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담고 싶은 장면이 너무도 많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지만, 축제인 데다가 퍼레이드에 나온 아이들이 이따금씩 포즈를 취해줘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내 눈으로 보던 모습을 카메라를 통해서 보면 어떤 꺼림칙함이 생겼다. 한데 어울려 즐기다가도 카메라만 들면 왠지 홀로 그 상황 바깥으로 나와 사람들을 내려다보는 듯이 느껴지는 그 불편함은 무엇이었을까.



여행의 사고(전 3권)/윤여일 지음/돌베개/1만8000원



여행과 관광. 의미는 유사하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여행이라고 하면 성찰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면, 관광은 소비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요즘 여행이 어디 그런가. 경치와 풍물을 잠시 눈에 담은 채 길 위를 배회할 뿐이다. "나를 둘러싼 황야를 거니는 일이 아니라 내 마음속 황야를 살피는 일이로구나." 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는 여행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 책이 소개하는 여행의 지향점이다. 저자는 멕시코와 과테말라(1권), 인도와 네팔(2권), 중국과 일본(3권)을 여행하며 시간을 들여 끈질기게 관찰한다. 그러다 보면 뜻밖에 마음속에 숨어었던 이야기가 절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