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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허만하, 최영철, 손택수 |
파악된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상식으로 굳어져 최초의 경이를 상실해버린 세계 속에서 어떻게 삶과 사물에 대한 실감을 끌어올 수 있을까.
예심과 본심을 겸한 1차 심사를 거쳐 오른 작품들은 시 장르 고유의 구심점을 향한 몰입과 그로부터의 탈주로 크게 구별되었다. 서정성에 충실하였으나 새로운 모험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 그리고 과잉된 탈주의지로 설명적인 산문투들이 먼저 제외되었다. 조립은 잘 되었으나 맥이 빠져 시적 울림에 실패한 작품들 또한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최종심에 오른 것은 박다닌, 최희명, 김유경 세 사람의 응모작이다. 우선, 박다닌은 소외된 삶을 조명하는 따듯한 시선에 호감이 갔으나 이미지와 이미지를 연결하는 고리가 작위적으로 다가왔다.
심사위원들은 최희명과 김유경의 작품을 들고 팽팽한 긴장 속에 심사를 이어갔다. 최희명은 '고려인 집성촌'이라는 무거운 오브제를 절제된 감각으로 구조화하는 솜씨가 녹록잖았다. 견고한 형식미 또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오히려 그 형식미가 시상의 확장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주제를 삶의 구체성 속에서 길어올리는 김유경의 시는 시상을 끌고 가는 기량에 있어서나 시어를 낯설게 만드는 방식에서 단연 돋보였다. 넘치는 수사의 욕망에 절제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으나 서사를 내장한 이미지들의 날렵함이 그 흠을 오히려 더 빛나게 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함께 보내온 작품들의 고른 수준도 신뢰감을 주었고, 무엇보다 시 너머에 대한 지향을 통해 고정된 형식을 뒤흔드는 신인다운 패기가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장고 끝에 김유경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는데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합의를 보았다. 이 새로운 시인이 시 장르만의 특장을 고집스럽게 파고들어 가면서도 그 너머를 사유할 수 있는 무서운 신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심사위원 허만하, 최영철, 손택수(이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