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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마오쩌둥의 개였다…그가 물라고 하면 물었다"

장칭, 38년간 마오쩌둥 내조, 문화혁명 선봉 비극적 종말

  • 이경식 기자 yisg@kookje.co.kr
  •  |   입력 : 2012-12-07 18:54:3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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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에서 공산당 허점 폭로
- 中현대사와 함께 파란만장
- "역사란 무대서 의지의 외줄"
- 장칭 /로스 테릴 지음 /양현수 옮김 /교양인 /3만2000원

첩의 딸, 가출, 배우생활, 공산주의 운동, 투옥, 세 번의 결혼, 퍼스트 레이디, 여성 최초 정치국원, 사형 선고, 자살.

얼핏 봐도 파란만장한 삶의 이력이다. 주인공은 중국 현대사의 대표적인 문제적 인물 장칭. 얼마 전 타계한 세계 최고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극단의 시대'라고 명명한 단기(短期) 20세기(1914~1991년)와 딱 일치하는 시기를 살았다.

중국공산당의 대부 마오쩌둥의 내조자로 38년을 지내며 문화혁명의 선봉에 서서 온 나라를 광란의 도가니에 몰아넣었기에, 그리고 그 결과 마오쩌둥의 뒤를 이어 권좌에 오른 덩샤오핑으로부터 반혁명 죄인으로 낙인 찍혀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기에 장칭을 빼놓고는 중국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이 장칭에 관한 정보 공개를 금기시하는 바람에 사후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베일에 가린 신비의 존재로 남아있다.

   
1939년 옌안에 있을 때의 장칭. 교양인 제공
하버드대학 페어뱅크 동아시아연구센터 연구원인 로스 테릴이 베이징 고위층에서 은밀히 회람되던 문건들을 입수하고, 장칭의 가족과 지인들을 찾아 세계를 떠돌며 인터뷰한 자료를 토대로 쓴 역저 장칭이 국내에 출간돼 관심을 끈다.

이 책에서 장칭은 비범한 의지력을 지닌 인물로 그려진다. 14세 무렵 가출해 들어간 예술학교에서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을 읽고 그 주인공 노라와 봉건적 구속으로부터의 해방을 갈구하는 자신을 동일시하는 모습이나, 22세 때 상하이에서 배우로 활동하다 일본의 침공을 받자 국민당 정부가 수립된 난징으로 간 대다수 배우들과 달리 홀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있는 옌안 행을 택한 것 등등. 장칭은 삶의 고비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을 발휘했다. 저자는 그런 장칭을 "역사라는 거대한 무대 위에 선 배우로서 그 모든 순간에 오로지 자신의 의지라는 외줄을 타고 있었다"고 평했다.

옌안에서 마오쩌둥과 결혼한 장칭은 25년 넘는 긴 세월 동안 숨 죽여 때를 기다리다 마침내 권력의 핵심부에 진입할 기회를 잡았다. 대약진운동 실패로 궁지에 몰린 마오쩌둥이 장칭을 정치적 동지로 선택해 문화혁명의 깃발을 든 것이다. 하지만 결말은 참담했다. 1976년, 마오쩌둥 사후 화궈펑과의 권력투쟁에서 패한 장칭 등 문화혁명 4인방은 반혁명죄로 체포된다. 정치 지도자와 지식인, 인민을 탄압하고, 당과 국가권력 찬탈을 기도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정에 선 장칭은 그러나 기 죽지 않았다. 죄 인정을 압박하는 재판부에 되레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내가 한 모든 일은 마오쩌둥이 시킨 것이다. 나는 마오쩌둥의 개였다. 그가 물라고 하면 물었다." 이로 인해 중국공산당은 곤경에 처했다. 마오쩌둥의 실수를 모두 4인방에게 돌리는 편리한 해결 방법을 택했는데, 장칭의 이 같은 반발로 중국공산당의 허점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련공산당처럼 향후 중국공산당의 역사가 공개되면 장칭의 죄로 알려진 것 가운데 일부가 마오쩌둥의 죄로 밝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연장선상에서 저자는 "장칭은 정치적 악당도 아니고 영웅도 아니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기 때문에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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