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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문학기행 <22> 나태주 시인과 함께하는 공주 기행

"뭔가 부족해야 이루어지고 … 결핍 다음엔 축복이 오더라"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2-11-27 19:23:3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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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왼쪽) 시인이 지난 25일 충남 공주 공산성에서 문학기행 참가자에게 손을 들어 설명하고 있다.
- 행복한 마음 보여주고 싶은 바람
- 결핍의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詩

- '적는 자만이 생존한다' 문학신념
- 詩·사람 … 살면서 포기 못한 것들

- 축약·아름다운 언어, 시인의 임무
- 詩가 詩 이상의 것 되려할 때 불행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이 새 옷을 갈아입었다. 부산을 비롯한 7개 지역 교보생명 사옥에도 같은 글판이 붙었다. 이 글귀는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전문이다. 무엇이든 관심을 두고 깊이 들여다보면 소중한 존재가 되고,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달력을 한 장 남겨둔 늦가을, 문학기행 참가자들은 지난 25일 바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좀처럼 눈여겨 보지 않는 주변의 사물에 세심한 눈길을 주고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는 나태주(67) 시인을 만나러 충남 공주로 떠났다.

■결핍의 축복

나 시인은 자전거를 타고 와서 문학기행 참가자를 반겼다. 지난 2007년 췌장염으로 죽다가 살아난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했다. 인정 많은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푸근함이 느껴졌다. 시인은 자신의 이름 나태주를 "나 태워주세요"라고 풀이했다. 차가 없어 늘 다른 사람의 신세를 져서다. 시인은 유머가 넘쳤다. 자신의 문학 세계를 강의할 때 수시로 '적자생존'을 언급했다. 다윈의 진화론에 나오는 이론이 아니라 '적는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저는 살면서 포기한 게 많아요. 자동차, 먹는 것, 넓은 집, 잘 생긴 것, 키 큰 것을 포기했어요. 포기 못 한 것도 있죠. 시 쓰는 것, 사람 좋아하는 것, 특히 여자를 좋아해요. 마누라를 포함해서 다른 여자도 좋아합니다. (웃음)"

시인은 '결핍의 축복론'을 폈다. 그는 "결핍은 궁핍과 달리 절대 빈곤이 아니다"고 했다.

시인은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의 말을 인용해 "잘 사는 삶은 근근이 사는 삶"이라고 말했다. "달라이라마 행복론의 핵심은 탐욕의 반대가 비우는 것(無慾)이 아니라 만족하는 거에요. 겨울철 딸기 비닐하우스를 보면 꽃을 피우려고 열흘 정도 비닐을 벗기고 찬바람을 쐬게 하죠. 뭔가 부족해야 이루어지는 법이에요. 결핍 다음에 축복이 오는 이치가 그래요."

시인은 "결핍의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시"라고 강조했다. "학창시절 소풍 가기 전날 밤 떨리는 것은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 때문이죠. 별것 아닌 것 같아도 그게 희망이고 소망이에요. 행복은 크고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가까운 데 있어요. 다만 우리가 쉽게 깨닫지 못할 뿐이죠. 시는 희망차고 행복한 내 마음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누군가 들여다봤으면 하는 바람이죠. 역 관음증이라고 할까요."

시인은 자작시 '행복'을 들려줬다. '저녁 때/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이 있다는 것//외로울 때/혼자서 부를 노래 있다는 것'.('행복' 전문)

■하늘이 주는 문장, 금잔옥대(金盞玉臺)

시인은 시를 금잔옥대(金盞玉臺)에 비유했다. 금잔옥대는 옥으로 만든 잔 받침에 금잔을 올려놓는다는 뜻으로, 수선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제주도나 거문도에 자생하는 수선화를 보면 하얀 꽃잎 여섯 장에 가운데 둥글게 생긴 노란 꽃술이 불쑥 나와 있어요. 추사 김정희 선생도 제주도에서 유배살이할 때 금잔옥대의 수선화를 보고 시를 썼어요."

시인은 시에도 금잔 부분과 옥대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잔 부분은 하늘이 내려준, 고칠 수 없는 문장을 말합니다. 그렇다고 옥대 부분이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금잔이 있으려면 옥대가 반드시 있어야 해요. 뒷받침해주어야 하니까요."

시인은 시 '풀꽃'의 금잔 부분이 '너도 그렇다'에 해당한다고 했다. 어떤 말로도 대신할 수 없어서다. 시인은 "앞으로 시를 대할 때 시의 금잔 부분과 옥대 부분을 찾아보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고 시 읽기 요령을 알려줬다.

■시(詩)는 '언어(言)의 절(寺)'

시인은 "시는 어디까지나 짧은 형식의 글이고, 많은 내용을 축약해서 쓰는 글이며, 될수록 아름다운 언어를 다듬어 써야 하는 글"이라고 밝혔다. "시(詩)를 파자(破字)하면 말(言)의 절(寺)이에요. 그래서 어떤 사람은 '시는 경전과 같은 글이어야 한다'고 하죠. 절은 스님의 수행공간이에요. 스님은 될수록 말을 줄입니다. 긴 문장이나 말을 줄여서 표현하는 것이 시와 시인이 가진 임무이며 본질입니다. 오늘날 시인의 불행은 시인이 시인 이상이 되려고 하고, 시가 시 이상의 것이 되려고 할 때에 있습니다."

오늘날 독자가 시인을 떠나고 시를 외면하는 데 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이다.


# '꽃을 던져라, 못 잊을 사람…' 그 꽃 받아내고 되살아난 시인

- 췌장염 6개월 투병 후 기적적 회복
- 가족들, 몰래 장례위원회 꾸리기도
- 수필 '꽃을 던지다'에 병상의 삶 기록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의 광화문글판에 적힌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 교보생명 제공
나태주 시인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2007년 췌장염으로 6개월간 병원 신세를 지며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고 기적적으로 살아났기 때문이다. 나 시인이 2주일간 한숨도 못 자고 105일간 음식도 먹지 못하는 동안 나 시인 가족은 시인 몰래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영결식장을 당시 시인이 교장으로 재직하던 공주 장기초등학교로 정하고, 장례식 추도사를 썼으며, 장례식 예행연습까지 마쳤다.

시인은 기적처럼 살아나자 2008년 투병기를 담은 수필 '꽃을 던지다'(고요아침)를 펴냈다. '병상에서 깨어나 새로 쓴 나태주 시인 삶의 기록'을 부제로 달았다. '꽃을 던지다'라는 제목은 유명을 달리한 사람을 묻을(下棺) 때 산 사람이 망자에게 꽃을 던지는 데서 따왔다.

사경을 헤매면서도 투병생활을 깨알같이 기록한 것을 보면 시인은 아무나 될 수 없는 것 같다. 시인이 강조하는 '적자생존'(적는 자만이 생존한다)을 몸소 실천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시인은 한 술 더 떠 당시 죽었다고 가정하고 망자에게 꽃을 던진다는 의미로 '투화'라는 시를 써 병상 기록과 함께 책에 실었다. '꽃을 던져라//못 잊을 사람 더욱/잊지 않기 위하여//사랑한 사람 더욱/사랑하기 위하여//하늘 심장에 바다의 중심에/돌팔매질을 하듯//실패한 인생의 화려한 경륜 앞에/경멸의 찬사를 던져라//끝내는 잊어야 할 사람/서둘러 잊기 위해 꽃을 던져라.'('투화' 전문)

시인은 문학기행 참가자에게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라며 "하루하루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날처럼 소중하게 써라"고 조언했다.


▶나태주 시인은

-1945년 3월 16일 충남 서천 출생

-공주사범대, 충남대 교육대학원 졸업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2007년 43년간 초등교사로 근무하다 정년퇴임

-현 공주문화원장

-흙의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박용래문학상, 편운문학상 수상

-시집 '대숲 아래서' '막동리 소묘'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황홀극치'

-동화집 '외톨이'

-시화집 '너도 그렇다'


▶주최=롯데백화점·부산문화연구회

▶특별후원=국제신문

▶참가문의=http://문학기행.kr (051)441-0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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