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왼쪽), 박철수 감독

# 정지영 '남영동 1985'

- 1985년 김근태 고문사건
- 잔인할 만큼 사실적 묘사

# 박철수 'B.E.D'

- 침대를 매개로 벌어지는
- 남자·애인·부인의 일탈·욕망

거장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올해는 허진호, 김성홍, 전수일 등 한국 감독의 작품이 5편 포진했다. 이 가운데 공개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두 작품이 있으니, 처음으로 공개되는 정지영과 박철수 두 거장 감독의 신작이다.

올해 '부러진 화살'로 파란을 일으킨 정지영 감독의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민주화 운동 청년연합 의장이던 1985년 9월, 서울 용산구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서 22일간 당한 고문을 극화한 것이다. 김 전 고문의 생애나 공과와는 무관하다. 영화는 오로지 그가 당한 (혹은 다른 많은 사람이 당했을) 참담한 고문의 묘사에 영화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는데, 그것이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사실적이어서 시선에 따라 상당히 '불편한' 영화가 될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소지를 안고 있다는 게 전찬일 BIFF 프로그래머의 의견이다.

전 프로그래머는 "고문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을 철저히 파괴하는 과정을 잔인하리만치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라며 "강도 높은 사회비판 영화를 꾸준히 만들어 온 정 감독인 만큼 그가 고문이라는 소재와 감방이라는 배경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1980년대 야만의 한국사에 대한 부끄러움"이라고 말했다.

1986년의 히트작 '안개기둥'부터 '301, 302' '산부인과' '학생부군신위', 그리고 2000년대 들어 만든 '봉자''녹색 의자' '마스터 클래스의 산책-미몽' 까지. 정 감독이 정치·사회적 영화의 정점에 서 있다면 박철수 감독은 '성적 욕망'이란 은밀하고 개인적인 영역의 정점에 서 있다.

그가 이번 BIFF 때 최초 공개할 영화 'B.E.D'는 침대라는 소재를 매개로 남자 B와 그의 유부녀 애인 E, 부인 D 세 사람의 관계를 통해 성적 환상과 일탈, 욕망의 문제를 탐구한다. '뱀장어 스튜' '유혹'으로 유명한 소설가 권지예의 동명 단편을 각색한 이 영화에 대해 전 프로그래머는 "이 시대 젊은이의 일상을 성적 흥미를 중심으로 영상화하는 데 천착해 온 박 감독의 영화세계가 투영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전 프로그래머는 "두 감독의 세계는 완전히 반대편에 서 있는 듯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시대의 모습과 사람의 의식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감독의 영화를 비교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추천했다.