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범한 대한민국 40대 남자들의 날것 그대로의 모습 그려

나이 마흔이 되면 세상일에 정신을 뺏겨 흔들리는 일이 없다고 해서 '불혹'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가. 직장 상사의 눈살과 배우자의 불평, 자녀 교육비에 대한 걱정은 중년을 쉴새 없이 흔들어 놓는다.

다음 달 30일까지 제작사 '스토리 팜'이 부산 중구 중앙동 자유바다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 '열대야'(연출 주혜자)는 꾸미지 않은 40대의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무대는 흔한 삼겹살집. 막 퇴근한 듯 풀어헤친 넥타이에 양복 윗도리와 서류가방을 손에 든 김 과장, 공장 작업복 차림에 거뭇거뭇 수염이 자라있는 박 부장은 전형적인 40대의 모습이다. 그에 비해 딱 붙는 바지와 화려한 무늬의 셔츠를 입은 배우 이 씨는 철이 덜 든 모습이다. 연극은 세 명의 친구가 하룻밤 술자리를 벌이며 털어놓는 이야기로 40대의 일상을 보여준다.

셋은 오랜만에 모였지만 대화보다는 전화 통화 때문에 바쁘다. "또 술이냐"며 타박하는 아내와 딸, 부모님의 전화 때문이다. 야구 중계를 보며 투덜거리고, 침체된 경기 한탄을 하는 사이 술자리가 길어지자 셋에게는 또 전화가 걸려온다. 이번에는 "늦은 것은 용서할 테니 절대 돈은 내고 오지 마라"는 엄포다. 그러자 셋은 계산을 하지 않기 위해 각자 고단한 직장생활을 털어놓는다. 거기에 더해 자녀의 교육 문제, 각자의 첫 사랑 이야기 등 온갖 주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직장에서 관리자로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는 이들에게 친구와의 술자리는 하소연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밤이 깊어 갈수록 이들의 한숨은 깊어지지만, 관객에게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삶의 애환과 매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작품은 오승일 작가가 "살아도 우찌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친구와 함께 밤을 지새며 "꿈꾸는 대로 못 살았다고 잘못 살았던 건 아니다"라며 서로 위로했던 기억을 토대로 제작됐다. 여성인 주혜자 연출은 작품 속 인물의 모델이 된 오 작가의 친구를 함께 만나며 40대 남성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주 연출은 "사실 누구의 일상에나 있는 평범한 이야기다. 하지만 무대에 올려놓고 제3자의 처지에서 보면 내 일상에 녹아있는 감동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3시. 균일 3만 원. (051)441-1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