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여성 감독 나탈랴 벨랴우스케네의 '이프 온니 에브리원'.

- 거장 파라자노프 작품 등
- 20세기 초중반 영화 대다수
- 대학살 이후의 처참한 상황
- 그로 인한 방황·외로움 소재

- 여성 감독 벨랴우스케네는
- 현재 삶의 모습에 초점 맞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가운데는 아르메니아에서 건너 온 특별한 영화들이 있다. 시네필이라면, 친구이자 영화동지인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와 미카일 바르타노프, 두 감독의 이름에 가슴 설레고 있을 것이다.

세계 영화광이 열광하는 거장이라 해도 보통 영화팬에게 파라자노프와 바르타노프의 이름은 낯설다. 그전에 아르메니아라는 나라부터가 친근하지는 않다. 구 소련 최남단에 자리잡은 이 나라는 북으로 그루지아, 남으로 이란, 동으로 터키, 그리고 서로는 아제르바이젠에 둘러싸인 내륙국으로, 지정학적으로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이상용 BIFF 프로그래머는 "제노사이드(대학살)와 디아스포라(이산)로 점철된 아르메니아의 역사와 민족 정서가 파라자노프·바라타노프의 영화를 비롯한 당대 예술인의 작품에 담겨있다"고 말했다.

아르메니아 대학살이란 1915년 오스만 제국 시절 터키가 아르메니아 국민을 대상으로 '인종 청소'를 자행한 사건을 일컫는다. 이후 수많은 아르메니아인은 살아남기 위해 고국을 등져야 했고, 이 경험은 아르메니아인의 의식을 강렬하게 지배하게 됐다. 20세기 초중반 아르메니아에서 만들어진 대다수의 영화가 대학살 이후의 처참한 상황과 그로 인한 방황·외로움을 소재로 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자유를 찾는 영원한 여행자들' 특별전에 초청된 파라자노프의 영화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도 이것이다. 이 중 '파라자노프 : 마지막 봄'은 바르타노프가 친구인 파라자노프를 대상으로 만든 기록물(다큐멘터리)이다.

이 프로그래머가 이 특별전과 함께 보라고 적극 권하는 영화가 있다. 아르메니아 여성 감독 나탈랴 벨랴우스케네의 '이프 온니 에브리원'이다. 파라자노프·바르타노프의 영화가 과거의 아르메니아를 투영한다면, 이 작품에선 현재의 아르메니아를 엿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초반 구 소련 해체기에 아제르바이잔의 영토였던 국경지대 카라바흐가 독립을 주장하며 아제르바이잔과 갈등을 일으켜 많은 사람이 죽었던, 역사적 사실이 단초이자 배경이다.

이 프로그래머는 "파라자노프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예민한 정치의식 대신 현재를 살아가는 아르메니아 사람들의 고통과 삶의 방식을 여유롭게 풀어놓았다는 점에서 현재의 그 곳을 이해하기에 적합한 영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