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후 열린 2012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입학식에서 올해 참가자들이 지도 교수진과 운영위원장들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각국에서 온 학생 31명 입학식

매년 이맘때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개막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행사가 있다. BIFF가 운영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입학식이다.

'아시아 영화의 미래가 돼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27일 오후 부산 해운대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AFA에는 올해 교장을 맡은 지아장커(중국·사진) 감독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 오석근 부산영상위원장,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 등 운영위원장단, 그리고 이날의 주인공인 31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지난해까지 24명이었던 학생 수가 31명이 된 것은 올해 신설된 아시아연기자아카데미(AAA) 참가자 7명이 이날 함께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바레인,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이라크, 라오스,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학생들은 벌써 친해져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 찍고 얘기를 나누며 축제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올해 AFA 학생들 가운데는 외모나 성격에서 개성 강해 보이는 참가자가 많고 독특한 사연을 지닌 사람도 있다.

대만에서 온 장 치웨이는 어머니가 한국인이라 한국말에 능통하다. 그는 영화에 3년 전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으로 와 중앙대에서 영화관련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가족 배경도 그렇고, 한류 열기가 막 달아오르던 때라 아주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영화를 배우기로 결심하게 됐다"며 "역시 잘 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은 또 AFA 전년도 졸업생 3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후배들의 입학식 영상을 손수 촬영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AFA를 담당하는 조영정 프로그래머는 "이들 중 특히 싯달타 자큘라(인도)의 작품 '아티스트'는 올해 BIFF 단편 경쟁 부문에 초청됐다"며 무척 뿌듯해 했다. 자큘라는 AFA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묻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인생 최고의 경험으로, '사랑'이라는 단어 외에는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개교한 2012AFA는 다음 달 14일 열리며 지아장커 교장과 파르비즈 샤흐바지 등 지도교수의 멘토링으로 공동작품을 만들게 된다.


# 지아장커 감독 인터뷰

- "영화 '신앙'으로 한자리 모여"

올해 아시아영화아카데미(AAA)의 교장을 맡은 중국인 감독 지아장커는 "오늘 학생들을 만나니 교장이나 교수가 아닌 학생으로 참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아장커 감독은 "각국 젊은이들이 영화라는 동일한 꿈과 '신앙'으로 한자리에 모인 것이 무척 보기 좋고, 아시아 영화의 밝은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설렌다"며 "같은 목표를 지닌 동지가 생겨서 오늘 입학한 학생들은 앞으로 걸어갈 길이 외롭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AFA 학생들은 저마다 다른 언어·사회·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개성들이 살아있는 영화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AFA 졸업생과 세계 각국에서 우연히 만나 함께 작업한 적이 3번이나 있다"고 말해 AFA 출신 영화인의 활약을 가늠케 했다.

중국 6세대 감독 중 단연 주목받는 지아장커 감독은 제3회 BIFF때 뉴커런츠상을 수상한 것을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해 2006년에는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