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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지스님의 자유 '무등등자유' <7> 서정의 날개 맞아 하늘 다가오다

꿈은 마음과 사유의 반영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12-21 19:06:26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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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서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은 독수리가 하늘을 비상하는 모습. 국제신DB
내 마음 속 우리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서정주의 '동천 冬天')



고운 눈썹 그것은 미인의 표상이 될 수 있다. 변영로 시인의 시 '논개'에 '아리따운 그 아미(蛾眉·눈썹) 높게 흔들리우며 석류 속 같은 그 입술' 이라는 구절이 있다. 동양적인 미인을 그리는데 초승달 같이 여리고 예쁘게 휘어진 눈썹을 문인들은 흔히 등장시켜 왔다. 또 불교 경전에는 부처님의 특출한 모습 32가지(三十二大人相)가 있는데 그 형상 중에 아미수양상(蛾眉垂楊相·빼어난 눈썹 모습이 휘늘어진 수양버들 같은 모습)이란 말이 있기도 하다.

그렇게 고운 우리 님의 눈썹을 눈 앞에 두어서 보고 기뻐하기만 하기엔 너무 곱고 고매하여 내 마음 속으로 아예 깊이 품어 들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님의 고운 눈썹과 내가 둘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시인은 둘 아닌 하나가 된 지금에도 그 눈썹을 두고 만족하여 가만 있기만 할 수는 없어 님의 고운 눈썹에게 무언가 해줄 수 있는 길을 찾아 궁리하다 보니까 꿈으로 맑게 씻는 작업을 하게 된 것이다. 꿈이란 내 마음과 사유(思惟)의 반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마음을 님의 고운 눈썹에 쏟아부을 수밖에 없게 되었으므로 꿈으로는 언제나 고운 눈썹을 씻어 맑게 하는 일을 놓아버릴 수 없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해가 떠서 밝은 낮에는 끊임없이 님의 고운 눈썹을 위하여 배려하고 간절히 생각하는 의식적 작업이 있기에 안식의 장막 천지에 내려진 밤에는 꿈이라고 하는 무의식 작업, 한결같이 님의 고운 눈썹을 맑게 씻는 일을 저절로 하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의 꿈으로 더 없이 맑게 씻은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시인은 새로운 생명체로 어여쁘게 가꾸어 기르고 싶은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하늘에다 옮기어 심는다'는 대목에 해당된다. 묻는다고 한 것이 아니라 '심는다'고 했다. 생명이 다한 것 또는 돌 같은 무생물을 땅 같은 곳을 파고 넣는 것을 묻는다라고 한다면 새로운 생명이 예약된 씨앗이나 꽃나무 같은 것을 싹 틔우거나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서라면 심어야 하는 것이다.

심는다는 행위는 '내 마음 속'에 그렇게 오래 품었던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떠나보내는 행위 곧 회자정리(會者定離·만난 것은 헤어지게 되어 있음)의 법리(法理)를 말하는 동시에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을 기약하는 윤회전생의 한 단계를 보이고 있다. 텅 비어 푸르기만한 하늘·천공(天空)에다 심었다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어디쯤에 심었는지 묻는다면 당사자 시인도 선뜻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독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언어를 소재로 하여 펼치는 시인의 마법이라 할 만하고 아리송하고 어렵게, 또 비유법 등을 운용하는 것이 특권처럼 되어 있다. 새가 난다. 동지 섣달, 절박하고 심각하여 노래 잃고 오직 일심으로 하늘에 심어진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의 그 모습을 따라 시늉하며 날아 갈 수 밖에 없는 새인 것이다. 나는 새가 있어 '고운 님의 눈썹'의 모습이 비로소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우리 님의 고운 눈썹'과 '매섭게 날으는 새'를 같은 선에 나란히 병치시키며 활짝 펼쳐 솟아오르는 서정의 날개를 향해 자유의 하늘이 다가오고 있다 할만하다.

천룡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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