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과 광장. 아트북스 제공

흔히 르네상스 미술을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옮겨간 미술이라고 한다. 이 멋진 말의 무게를 좀 가볍게 끌어내리자면, 세속화라고 할 수 있다. 신성과 인성의 영역을 오가는 성모 마리아가 미스 월드 빰치게 아름다워진 것도 르네상스에 일어난 일이다. 예수의 몸이 우람한 보디빌더의 몸으로 변한 것도, 온몸에 화살을 맞는 수난을 당한 성 세베스찬이 옷을 굳이 홀딱 벗고 식스팩을 자랑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피렌체 예술 산책/김영숙 지음/아트북스/1만8000원



이탈리아 피렌체는 르네상스가 태동한 곳이다. 메디치 가문은 천재 예술가를 후원하며 이교도의 것으로 홀대받던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정신을 다시 꽃피웠다. 다시 태어난다는 뜻의 문예부흥 운동은 피렌체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이와 동시에 신(神)에 종속된 삶을 살던 인간은 신으로부터 벗어나 '개인으로서의 나'를 부활하고 진정한 자유를 찾기 시작했다. 인간 해방의 서곡이다.

피렌체의 과거와 현재, 모든 것을 담은 이 책은 역사의 한 단편으로서의 르네상스가 아니라 현재까지 서양 문화의 중심축으로 이어지는 르네상스를 풀어낸다. 서양 문명을 이해하는 압축 파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