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봐라! 참기름 항아리 냄새를 맡아 보아라. 새 참기름은 고소한 냄새가 나고 3년 묵은 참기름은 찌든 냄새가 나느니라."

"사또. 새 참기름 냄새가 납니다. 3년 묵은 참기름이 아닌 줄 아뢰오."

"알았다. 저 놈을 잡아다 곤장을 치거라. 그리고 돈을 가져올 때까지 감옥에 가두도록 해라."

옛날 어느 시골에 가난한 총각이 있었다. 빨리 돈을 벌어서 전답도 사고 장가도 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돈을 모았는데, 모아놓은 엽전을 숨길 데가 없었다. 생각 끝에 참기름 항아리 바닥에 엽전을 부어넣었다. 참기름이 검어서 밑바닥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총각은 매일 번 돈을 참기름 항아리에 넣었던 것이다. 그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한양에 가려고 했는데, 문제는 그 참기름 항아리 안에 있는 돈이었다. 누구한테 맡기기가 미덥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이웃인 농부에게 '내가 장사하러 3년간 한양에 다녀올 테니까 이 참기름을 맡아 보관해 주십시오' 하고, 참기름 항아리를 맡기고 총각은 한양에 가서 돈을 벌기 시작했다.

참기름을 맡은 농부는 가난해서 반찬 없는 밥을 먹곤 했다. 어느 날 농부가 아내에게 "여보, 우리 참기름 한 숟가락 가져다가 간장에 비벼먹으면 안될까? 한 숟가락 먹는다고 표가 나겠어?" 해서 둘이 참기름을 한 숟가락 가져다가 비벼먹었다. 한번 먹고 두 번 먹고 자꾸 먹다보니 참기름이 점점 줄어들어서 표가 나게 되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나중에 참기름 사다가 부어주면 되지! 그냥 먹자" 계속 참기름을 떠서 먹다 보니까 밑에 이상한 것이 보였는데, 거기에 엽전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이었다. 이 농부 부부는 엽전을 꺼내서 물에 씻고 닦아서 다른 곳에 감추어 두고 거기에다 새로 참기름을 가득 부어 놓았다.

그 후 얼마 안 되어서 총각이 돈을 벌어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는데, 와서 참기름 항아리를 받아 보니까 밑에 엽전이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농부하고 싸움을 벌이다 안 되니까 고을 사또에게 재판을 받으러 갔다. "사또, 소인이 참기름 항아리 밑에 엽전을 잔뜩 넣어두고 갔는데, 와서 보니 참기름은 있는데 엽전은 없습니다!" "아닙니다. 소인은 참기름 항아리를 받은 그대로 보관했다가 그대로 돌려준 것뿐입니다"라고 농부가 말하자, 사또가 말했다. "여봐라! 참기름 항아리 냄새를 맡아 봐라. 3년 된 참기름은 찌든 냄새가 나고 새로 부은 참기름은 고소한 냄새가 나느니라." 포졸 하나가 나와서 냄새를 맡아보니 아주 고소한 새 참기름 냄새가 났다. "사또. 이건 분명히 새 참기름입니다." "저놈을 당장 곤장을 치고 옥에 가두거라."

결국 농부는 곤장을 맞고 숨겨 놓은 엽전을 돌려주었다. 농부는 자기 자신을 믿었다. 그는 돈이 탐나서 '돈을 꺼내고 참기름을 부어 놓으면 누가 알겠나' 했는데, 사또의 지혜가 농부의 죄를 적발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욕심에 이끌리다 보면 자기 편리한 대로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죄가 적발되어 처벌을 받고 사회적으로도 지탄을 받게 된다. 정치인이나 공직자, 기업인 할 것 없이 이런 어리석음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드러나 잡힐 줄 안다면 누가 뇌물을 받거나 부정을 저지르겠는가?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들은 항상 자기를 믿고 자기 판단을 다 옳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도소 재소자들 중에는 자기는 죄를 지어도 잡히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죄를 지었다가 잡혀 온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것이다. 사람이 자기 생각을 믿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약력

1944년 경북 선산 출생, 기쁜소식강남교회 담임목사, (사)국제청소년연합(IYF) 대표고문, (사)기쁜소식선교회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