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나 중국에 가서 (공연 시장을) 평정하지못한다면 한국에서 다시 노래할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내년 4월 7일 3년 예정으로떠나는데 '김장훈이 진짜 해냈구나'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정규 10집 활동을 끝으로 잠시 한국을 떠나는 가수 김장훈의 소회다.

김장훈은 내년 4월 7일 출국해 중국, 대만, 미국 등에서 가수 겸 공연기획자로 활동할 예정이다.

미국 공연은 8개주(州)를 돌며 공연과 기부를 동시에 진행하는 '도네이션 투어(Donation Tour)'로 진행된다.

7일 서대문구 미근동 독도체험관에서 열린 10집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김장훈은"한국에서 음악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운을 뗐다.

"은퇴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사람 일은 확언을 말아야 한다는 어머니 말씀 때문에 그 말(은퇴)은 아껴두기로 했죠."

그는 "어쩌면 오늘이 공식적으로는 마지막 간담회가 아닐까 싶어 어젯밤 잠도 설쳤다"면서 "정말 마지막이다, 이번에 안 되면 마이크를 내려놓겠다는 생각으로 앨범 작업을 했다"고 소개했다.

"올해 제가 느낀 아픔, 희망, 즐거움, 그리고 원대한 글로벌 투어 계획까지 다 합쳐 노래를 만들었죠. 솔직히 이 이상을 만들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듀'에는 타이틀곡 '섬데이(Someday)', 랩을 가미해 새롭게 편곡한 김장훈의 자작곡 '노래만 불렀지', 10월 미리 공개한 '없다' 등 모두 10곡이 담겼다.

"가사는 다 제 이야기에요. 그냥 '감정에 충실하자'는 생각으로 녹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 곡을 녹음하는데 두 시간도 안 걸렸어요. 들어보시면 거칠면서도 섬세하다는 느낌이 들 겁니다."

'섬데이'의 뮤직비디오는 배우 고은아와 함께 촬영했다. 김장훈은 촬영 도중 고은아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열애설'을 낳기도 했다.

"앨범 홍보를 위해 '낚시질'을 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절대 그런 건 아니에요. 전 정말 원치 않았지만 감독님의 의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키스신도 있는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제가 촬영 때 부들부들 떨어서 놀랐다고 하더군요. 하하.(웃음)"

새 앨범을 냈지만 방송 활동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오는 20-25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김장훈 원맨쇼 다 드리고 아듀' 공연에서 모든 것을 다 보여주고 한국을 떠나겠다는 것.

"이제껏 '김장훈의 공연'에 관객들을 반하게 했다면 이번에는 그냥 김장훈에게 반하게 하고 싶어요. 연출을 좀 아끼려고 합니다. 이번엔 '크레인 멋있었어요' 이런소리 대신 제 소리와 몸짓이 멋있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

그는 "공연장에 3만 개 정도 구멍을 뚫고 그 사이로 빛이 쏟아져 들어오게 하는 이벤트를 구상 중"이라며 이게 공연의 가장 큰 볼거리가 될 거라고 소개했다.

공연이 끝나면 그는 잠시 한국을 떠난다.

"다 내려놓고 떠날 겁니다. 팬들을 배려해 3년이라고 했지만 사실 3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겠어요."

김장훈은 "저를 전혀 모르는 곳, 문화가 다른 곳에 가서 다시 한번 음악을 해보고 싶다"면서 "무모하지만 아름다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2년간 한국에서 음악을 하며 즐거운 날이 많았죠. 하지만 '기부 천사'니 '독도 지킴이'니 해서 김장훈이라는 사람의 이름값이 커질수록 제 음악이나 공연은 작아지는 것 같았어요. 가수로서의 김장훈은 끝난 게 아닌가 싶어 좌절했죠. 그래서 좁은 마음에 외국을 가겠다는 겁니다. 저를 모르는 곳에 가서 다시 음악 하는 기분을 느끼고 싶어요."

그는 "언젠가 다시 (한국에) 돌아와 마이크를 잡고 행복하게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마음 상태로는 돌아오지 않을 것도 같다"고 했다.

"전 심장에 마이크를 박은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젠 그 마이크를 빼놓는 대신 태극기를 박고 떠나려고 합니다. 반드시 해낼 거에요. 제가 잘 나가고 싶은 게아니라 대한민국과 태극기 앞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죠."

그는 "(외국 관객에게) 대한민국의 노래를 전해 감동시키는 게 첫 번째 목표"라면서 "'기적을 보여주겠다'는 뜻에서 미국 투어 이름을 '미러클 투어'로 정했다. 4월 말 3만 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에서 공연할 계획인데 관객의 절반은 교민과 아시아계, 절반가량은 미국인이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장훈은 새 앨범 수록곡 '노래만 불렀지'를 선보이며 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심장에서 마이크를 빼고 대신 태극기를 박고 떠날 것"이라 말할 때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던 그는 노래를 마친 뒤 특유의 유쾌한 모습으로 돌아와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