고 안타까워했다.
전시에 참여한 11명은 사진의 본질에 충실하게 다가가는 한국의 2세대 사진작가(50~60대)들이다. 전시는 사진 성향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본관에서 전시하는 첫 번째 그룹(한정식, 이완교, 이종만, 오상조))은 사진을 재현의 매체로 여겨 대상을 추상적 형태의 변형으로 다루고, 신관의 두 번째 그룹(최광호, 정주하, 이상일, 이갑철, 김보섭, 권태균, 강용석)은 사진을 사회 참여와 자아 성찰의 매개로 보아 자신과 사회에 대한 발언을 드러내고자 했다. 대부분 사진의 근원을 '흑백'으로 보고, 흑백사진으로 작업했다.
한정식은 카메라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 추상적으로 표현한 '고요' 시리즈를 선보였다. 흐르는 물을 느린 셔터로 찍었는데, 물결의 형태가 미끈한 몸의 형태와 결을 닮았다. 이완교는 사진의 재료로 추상성을 만든다. 현상약품이나 필름 등을 조작해 숲과 나무, 바다가 거친 입자 속 점으로 나타나 마치 점묘파 회화를 보는 듯하다. 이종만은 바닷가 바위와 자갈의 형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풍경의 질감을 묘사하고 있다.
신관에서 소개하는 이상일은 강한 후레쉬를 이용한 노숙인의 사진으로 그들의 존재를 환경으로부터 해방시켜려 했다. 이갑철은 민속적이고 토속적인 한국인의 얼굴을, 김보섭은 인천 항구의 물류 교류를 거시적 시각으로, 강용석은 6·25전쟁 학살 현장과 발굴 현장을 차분한 시선으로 기록했다. 최광호는 셀프 카메라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스스럼 없이 사진 속에 드러내는데, 한편의 극적인 드라마로 설정해 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재현하고 있다.
이 디렉터는 "사진의 영역이 계속 확장되어가는 현 상황에서 이번 전시가 사진의 본래 의미와 가치를 짚어보고 앞으로 펼쳐질 사진의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음 달 21일까지. (051)746-0055, 744-3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