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아르투로 립스테인 감독이 지난 10일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자신의 영화세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문학"

"내 영화는 불공정한 세상에 대한 복수다."

지난 10일 부산국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에서 멕시코의 거장 아르투로 립스테인은 자신의 영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은 그의 아내인 시나리오 작가 파즈 알리샤 가르시아디에고도 참석해 그들의 영화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의 이전 작을 보면 '복수'의 뜻을 알 수 있다. 억울하게 감옥에 수용됐다가 고향에 돌아왔으나 이미 살인범의 낙인이 찍힌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데뷔작 '살인을 위한 시간', 가장의 죽음 이후 도덕적, 경제적으로 몰락해가는 가정을 그린 '시작과 끝' 등 그의 작품은 대부분 주변부 인간의 비극적 삶과 현실의 짙은 어둠을 영화로 끌어들였다.

어두운 세계를 다루는 이유는 현실을 기록한 영화예술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그는 "나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직면한 사람들에게서 공포심을 본다. 내 영화는 그 공포를 내 방식대로 주물러 극복하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작품 세계는 예술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예술은 스쳐 지나갈 뿐인 현실에 이야기를 부여해 재구성한다. 예술이 구조화한 현실을 통해서 우리는 인간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고 무엇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해왔는지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의 유명한 영화 제작자 알프레도 립스테인 주니어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와의 일화를 들려줬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아버지가 상으로 스튜디오에 데려가 줬다. 그래서 영화는 곧 삶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세상 어디에나 카메라가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영화인 집안에서 자라났다고 모두가 거장이 될 수는 없다. 그를 거장으로 이끌어 준 것은 문학의 힘이었다.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문학이다. 그래서 전문 시나리오 작가와는 일하지 않았다. 문학가와 작업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 집에 시집이 열 권 이상 있다면 세상을 다 얻은 것이다."

남미를 대표하는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데뷔작의 각본을 쓴 놀라운 이력은 문학을 향한 사랑 덕분인 듯했다. 그는 감독이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에게 장난스럽지만 의미심장한 조언을 전했다.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냥 치과의사가 되라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더라. 꼭 영화감독이 되겠다면 이 말을 기억해라. '희망 없이 계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